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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과 돌아옴에 대하여

언러브드 2006. 12. 31. 11:21

떠남과 돌아옴에 대하여

 

노는 것처럼 혹은 업보業報 처럼

‘떠났다 돌아오는’ 나의 삶에 얼마나 더 많은 떠남과 돌아옴이 있는지 역시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내가 떠남을 준비하는 것처럼 세상의 마지막까지 매일 짐을 싸고 짐을 내려놓는 그 되풀이를 고통이라 여기지 않고 즐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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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행가인 명료자冥蓼子는 <명료자유冥蓼子遊>에서 그 여행을 준비하는 것과 떠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정한 여행자에게는 항상 방랑의 기쁨과 유혹 또는

모험심등이 따르게 된다. 여행은 방랑을 뜻한다.

방랑이 아닌 것은 여행이 아니다.

여행의 본질은 의무도 아니고, 일정한 시간도 없고, 편지도 없고, 호기심 많은 이웃도 없고, 환영도 없고

목적지도 없는 나그네 길이다.

분별 있는 나그네는 어디로 갈 것이며, 또 어디서 온 것

조차도 모른다.

자기의 성도 이름도 모른다.(중략)

‘어떤 특정한 하나의 인간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세상사람 전체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료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을 다음의 예로 들었다.


“나는 산 위의 연하煙霞를 사랑하는 벗과 짝하여 바가지를 허리에 차고, 법의法衣를 몸에 두르고, 몸에는 백전百錢을 넣어 가지고 방랑의 길에 오른다.

돈은 더 이상 필요 없지만 백전만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여러 도시와 촌락과 주문朱門과 백옥白屋과 선관仙館 승방僧房에서 걸식하면서 우리 두 사람은 방랑을 계속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밥은 걸식할 만정 술은 구하지 않았으며, 야채는 구하되 육식은 구하지 않는 조심성을 언제나 잃지 않았다고 한다.

여행 중에는 가장 처량한 차림새로 앉아 있어야 뭐라도 얻을게 있다고, 하지만 그의 말은 틀린다.


“걸식하는 우리의 태도는 겸손하지만 슬픈 얼굴을 하지는 않았다. 물건을 주면 그곳을 떠나고, 물건을 주지 않아도

그곳을 떠난다. 다만 그 소원이 굶주림을 면하는데 있다.“


또 하나, 명료자에게 배울 점이 있다.

“정처 없는 나그네 길이기 때문에 쉬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쉴 수가 있다. 급히 서두를 필요가 없는 나그네 길이므로

하루에 십리를 가도 좋고, 5십리, 6십리를 가도 좋다.

피곤하면 안 되므로 너무 무리해서도 아니 된다.” 

조금 빠르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고 조금 느리다고 해서

벌을 주나?

항상 여유롭고 느리게,느리게 걸었으면 하는 마음 이다....

(신정일님의 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