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노,병,죽음

고개고개 넘어가는 꿈과 같은 인생길에

언러브드 2007. 2. 26. 15:43


“인우鄰友의 일기一朞가 이미 지났습니다.

죽고 살고 서로 멀리 헤어지는 원한과 나그네로 이리저리 유랑하는 심사 속에

세월이 급히 달리는 것이 느껴지고 묵은 자취가 희미해지기 쉬운 것이 슬프기만 합니다.

 

서리 이슬은 급급히 내리고 해묵은 풀은 면면히 이어지는데,

옛날의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면 슬퍼하여도 다시 미칠 수 없고,

새벽꿈은 몹시도 짧아서 순식간에 세상이 변해 버리니,

저 푸른 하늘은 무슨 마음으로 우리의 도道를 끝내 궁하게 한단 말입니까?

애가 끊어지려는 이 심정은 아마 합하께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 죄인은 여기에 있은 지 어느덧 3년이 되었는데,

바다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고 세월은 급급히 흐르기만 하니,

내가 비록 면목이 있은 들 인간의 면목이겠습니까. 그저 어별魚鼈과 머지 않는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

.

.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몹시 짧은 새벽 꿈 같은 인생을 이리저리 방랑하는 우리들에게

이틀 동안에 걸쳐 걸었던 봄이 오는 남도의 길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지,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남아 가끔씩 떠오를 그 아름다운 길들과

처음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 올리며 너브실마을에 곧 꽃망울 을 터트릴 것 같았던

매화나무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와 같아서 피었다가 지고 말테지요, 고개고개 넘어가는 꿈과 같은 인생길에‘

정해년 이월 스무엿새

 

 

윗글은 적소에서 추사 김정희가 권돈인에게 보낸

<권이재 돈인에게 주다(輿權彛齋敦仁)>이라는 편지 한통이란다

 

 

 

몹시 짧은 새벽꿈 같은 인생...

고개고개 넘어가는 꿈과 같은 인생길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의 말대로, 항상 세월이 급히 달리는 것이 느껴지고,

묵은 자취가 희미해지기 쉬운 것이 슬프기만 하다.

 

 

 

2007. 2 . 26

57일째 여행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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