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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유한(慾望 有限)

언러브드 2013. 3. 21. 15:25
욕망 유한(慾望 有限)
승인 2012.12.14  
  
▲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어느 서양 영화에는 한 변호사가 인생에서 대 변화를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핸리`라는 변호사는 소송에서 지는 게 뻔한 불리한 사건도 그가 맡으면 뒤집어서 언제나 승리했다. 뛰어난 변호사로서 엄청난 부와 명성을 누리면서, 최상류 사회에 속해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담배를 사러 가게에 갔다가 강도의 총격으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목숨은 건졌으나, 기억력이 저하되고 몸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는 마비 증세를 보였다. 그는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과 본인의 피눈물 나는 재활 노력으로 기억이 상당히 많이 회복됐고, 불편하지만 걸을 수 있었다. 그는 아픈 몸과 좌절감 속에서 숱하게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샌 후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점차 변해 갔다. 변호사를 하면서 수없이 많이 양심을 속인 것과 불의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래서 그는 거짓변호로 피해당한 자에게 용서를 구했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 새로운 인생을 맞이했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인간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돈을, 명예를, 출세를 싫어하는 자는 없다. 절대 다수 사람들은 이것을 위해 자기의 일생을 소비한다. 특히 삶의 기준과 내용이 완전히 바뀐 이 시대의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짜릿한 쾌락과 한계 없는 남녀 간의 사랑을 바라고, 그리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세상에는 위에 예를 든 변호사와 같이 선하고 밝은 곳을 향하는 자는 거의 없다. 다만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 시대 우리는 3가지 간절하나마 변질되어버린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구속 받지 않는 사랑을 원한다.

나는 마음껏 사랑하고 한껏 재미를 보아도 구속받기는 싫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구속당한다고 생각하면 사랑은 깨져 버린다. 요즈음 들리기 시작하는 계약 결혼이 이것이다. 서로 구속을 시키지 않는 결혼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지 않다. 사랑의 제일 큰 특성은 서로를 예속 시키는 것이다.

서로에게 기꺼이 종이 되어 주는 것이다. 종이 되어 봉사를 할 때 진정한 사랑은 싹을 피우게 된다. 계약 결혼은 사랑을 상점에서 팔고 있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수준이다.

 

둘째는 후회 없는 쾌락을 원한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누리고도 후회하지 않을 쾌락은 없다. 쾌락은 앞도 뒤도 없는 순간적인 것이다. 구속도 의무도 없고 경계를 뛰어 넘으며, 책임도 잊어버린다. 쾌락 뒤에는 언제나`잘못했었다`는 기분이 뒤따른다.

 

셋째는 고통 없는 죽음을 원한다. 그러나 죽을 때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죽음을 늘 보는 나는 죽음을 `끔찍하다``머리가 절레절레 흔들린다`는 등의 감정을 느낀다. 죽은 자의 눈동자를 후래쉬로 들여다보면 수천수만 길의 깊은 심연을 그 속에서 볼 수 있다. 시간이 그 안에서 녹아버린 것 같다. 죽음이란 길지 않는 삶에서 영원으로 가는 출발점인데, 천근만근 누르는 고통이 없을 수 없다. 고통이란 영원 행 열차를 타기위한 티켓이다. 예외가 없다. 공짜가 없다. 우리는 죽음의 고통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모두가 같은 조건로 태어나서 살다가 똑 같이 죽음으로 끝난다. 삶의 과정에서 고통, 고난, 슬픔, 좌절을 겪다가 빨대에 빨려들 듯이 존재는 없음으로 변하는 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종교에서만 이러한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무도 후회 없는 쾌락과 구속받지 않는 사랑은 할 수 없다. 모두는 아픔과 고통 속에서 죽어 간다. 이런 인생이지만 영원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쾌락을 줄이고 사랑의 노예 되기를 자원하며, 인생의 고통을 감수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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