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미네르바 경제이야기 ①

언러브드 2009. 7. 13. 08:52
[미네르바 경제이야기 ①] 2009년 7월 한국 경제를 말한다
소득 하위 20% ‘적자’ 인생…인내심 바닥

난 경제 전문가로 자처한 적이 없다. 이 땅을 사는 평범한 30대 젊은이일 뿐이다. 나는 한 번도 어느 기관이나 특정 단체의 입장에서 내 주장을 편 적이 없다.

IMF 때 아버지가 보증을 서서 큰 피해를 입었다. 친구 아버지는 주식 실패로 자살했다. 그때 ‘나도 당할 수 있겠다’는 위기 의식 때문에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경제 잡지와 신문·서적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내가 블로그에 경제에 관한 글을 올리자 많은 네티즌들이 지지해 주었다.

한때 ‘온라인 경제 대통령’이라고까지 추켜세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 경제대통령이란 말은 너무 과분하다. 나의 글쓰기는 단지 나의 위기감과 관심사를 세상에 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앞으로 IS일간스포츠에 연재하게 될 ‘경제이야기’는 ‘개인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는 내 신념 하에 경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보아주길 바란다. 굳이 덧붙이자면 이 칼럼은 내 방식으로 서민들의 삶과 소통하려는 도전적 시도다.


2008년 최대 화두는 “위기는 기회”였다. 경제학적 의미로는 급격한 자산 가격 하락시 떨어진 자산 가격을 저가에 싸게 매수함으로써 향후 자산 가격이 회복될 경우 새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화두를 가장 피부로 느꼈던 것이 1998년 IMF 시절이었다.

흔히 체감 경기라는 것이 있다. 98년 연평균 -6.9% 성장 이후 2000년대를 넘어 오면서 5%대의 (국내총생산액)GDP 성장률로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경제양극화로 한쪽은 고소득, 한쪽은 침체의 늪
2009년 7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다. 올 1분기 GDP는 235조853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하지만 GDP의 상당 부분이 경제 양극화로 인하여 한쪽에서는 유례없는 고소득을 올리고 있고, 다른 한쪽은 GDP 성장에서 소외된 채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다.

한국에서 1990년대는 ‘중산층 신화’의 시기였다. 60·7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급격한 경제 성장률의 과실과 그 혜택이 뒷받침되었다.

80년대 경제 성장률 8.7% 대비 실질 가처분 소득 증가율 9.9%, 90~96년 경제성장률 7.9% 대비 가처분 소득 증가률 6.6%였다. 경제성장률에 따른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비슷하게 상승했다. 또한 내수 소비 여력을 가진 안정적인 중산층 계층이 두텁게 존재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정반대로 돌아간다. 2000년 이후 평균 경제 성장률 5.6%였으나 개인의 실질 가처분 소득 증가율 0.3%로 사실상 개인 소득 증가율은 정체였다. 반면 기업의 소득 증가율은 62%로 폭발적인 증가세였다.



저금리 기업 수익성 개선 기여, 개인 수입 감소
이런 반전의 핵심 원인은 저금리와 부채 비율 감소를 통한 이자 부담 감소와 차입금 축소를 통한 수익성 개선 때문이다. 저금리는 기업 수익성 개선에는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개인별 가계 이자 소득은 1998년 17조 4000억원에서 2003년에는 -3조원으로 반전된다.

더 이상 저축을 통한 부의 축적은 어렵게 된 것이다. 기업 금융 비용은 꾸준히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부채 비율 420%가 2008년에는 104%로 과도하게 향상돼 재무 건전성으로 포장되었다.

기업의 금융 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개인은 금융 부채가 늘고, 이자 수입 감소로 80, 90년대와 같은 부의 분배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더구나 실질적인 가계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건강 보험·고용 보험과 같은 가계의 사회 부담금 지출은 급격하게 늘어나 실질적 소득 하락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추세는 막대한 세금으로 공적 자금을 받은 많은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무형의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98년 기업 금융 비용이 28조원에서 2004년도 6조원 이하로 줄어들 정도였다. 이 같은 기업 이익이 설비 투자나 고용 같은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10대 그룹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은 2008년 말 기준 52조 9000억원으로 2007년 대비 31%가 늘어나고 설비 투자는 1/4 분기에 -22%나 줄어 들었다.

기업 이익 골고루 혜택 가지 않아
하지만 기업 이익의 증가에 따른 여유 자금이 차입금 상환과 현금 자산으로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경제 성장률의 소득 분배가 개인들에게 옮겨지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대기업의 경영 합리화라고 하는 수익성 경영으로, 중소기업들은 이른바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하에 중국과 동남아 지역권으로 시설 이전을 하게 된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의 고용창출 능력을 감소시켰다. 또 기업 이익이 정상적인 경로로 개인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지 않는 분배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기업들은 고용에 소극적으로 나섰다. 고용을 하더라도 임시직이나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올라가면서 실질 고용 증가율을 하락시켰다. 고용 없는 성장은 가계의 임금창출 능력을 악화시키면서 내수 경기 위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해외 직접 투자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선 327억 달러다. 실질적인 기업 투자라는 것이 국내의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국내 설비 투자는 -2%다. 사실상 고용 창출 능력은 사라진 것이다. 1/4 분기 실질 임금은 5.6%가 줄어들었다. 수출 감소세가 국내에서는 고용 감소와 가계 소득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소비자 물가와 체감물가 엄청 차이
흥미로운 것은 전체적인 소득이 줄어들어도 가계별로 월 처분 가능 소득에서 소비 지출을 뺀 금액은 69만원이 흑자라는 것이다. 전년 대비 14%가 증가하였다. 이는 의료비나 교육비를 빼고는 모든 부분에서 소비를 줄인다는 의미다.

소비 심리 회복이라는 것은 결국 세일 효과로 귀결된다. 현재 실생활에서 실질 임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물가 압력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로 디플레이션 위협까지 나오면서 지금은 상당 부분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 반대다. 통상 농수산물 물가의 경우 환율 효과가 소비자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는 단기적으로 6개월~3년까지 걸린다.

지난해 말의 과도한 환율 변동성이 현재의 물가에 그대로 투사되고 있다. 기름값은 유류세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국제 유가의 하락시에는 가격이 천천히 떨어지고 반대일 경우 급격히 오르는 비탄력성을 가지는 이유다.

마트와 같은 곳에 나가서 장을 보러 가면 지난해에 비해 똑 같은 물건을 사도 30% 정도 돈이 더 들어간다. 이제 구매 패턴까지도 변해가고 있다. 즉 통계상의 소비자 물가는 안정 추세나 실질적인 체감 물가는 엄청난 수준으로 높다. 사람들은 보통 각종 할인 행사에만 몰려든다.

쇼핑 효과라는 것이 마트나 백화점과 같은 곳에서 매출액 감소에 대한 자구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각종 할인 행사와 세일을 반복하다보니 쇼핑은 미루다가 할인된 세일 상품을 이용한다. 식단을 짜는 반찬거리는 꼭 필요한 물건만 소량 구매가 인기다. 일본에서 소량 묶음으로 나누어 파는 것과 같은 형태다. 실제로 통계 착시 효과와 현장 체감 물가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양극화는 ‘한국병’ 비정규직부터 보듬어라

임시 일용직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지난해 대비 -10% 하락했다. 단지 경제 논리에만 근거해서 현재의 최저 임금을 더 양보하라는 것은 결국 97년 IMF와 같은 희생을 다시 한 번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올 초에 정부 주도로 요란하던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은 본래 그 취지는 좋았다. 실제로는 실질 임금 하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실질 자산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자 쥐도새도 모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극복을 내수 시장에서 찾겠다고 하는 나라에서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부터 최저 임금 삭감 논의까지 일어나는 이런 현실은 너무나 기막힌 이율배반적인 판타지로밖에 안보인다. 2000년대 이후 저금리 기조에서의 양극화 문제는 이제는‘한국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 문제가 사회 문제로 옮겨 가고 있다.

지난해 가계 부채는 859조로 이미 GDP 대비 83%가 넘는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이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잉여 소비 지출로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건 사실상 한계에 달했다.

소득 하위계층 잠재적 폭발 위험성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총 근로자 1500만 명 대비 930만 명이 넘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단순히 근로 조건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미래의 내수 시장 판도 변화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 데까지 왔다. 최저 임금 문제는 단순히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 논의하기에는 이제 그 심각성이라는 것이 암세포처럼 사회 문제화되어 있는 것이다.

소득 하위 20%는 현재 매달 50만원씩 적자를 보면서 참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사회 문제로 비화돼 잠재적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공권력과의 물리적 충돌로 가시화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조건 1~2년 참고 인내하라”는 말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이 난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다. 신기루를 쫓으라는 말에 불과하다.

아일랜드처럼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든지 아니면 누적된 이런 복합적인 사회 문제의 고름이 터지든가 하는 단계로 전이되고 있다. 얼마 전에 ‘파견의 품격’이라는 비정규직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이걸 보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낀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2009년은 이제 그 마지막 선택의 계절로 다가서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슈퍼 파견이 되든가, 아니면 변화를 자각하고 변화를 갈망하든가.

선택은 사회 구성원 개인의 몫이다.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방관자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설 때다, 노동자 개개인의 권익 보호는 그 누구도 대신 나서서 지켜 줄 수 없다. 나중에 그게 아니라는 걸 자각할 때는 제도에 순종하느냐 아니면 생존을 위협받느냐 하는 마지막 종착역에 서 있을 것이다.

■ 미네르바는?

1978년 서울생. 2008년 3월 포털 다음 ‘아고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미네르바는 8월 말 세계적인 투자회사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예측했다. 같은 해 9월 중순 리만 브라더스는 파산했다.

특히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환율급등, 국내 증시폭락,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의 경제 위기 시나리오는 섬뜩하리만큼 적중돼 일약 ‘온라인 경제대통령’ ‘예언가’ 칭호를 얻었다.

실물 경제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그는 정부가 금융기관과 주요 수출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전문을 보냈다는 글과 관련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으로 지난 1월 9일 검찰에 구속됐고, 4월 20일 1심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경제용어사전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에서 일정기간 내에 발생된 재화와 용역의 순가치를 생산면에서 포착한 총합계액.

●가처분소득= 개인소득 중 소비나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 소득에서 세금과 세외부담, 즉 이자지급 등 비소비지출을 뻬고 여기에 이전소득(사회보장금 ·연금 등)을 보탠 것이다.

●실질임금= 명목임금(화폐임금) 상대 개념이다. 소비자 물가. 생계비 변동 지수 등을 감안해 실제 임금이 얼마 만큼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낸다.

●디플레이션= 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최저임금= 국가가 임금액의 최저 한도를 결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지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돼 1988년부터 최저임금제도가 정착됐다.

●통계착시효과=지표의 표현과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 것.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