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대우건설의 운명

언러브드 2009. 7. 7. 10:52

또 3년째에… 대우건설의 지긋지긋한 '굴레'

[머니위크]3년함정, 대우사태(97)-워크아웃-졸업-매각-금호포기(09)

대우건설(13,300 상승세200 +1.5%)은 정확하게 3년마다 격변기를 맞아 왔다.

1997년 외환위기가 불어 닥쳤고 대우그룹은 산산이 공중분해 되고 만다. 주요 계열사들은 워크아웃이라는 길고 긴 터널로 진입하게 된다.

3년 뒤인 2000년 12월 ㈜대우는 건설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쪼개 대우건설을 만든다.

그리고 다시 3년 뒤인 2003년 12월30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의결로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내실경영 위주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그 후 3년이 지난 2006년 12월15일 대우건설은 새 주인을 맞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었다.

그리고 또 3년이 흘러 2009년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대우건설은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지난 3년 동안 대우건설은 각종 유형자산과 인적자원 등을 잃어버렸고, 지금은 다시 시장의 매물이 된 처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인수가 초래한 결과다.

대우건설이 지난 2006년 이래 2008년까지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성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사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온 이력을 비춰보면 지금의 상황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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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모델링이 한창인 옛 대우건설 사옥

◆과식하다 토했다

지난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으로부터 인수한 대우건설 지분은 72.11%. 주당 2만6262원, 총 6조4255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이었다.

당시 주가가 2만2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시가 대비 20%에 육박하는 웃돈을 주고 인수한 것이었다.

그런데 금호산업(13,750 하락세200 -1.4%) 금호타이어(4,890 하락세10 -0.2%)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3,775 상승세20 +0.5%) 금호생명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기자금은 2조3346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4조여원은 사채를 통한 차입 및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에 의존했다. 금호산업은 4000억원을 3~4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충당했고 금호타이어 역시 1600억원을 2~3년 만기 회사채 발행으로 끌어왔다. 올 연말에는 이 회사채들 중 상당수의 만기가 도래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려 17곳이나 되는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오면서 주식매도선택권(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한 점이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2006년 12월15일로부터 3년 후 연 9%의 복리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주당 2만6262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올 12월15일까지 주가가 3만4010원이 되지 않으면 그 차액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장해줘야 한다. 단 지난 3년에 걸쳐 한주당 총 1250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므로 이를 차감한 3만2760원이 기준가격이 된다.

7월2일 현재 주식가격은 1만2850원. 따라서 주당 1만9910이나 모자란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당시 인수한 주식수는 1억3455만주에 달하므로 당장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전해줘야 하는 금액만 2조7000여억원에 이른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회사채로 빌린 자금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보전해야 하는 풋백옵션을 모두 합치면 3조3000여억원이나 된다.

만약 재무적 투자자들의 주식을 시장에 처분하지 않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모두 떠안는다고 가정하면 풋백옵션이 붙은 지분의 가격만 4조4000억원이 넘는다.

이런 규모의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연말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대우건설을 시장에 다시 내놓기에 이르렀다.

◆총수일가는 부수입 챙겼는데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박삼구 회장 등도 주식을 함께 매입했다.

또 박삼구 회장은 사무실도 대우건설 본사(옛 대우빌딩)로 옮기면서 대우건설 경영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대우건설 인수 당시 박 회장이 매입한 주식가격은 주당 2만550원에 불과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한 가격 2만6262원 및 당시 시가 2만2000원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이었다.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 역시 같은 가격으로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2007년 5월8일, 주당 2만4050원의 가격으로 이들이 가진 모든 주식을 금호산업에 되판다. 금호산업 지분율은 18.46%에서 18.52%로 상승했다.

이들 박씨 일가가 이렇게 거둔 매각차익은 모두 7억770만원이었다. 게다가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므로 이들의 배당금을 모두 합치면 1억110만원이다. 단 반년 만에 8억여원의 매각차익을 챙긴 것이었다.

◆이상한 유상감자까지 시도했지만

지난 2007년 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R설명회에서 2007년 목표를 "현금 1조9529억원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했기에 가능한 목표였다.

왜냐하면 2006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1982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벌어들인 현금을 통해 무려 885.2%나 현금유동성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본래 갖고 있던 현금유동성이 얼마 없었던 것이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풋백옵션의 부담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던 것. 그러다 결국 유상감자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상감자를 위한 자금은 대우빌딩을 매각해 마련하기로 했다.

2007년 유상감자 시 소각대금은 1주당 3만4000원이었다. 이 가격에 대해 금호그룹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산출기준인 회사주식의 최근 2개월 가중산술평균, 1개월 가중산술평균, 1주간 가중산술평균의 상술평균가격으로 계산된 금액인 2만6740원에 약 27%의 프리미엄을 적용해 결정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만4000원이라는 가격은 대우건설 인수가격 2만6262원을 3년 동안 연 9%의 복리로 계산한 가격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바로 풋백옵션 가격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당시의 유상감자에 대해 풋백옵션을 일부라도 털어버리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이때 대우건설이 쏟아 부은 유상소각 대금은 총 4614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앞서 유상감자를 위해 매각한 대우건설 본사 빌딩은 9600억원에 팔렸다. 그런데 2007년 당시 법인세비용이 3788억원 수준이었으므로 세금과 감자대금을 합치면 대우빌딩 매각이익도 거의 남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유상감자 후에 주가는 오히려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시 유상감자에서 총 441만6827주를 소각해 1501억7211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후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기도 하면서 대우건설의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뚜렷한 대응이 없었다.

◆대우건설, 3년 뒤 운명은 어디로

3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스스로 만든 '대우건설 인수자금의 함정'에서 자력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수조원의 자금을 들여가며 대우건설을 인수할 업체는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측에서는 금호생명 본사 빌딩이라도 팔아서 자금을 조금이라도 보탤 태세지만 반년 넘게 빌딩 매수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가장 큰 가능성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를 조성,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대우건설은 3년 만에 다시 금융기관 대주주를 맞게 된다.

아울러 앞으로 당분간은 비금융 대주주를 새 주인으로 다시 맞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년 뒤 대우건설의 운명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