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박삼구(64)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61) 화학부문 회장 부자(父子)가 금호석화 지분을 대량 매입할 때는 굿모닝신한과 브릿지증권 창구를 통했던 반면, 이번엔 우리증권에서 매수세가 폭발, 형제간 계열분리와 경영권 향배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의 지난 6일 증권사별 매매동향에서 우리증권이 25만주의 순매수(매수물량-매도물량)를 기록, 상위 1위를 나타냈다. 지난 2일 11만주, 3일 17만주에 이어 연속 3일째로 3일간의 매수물량 75만여주는 금호석화 지분의 3.0%(보통주 기준)에 해당한다.
우리증권을 통한 이 같은 대량 매수세는 6월 이후 증권사별 매매동향을 놓고 볼 때 근래 보기 드문 흐름이다. 당일 순매수 상위 2위 증권사에 비해서도 2~3배나 많았다. 이를 통해 금호석화는 나흘째 반등세를 이어갔다.
특정 세력이 우리증권 계좌를 통해 금호석화 주식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매매 동향이 흥미로운 것은 박찬구 회장 및 아들 장남인 박준경(31) 금호타이어 부장이 오너 일가의 `황금분할` 지분구도를 깨고 지분을 대폭 확대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고(故) 박인천 창업주 2세 중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2~4남 일가는 금호석화에 대해 오랫동안 동일한 지분을 보유했다. 창업주의 차남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철완(31)씨(아시아나항공 부장), 3남 박삼구 회장과 아들 세창(34)씨(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4남 박찬구 회장과 준경)씨 각각 10.01%씩이다. 금호산업(002990)(13,700원 250 -1.79%)도 마찬가지로 각각 6.11%를 소유했다.
`황금분할`이 깨진 것은 지난달 15일. 박찬구 회장과 준경씨가 15~26일 장내에서 금호석화 지분 3.8%(96만주), 박찬구 회장이 18~25일 2.0%(51만주) 등 총 5.8%(148만주)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박찬구 회장(7.30%)과 준경씨(8.51%) 부자는 금호석화 지분을 총 15.8%로 확대, 박삼구 회장 및 세창씨 부자와의 지분 격차를 5.8%포인트 차로 벌려놨다.
하지만 최근 우리증권을 통한 매수세 유입은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석화 지분을 대량 매입할 당시와는 분명 다르다.
박찬구 회장이 사들인 날은 굿모닝신한증권 창구에서 매수세가 폭발, 다른 증권사와는 압도적인 차로 당일 증권사별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준경씨의 경우는 브릿지증권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박찬구 회장 부자의 일별 매수 규모와 두 증권사의 매수 수량도 비슷해 부자가 이들 증권사 계좌를 통해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대량 매수세 유입은 박찬구 회장 부자 외의 또다른 개인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호그룹 48개 계열사(6월1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들의 지배구조는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양대 지주회사 체제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금호산업(002990)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36.8% 중 중 지분 19.03%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금호석화만 지배하면 그룹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금호석화는 그룹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셈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최근 매매동향에 대해 "기본적으로 개인 지분 변동에 대해서는 회사가 관여하지 않는다"며 "우리증권 창구를 통해 누군가가 집중 매집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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