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을 떠나다

입산

언러브드 2007. 7. 3. 08:09
등산이 아니고 입산이다.

산을 넘으니 다시 산을 만나고( 山外更見山 )
물을 건너니 또 물을 만나느니( 水外又逢水 )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가 말한 것처럼,

문을 열고 밖을 나서면 보이는 것이 산이고,

조금 걸어가면 만나는 것이 물인 우리나라의 지세 때문에 그러한지

산기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을 등산, 즉 ‘산을 오른다(登山)’고 하는데 반해서

입산 즉, ‘산으로 들어간다(入山)’ 고 했다.

그것은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산을 허전할 때 기대고 싶은 어떤 대상이거나 고향집 또는 놀이 공간 혹은

내 몸처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어떤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우리 옛 선인들은 산이라는 대상을 두고

관산(觀山). 유산(遊山). 요산(樂山)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것은 산을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고, 들어가 노닐기도 하고,

그러면서 즐기는 곳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선인들은 흐르는 물을 푸른 산과 빗대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이황(李滉)은 다음과 같은 시 한 편을 남겼다.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그치지 않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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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38일째 이다.

귀국날이 다가왔다.

내집 앞의 관악산은 잘 있는지...

이글(우리땅걷기 신정일님의 글이다)에서 처럼

나도  빨리 "입산"하여 산의 그 잊지못할 향기를 실컷 맡고 싶다 

 

"명태의 유산기"에 보다 많은 입산기를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