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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른삶 -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언러브드 2020. 8. 18. 13:03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정확한 답이 없는 것이 그, 물음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현인들이 그 해답을 풀고자 했지만

저마다 답이 다른 것은 하나의 우주로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가 정한 삶의 형태가 다르고 역시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임류林類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 거의 백 살이 되었는데, 봄이 되면 갖옷을 걸치고 추수가 끝난 밭이랑에서 이삭을 주으며 노래를 부르며 거닐고 있었다.

위나라로 가던 공자가 그를 바라보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저 노인은 더불어 얘기할만한 분일 것이니 가서 말을 건네 보아라.”

자공이 자청하여 밭으로 가서 그를 만나서 물었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후회한 일이 없으십니까?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니며 이삭만 줍고 계시니

임류는 발길을 멈추지도 않고 노래를 그치지도 않았다. 자공이 그에게 거듭 묻자 곧 허리를 젖히면서 대답하였다.

내가 무엇을 후회한단 말이요?”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젊어서는 행실을 닦지 아니하셨고, 장년이 되어서는 때를 다투지 않으셨고, 늙어서는 처자도 없습니다.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어서 이삭을 줍고 다니면서 노래를 하고 계십니까?

임류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즐거워하는 일은 사람들도 모두 지니고 있는 일이지만 그들은 반대로 근심으로 여기고 있지요. 젊어서는 힘써 행실을 닦지 아니하고 장년이 되어서는 때를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것이요. 늙어서는 처자 없이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그 때문에 이처럼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오.”

자공이 말했다.

오래 살려는 것은 사람들의 정이요, 죽음이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입니다. 선생께서는 죽음을 즐거움으로 여기고 계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임류가 말했다.

죽음과 삶은 한 번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요, 그러니 여기에서 죽는 자가 저쪽에서 탄생하지 않음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나는 그것이 서로 다른 것을 알고 있소. 나 또한 아귀다툼하며 삶을 추구하는 게 미혹된 일이 아님을 어찌 알겠소.?”

자공은 그 말을 듣고 그 뜻을 깨치지 못한 채 돌아와 그 말을 공자에게 고하였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그분을 더불어 얘기할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과연 그렇구나. 그러나 그는 터득은 하였지만 철저하지는 못하구나.”

<열자> 1천서에 실린 글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귀공명에만 눈이 멀어 근심 걱정을 항상 짊어지고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가?

아니면 가난하게 살지라도 부귀공명을 초월하여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세상을 내 것처럼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이 역시 저마다 다른 잣대로 재는 것이라서 다 다를 것이다.

임류를 두고서 열자는 공자의 말을 빌려 철저하지는 못한 사람일고 평했는데, 이 세상에 신이 아닌 이상, 어느 누가 철저하겠는가?

조금씩은 허술하게, 조금씩은 어눌하게, 그러나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