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노,병,죽음

모든 것이 평온한 시간은 언제 오는가?

언러브드 2019. 11. 4. 18:27


모든 것이 평온한 시간은 언제 오는가?

젊음의 시절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때면 세상의 모든 일에 놀라지 않고,

개의치 않고서 바라볼 수가 있을 것인가?

하고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내가 나자신에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갈수록 알수 없는 것이 그것이라는것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에 대한 해답을 헤르만 헤세로 부터 들었다.

나이 마흔과 쉰 사이의 십 년은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과 예술가들에게는 힘겨운 세월이다.

삶과 자기 자신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어렵고, 불안해서 종종 불만족에 시달리는 시기다.

그렇지만 그다음에는 평안한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그것을 나 자신한테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심하게 가슴앓이를 하는 젊음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나이를 먹는것과 성숙해 가는것에도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다.“

헤르만 헤세의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사색>에 실린 글이다.


나이를 먹어야 알 수 있다는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나이를 먹을수록 더 불안해지고, 쓸쓸한 것은 그 무슨 연유인가?

살아 갈수록 어려운 것이 삶이고,

그 삶은 시시각각 내 앞에 다른 삶을 펼쳐 놓고 나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말로는 아니, 생각으로도 내려놓고 또 내려놓아야 한다면서도,

내려 놓지 못하는 그 무엇, 그 무엇의 실체를 알지 못하고, 찾고 또 찾는 마음이여,

등불을 들고 내가 나를 찾는 그 세월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는데,......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