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노,병,죽음

꿈...

언러브드 2013. 7. 28. 09:40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 너의 꿈은 지금 어디 있는가? 그런 다음 고개를 휘휘 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월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가! 그리고 또 다시 묻습니다.

그래, 너는 이 세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너의 황금 같은 세월을 어디다 묻어버렸는가? 살아 있었던 거냐 아니냐?

 

 그런 다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조심하라고, 세상은 점점 냉혹해 지고 있어. 몇 년 더 지나면 또 우울한 고독이 뒤 따를 것이야.

목발을 짚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며 노년이 찾아오겠지, 그리고 그 뒤에는 우수와 권태가 뒤따를 것이야.

너의 환상 세계도 빛을 잃겠지. 그리고 꿈은 시들어 낙엽처럼 떨어지고 마침내 사라져 버리겠지......

 

 오, 나스쩬까! 혼자, 전적으로 혼자 남는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지요.

심지어 아쉬워할 것조차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든 것도, 지금의 모든 것도,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고 동그란 제로, 그저 한낱 꿈이었으니까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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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이면 ‘이제 나는 정상적인 삶을 시작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하고 현실적인 것에 대한 모든 감각과 모든 요령을 상실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스스로를 저주합니다.

왜냐하면 환상의 밤은 지나고 내게 이미 무시무시한 각성의 시간이 닥쳐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주변에서 삶의 회오리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북적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현실에서 사는 모습들이 보이고 들립니다. 분명히 보입니다.

그들의 삶은 주문된 삶, 꿈처럼 환영처럼 날아가 버리는 삶이 아니라는 것,

그들의 삶은 영원히 갱신되고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것, 단 한 시간도 다른 한 시간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

반면에 그림자와 이상한 노예,

갑자기 태양을 덮고 현실적인 뻬쩨르부르그의 심장을 우수로 짓누르는 맨 처음 먹구름의 노예인 비겁한 환상은

얼마나 우울하고 또 범속할 정도로 단조로운지 모릅니다.

뻬쩨르부르그 의 심장도 자신의 태양을 소중히 여깁니다.

 

하지만 우수 속에 무슨 환상이 있겠습니까! 환상도 마침내 지쳐버린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 ‘지칠 줄 모르는’ 환상도 영원한 긴장 속에서 쇠약해집니다.

누구나 어른이 되고 자신이 과거에 품었던 이상으로부터 벗어나게 마련이니까요.

그 이상들은 산산조각 부서져 가루가 됩니다. 만일 다른 삶이 없다면 그 부스러기를 가지고 다시 삶을 꾸며야 합니다.

그런데 영혼은 뭔가 다른 것을 원하고 또 요구합니다.!

그래서 몽상가는 부질없이 마치 재속을 헤집듯 자신의 낡은 몽상을 뒤척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