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노,병,죽음

죽음에 임하여 올리는 기도

언러브드 2013. 8. 24. 13:12

죽음에 임하여 올리는 기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 소리도 없이 다가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죽음을,누구나 감지하고는 있지만

그 죽음 앞에서 초현超然할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임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플라톤에게 친구가 물었다.

” 결국 자네의 필생의 대작인 <대화편>을 요약한다면 무엇이 되겠는가?“

플라톤은 웃으며 대답했다.

” 그것은 임종의 연습이겠지.“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당신의 죽음을 살게나.“

 

플라톤과는 다르지만 여성 작가 제인 로터는 임종하기 전에 딸 테사와 아들 라일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인생길을 가다 보면 장애물을 만나기 마련이란다. 하지만 그 장애물 자체가 곧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렴”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혹자는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마지막 중 다른 마지막이 더 이상 뒤따르지 않는 가장 마지막이 죽음이라고도 한다.

그 죽음은 항상 생 가까이에 있으며, 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 죽음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들이 있는데, 릴케는 그 죽음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옛날에는 누구든지 과일 속에 씨가 있듯이 인간은 모두 죽음이 자기의 몸뚱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는 작은 아이의 죽음, 어른에게는 커다란 어른의 죽음, 부인들은 뱃속에 그것을 간직하고 있었고

사내들은 두드러진 가슴 속에 그것을 달고 있었다. 어쨌든 죽음을 모두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에게 이상한 위엄과 조용한 자랑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당연한 일이면서도, 얼마나 장엄한 일인가, 그

런데, 릴케의 말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죽음을 회피하면서 천 년 만년 살 것처럼 착각하고 삶을 영위하고 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죽음 앞에서 올린 ‘릴케의 기도’가 가슴속에 조용하게 파문을 일으킨다.

“오, 주여! 각자 자기에게 고유한 죽음을 주시옵소서.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고 그 속에 사랑의 뜻과 슬픔을 가진 죽음을.”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