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노,병,죽음

유언 -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언러브드 2013. 4. 2. 18:23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그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인생은 그저 헤매다가

서로를 그리워하다 가는 것

 

.

.

.

.

.

.

 

이 분은 나의 부친과 같은 己未생으로

비록 출신지는 함남 홍원으로 부친과 달랐지만

일본 경응대학 예과 수료, 부친은 일본의대 예과를 수료,

경성대학 법문학부 졸업, 부친은 서울의대 졸업 등으로 교육배경이 비슷하다.

그 후 상공부국장, 한국은행 이사 등을 역임하고,

나중에는 유수한 사립대학의 경영대학원교수로 정년을 맞으신 분.


27년 전 당뇨병으로 첫 진단을 받았으나

혈당 조절을 제대로 받지 않아

88년 모대학병원에서 망막수술을 받았으나

결국은 시력을 되찾지 못하였다.

 

89년 11월 숨이 차서 지금은 없어진 중대부속 필동병원에

입원을 하여 여러 검사에서 온갖 당뇨병의 합병증이 모두 있었으며

안타깝게도 청력도 거의 소실되었다.

 

우리 병원에 왔을 때는

폐수종과 심한 빈혈, 영양상태가 극히 나빴고

벌써 노폐물 수치 BUN/creatinine 이 220/20.8mg%으로 무지하게 높았고,

늦어도 BUN/creatinine 이 100/10.0mg%이면

투석을 시작하여야 하나 환자의 거부로 지연된 것이다.

이런 환자들,

특히 인생의 말기에 실명한 환자들은 매사에 의욕이,

또 재할의 의지가 전혀 없어

따라서 환자를 보는 의사도 정말 괴롭다.

 

일단 응급으로 대퇴정맥에 혈관 도자를 꽂고

혈액투석을 시작하여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90년 초 혈관통로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혈액투석을 유지하였으나,

 

환자의 완강한 고집으로 식음을 전폐하여

입원한지 두 달 여 만에 심폐소생술 없이 돌아가셨다.

 

[출처] "灰色의 手記"|작성자 유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