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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 그림자. 정신의 문답 - 도연명

언러브드 2013. 4. 7. 12:06

도연명의 <육체. 그림자. 정신의 문답(形影神)

 

 

“귀한 자와 천한 자,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 모두가 아귀다툼하면서 삶을 아끼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미혹迷惑한 짓이다. 그러므로 육체(形)와 그림자(影)의 괴로움을 극도로 진술하고,

정신(神)의 자연에 대한 이해로서 그것을 풀이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 흥미를 지닌 군자들은 다 같이 그러한 마음을 알아 줄 것이다.

 

 

육체가 그림자에게

 

 

천지는 오래도록 존속하고

산천은 바뀌어지는 일 없다.

초목은 변함없는 섭리를 얻어

서리 이슬이 이것들을 꽃피우고 시들게 한다.

 

사람은 가장 신령스럽고 지혜롭다 하지만

그것이 이것들만 못하다,

그동안 세상에 살아 있는 듯 하다가도

어느덧 속절없이 사라져 간다.,

 

어이 깨달으리, 한 사람쯤 없어지는 것을!

친척이나 친구들도 어찌 오래 두고 생각하리!

다만 평생에 쓰던 물건만 남길 따름이니

이를 볼 때 심정만 처절해진다.

 

우리에게 신선술神仙術도 없으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은 의심할 여지없다.

바라건대 그대는 내 말 명심하고

술이 생기거든 구차히 사양하는 일 없도록 하게나.

 

 

그림자가 육체에게

 

사람이 있게 된데 대하여는 말할 수도 없고

삶은 지키는 일조차도 언제나 서툴러서 괴롭다.

진실로 곤륜산崑崙山 화산華山같은 선경仙境에 노닐고 싶지마는

까마득히 그곳으로 가는 길은 끊어져 있다.

 

그대와 함께 만나 함께 해온 이래로

슬픔과 기쁨을 달리해 본 일 없었다.

음달에 쉴 적에는 잠시 떨어진 듯 하다가

햇볕에만 나서면 끝내 서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공존共存도 영원하기 어려운 것이니

컴컴한 속으로 때가 오면 함께 없어져버릴 것이다.

몸이 죽으면 이름조차도 없어지는 것

이를 생각하면 가슴 속이 뜨거워진다.

 

선을 행하면 그 인택이 후세에까지 남는다는데,

어찌하여 스스로 힘을 다하지 않는가?

술은 근심을 없애준다고는 하지마는

이에 비기면 얼마나 졸렬한 것인가?

 

 

정신의 풀이

 

자연의 조화는 힘을 사사로이 쓰는 일 없고,

만 가지 이치는 수없이 엄연히 드러나 있다.

사람이 천, 인. 지(天人地)의 삼재三才 가운데 끼는 것은

어찌 내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대들과 비록 다른 물건이라고는 하지만

나면서부터 서로 붙어 의지하여 왔다.

서로 결탁하여 공존을 기뻐하여 왔으니

어찌 얘기해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삼황三皇은 위대한 성인이시자만

지금 어느 곳에 살고 있는가?

팽조烹調는 오래도록 살기를 좋아하였지만

영원히 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다 같이 죽을 것이니

현명하고 어리석음을 더 따질 수 없게 된다.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있으면 이런 것을 잊게 될 런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것은 목숨을 재촉하는 것이 아닌가?

 

누가 그대를 위하여 기리어 준단 말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삶을 해치는 짓이니

운명에 맡기어 되는 대로 살아감이 옳을 것이다.

세상의 위대한 변화 속에 물결치는 대로 따르면서

기뻐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이다.

 

응당히 다할 목숨이라면 그대로 다하게 둠으로써

홀로 많은 걱정 다시 하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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