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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마감하며 (부제 : 장례식비용)

언러브드 2012. 11. 18. 23:28

<생을 마감하며>

 

 

건강을 잃어 죽음에 이릅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부족한 점과 후회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저의 죽음이 확인되면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장사지내는 일은 모두 생략하고 시신을 바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해 주십시오

따라서 여정, 수의, 관 같은 장례용품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조문, 분향, 제사 지내는 일도 없기를 바랍니다

시신의 용도가 끝나고 화장 처리되면 분골을 산속에 흩날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가까이 함께하고 아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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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상을 떠난 방송사 KBS 간부의 유언장이다.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한 상세한 주문과 뜻을 담고 있다.

고인이 된 이는 죽음을 준비하던 지난해 3월 편지를 작성하고 한 동료에게 전달했다. 

편지는 고인의 유지대로 시신 기증과 화장 절차가 끝난 뒤 지인들에 공개됐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조용한 마무리는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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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장례 문화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상업화 형식화 돼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정작 망자에 대한 애도라는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

자신의 마지막 길도 잘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잘 모르지만 예의상 조문, 장례절차는 ‘업체’...‘영혼없는’ 장례식


지난 9일 서울 성북구의 한 장례식장. 여느 장례식장처럼 입구에 들어서면 상주명과 호실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깜빡이고 있었다.

7이라는 번호가 붙은 방에는 고인에게 향을 붙이고 절을 하는 빈소 칸이 마련돼 있었다.

건너편에서는 가족들이 까만 상복을 입고 모여있다. 한 켠에는 상조회사 직원들이 밥을 퍼며 대기중이다.

이날 회사 선배 외조모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이모씨(26)는 "회사 선배의 외조모인데 선배이름만 알지 상주 성함도 잘 모르고

고인 성함도 몰라서 난감했다"며 "호실을 여쭤봐 찾아갔지만 아는 분도 없어서 선배 '얼굴'을 찾아 한참 헤맸다"고 말했다. 

상주 이모씨(31)는 "외조모상에 회사직원들이 오는 게 고맙긴 하지만 되레 미안하다"며

"나도 친구 조부모 상에 방문하지 않는데 이런 장례문화가 맞는 건지 잘 판단이 안 선다"고 설명했다. 

또 "장례 준비도 상조회사 측에서 일체 진행해서 편하긴 하지만 확실히 '회사'를 쓰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며

"보내주신 화환도 많은데 그냥 버려질 걸 생각하면 아깝다"고 설명했다.


◇비싼 장례비용, 외국의 4배 가량...폭리 취하는 업체들

장례업체들의 폭리, 강매 등 '횡포'도 심각하다. 

지난달 30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장례관련고충민원건수는 2009년 1123건에서 2010년 1070건, 2011년 1509건으로

해마다 증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서도 물품 폭리 및 강매와 현금결제 강요 등의 사례가 다수 접수돼

권익위는 장례식장 물품 강매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식장을 처벌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또 지난해 10월 진행된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간 장례식장 비용 차이가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 대학병원 장례식장의 경우 13만원 상당의 생화제단을 120만원에 강매하고 관·장의버스 등 대부분의 물품을 폭리로 강매하는 등

유사한 행태가 팽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품 낀 장례비용으로 인한 ‘가계부담’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장례비용은 화장할 경우 1390만원,

매장을 한 경우 1916만원에 달하며 이는 해외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장사정보사이트 'e하늘'의 장례시설 및 용품 검색을 이용해보면 각 업체 및 장례식장 마다 비용을 비교해볼 수 있다.

수의는 1만 8000원~460만원, 관 5만원 ~290만원, 빈소사용료가 하루 최소 48만원~386만원으로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조회사에 대한 관리 감독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로 상조회사의 부도, 환급지연, 연락두절 등의 이유로 납입한 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많다.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계약 사업자(상조회사)는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고객이 납입한 선수금의 30% 이상을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 보전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9일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상조회사 209곳 중 35개 업체가 법정 선수금 비율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상조회사들이 부도가 나거나 등록취소를 할 경우 가입 고객에게 그 피해가 고스라니 돌아갈 위험이 크다.


◇보이기 위한 장례는 그만...'고인 애도' 본연의 취지 되새겨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례문화 문제해결을 위해 '고인을 애도하는' 장례식 본연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산철 늘푸른장사문화원장(52)은 "전통적으로 고인의 집에서 지내는 장례는

고인을 직접적으로 아는 마을공동체가 장례 준비과정부터 참여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며

"일련의 절차를 '업체'에 위탁하고 잘 알지 못하면서 예의상 방문해 의례적으로 잠시 앉아있다가는 요즘 문화와는

'진정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지금처럼 장례식장에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발인 전에 고인을 기념하는 영상을 틀고

삶의 연대기를 낭독하는 등 고인의 '삶'을 추억하고 함께 기릴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된다"며

"정형화된 형식에 치우치기보다 각자의 형편에 맞는 방식으로 고인을 진심으로 기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진 건양대 겸임교수(60)는 "한번 쓰고 태울 관이 수백만원에 달하고 운구차는 리무진,

그리고 비싼 묘지와 장식 등은 산 사람이 '나 이렇게 잘 됐네'하는 허례허식의 성격이 강하다"며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평소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길'에 대해 생각하고 가족들에게 뜻을 전달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며

"값비싼 수의대신 즐겨 입던 청바지나 티셔츠 등 평상복을 입고, 더 검소하고 의미있게 마지막 길을 떠날 수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방식'의 장례 대안이 있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 트위터 계정 @zew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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