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대우건설 매각 협상 ‘미궁’ 속으로

언러브드 2009. 11. 26. 12:40

세계일보 11/25 22:45

 産銀, 주간사 돌연 철회… 의혹 증폭

대우건설(주가,차트) 매각협상이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3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복수로 선정돼 의혹을 낳더니, 24일엔 돌연 산업은행이 매각주간사 철회를 선언해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인수자의 실체와 자금조달 계획, 인수 목적 등이 불분명하다는 대우건설(주가,차트) 노조 측 주장과 맞물리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우건설(주가,차트) 매각이 이처럼 ‘수상한’ 과정을 거쳐 결국 부실�졸속으로 처리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된 상태다.

◆산업은행 변심 배경= 의혹의 중심엔 산은이 있다. 인수자 선정을 앞두고 매각주간사가 갑자기 역할을 포기하는 경우는 인수합병(M&A)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산은의 이번 결정은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싸게 사려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매각이 성사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든다.

산은은 물론 이런 우려를 일축한다. 오히려 “매각주간사를 자진포기한 것은 이해상충 논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조치로, 대우건설(주가,차트)의 연내 매각을 확실히 매듭짓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해상충’이란 대목은 향후 금융지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실제 금융계에선 산은이 대우건설(주가,차트) 매각을 위해 특정 후보와 금융조건 등을 이면합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매각주간사 철회시점과 발표시점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산은에 따르면 매각주간사 자진철회 시점은 지난 18일이다. 이때는 대우건설(주가,차트) 본입찰이 마감된 날이다. 반면 산은은 대우건설(주가,차트)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하루가 더 지나서야 자진철회 사실을 공개했다. 무려 6일간의 시차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산은은 본입찰이 마감된 순간부터 인수주체의 자금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 매각주간사 자격을 포기하고 서둘러 인수금융 지원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본입찰 마감 뒤 6일간 인수 참여자들과 금융지원 문제를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직후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투자자로 판단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매각에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도 인수참여자들과의 사전조율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부실�졸속 매각 우려= 매각주간사를 포기한 산은이 향후 인수금융 지원을 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금융계 쪽에선 이미 이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을 통해 지원자금을 마련하거나 대우건설(주가,차트) 지분(50%+1주)을 담보로 인수자에게 대출을 해 줄 것이란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산은이 1조원 이상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이 문제는 특혜 시비로 번져가고 있다. 총 3조원으로 추산되는 대우건설(주가,차트) 매각대금의 30%가량을 지원해 주는 조건이라면 국내 기업들도 대우건설(주가,차트) 입찰에 적극 참여했을 상황인데, 왜 뒤늦게 외국계 자본에만 금융지원을 하느냐는 것이다.

의혹이 증폭되면서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는 외국계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지만, 실체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환은행(주가,차트)과 극동건설을 샀던 론스타가 기업매각을 통해 시세차익에만 열을 내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대우건설 매각도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의 M&A 과정이라면 산은이 얼마든지 금융지원자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매각주간사라는 특수입장까지 포기한 채 외국자본에 인수금융 지원을 한다는 것은 시장의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싼 주요 쟁점
쟁점 노조 입장 및 의혹 금호아시아나�산업은행
입장
인수
주체
●자베즈파트너스 컨소시엄 실체 의심스러움 ●자베즈파트너스의 주요 투자자는 UAE 아부다비투자공사
●TR아메리카의 주요 투자자는 티시만
인수
목적
●2곳 모두 ‘먹튀성’ 투기자본 ●선협상대상 2곳 모두 중동�북미시장서 시너지효과 기대
●예비실사 때 강한 인수의지를 보임
복수
선정
●인수내정된 상태
●나머지 한곳은 들러리 가능성
●복수 선정은 M&A 과정서 건전한 경쟁 유도
●협상력 높일수 있음
자금
조달
●본입찰 전후 인수금융지원 조건 이면합의 가능성
●총매각대금의 30%수준인 1조원 금융지원 예상
●금융지원 여부 확정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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