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대우건설 FI-채권단 협상 치킨게임으로 치닫나

언러브드 2010. 1. 23. 09:06
.....채권단 FI 제안에 부정적..금호 동의부터 받아야
`대우건설 매각 이익 공유하겠다` 당근책도 제시
입력 : 2010.01.22 17:10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금호산업 워크아웃 방안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간 기싸움이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

채권단은 대우건설 FI들이 제시한 금호산업 유상증자 방안은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신 대우건설 FI들에게 돌아갈 파이를 더 주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않은 협상 시한도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채권단, FI 제안에 부정적

FI들이 제안한 금호산업 유동성 개선방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채권단 입장은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22일 FI안에 대해 "(금호 구조조정의) 방향과 원칙을 바꾸기는 이르다"며 "원칙을 고수하면서 안이 확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원칙은 기존방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이날 보도자료에서 "FI들의 대안이 금호그룹 회생에 도움이 된다면 오픈 마인드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대우건설 FI들을 보듬고 가겠다는 일종의 수사(修辭)에 가까운 분위기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FI안에 부정적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FI들이 2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을 건전한 투자자들로부터 안전하게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둘째로 금호그룹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게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측 입장이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규자금 지원 등으로 금호그룹에 FI안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할 입장도 아니고 그럴 의향도 없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뿐 아니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 6개 주력계열사중 4개를 토해내야 하는 방안을 금호그룹측이 자율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 `대우건설 매각이익 공유하겠다`

대신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건설 매각이익을 FI들과 공유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산업은행이 주도한 PEF(사모펀드)가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을 1만8000원에 우선 사주고 나중에 매각할 때 차익 일부를 FI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것.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이 동부메탈 매각 협상을 진행할 당시 산업은행이 제시했던 언아웃(Earn-out) 방식 매각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FI 관계자는 "최근 산업은행과 지분매각 협상 때 FI들이 언아웃 방식의 매각을 산업은행에 요구했지만 담당 부행장이 `절대 안된다`는 대답을 했었다"며 "결국 FI들이 세게 나오니 들어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FI와 산업은행간 이견차가 커 이런 당근책만으로 FI들을 달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비은행계 FI들이 산업은행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자본잠식 상황을 막기 위해 이달말까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FI들을 압박하고 있다.

FI들이 금호산업 유동성 개선방안을 제시했던 21일 회의에서도 서로간 입장차만 확인했으며 다음 협상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급한 쪽이 먼저 회의를 열자고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