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대우건설과 금호, 파멸로 치달은 동거(3)

언러브드 2009. 11. 24. 13:57

파국… 또 다시 예고되는 파국

상처를 입은 곳은 대우건설만이 아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인수 후유증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대한통운을 인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거세게 불어닥쳤다. 두 거대기업(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로 인한 이자부담이 더욱 커졌다.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풋백옵션 조항은 점차 그룹의 미래를 옥죄기 시작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건설경기 급랭으로 인해 회복될 줄을 몰랐다. 이대로라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FI들에게 갚아야 할 돈은 무려 4조 원이 넘을 지경이었다. 대한통운 인수에 쓴 자금을 송두리째 다시 끌어 댕겨도 당장 닥친 유동성 위기를 넘기에도 급급했다. 경기한파와 무리한 차입은 그룹의 주축이던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계열사 재무제표 악화로 이어졌다.

점점 시장에서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금호그룹은 절단났다. 만기 돌아오는 어음들을 못 갚아서 산은이 대신 메워준다. 사채시장을 전전한다는 기업 리스트에 금호 계열사가 올랐다"는 등의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근거를 알기 어려운 소문은 다시 그룹을 옥죄어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우건설의 동거는 숱한 후유증을 남기며 끝났다. 상처입은 자는 대우건설 노동자만이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치명적인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 ⓒ연합뉴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6월 28일, 인수 2년 8개월 만에 대우건설 재매각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사옥과 금호생명까지 시장에 내놓았으나 풋백옵션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리한 인수의 결말이었다.

금호아시아나는 곧 이어 수장을 잃는 지경에까지 처했다. 두 그룹 인수를 강하게 추진한 박삼구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에 벌어진 갈등은 '화목함'으로 선전되던 금호 특유의 형제경영의 어이없는 종말로 매듭지어졌다.

서둘러 매각 대상 기업을 물색하기 시작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마침내 지난 23일, 5개월 간의 물밑작업 결과를 발표했다. 자베즈 파트너스(Jabez Partners) 컨소시엄과 TR 아메리카 컨소시엄 두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인수자격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단 두 곳의 정체부터 모호하다. 자베즈 파트너스는 국내 금융기관이 주도한 컨소시엄으로, 아랍에미리트 국부 펀드를 끌어들였다고 알려졌으나 노조의 확인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심지어 국내 어떤 금융기관이 주축인지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TR 아메리카는 재미동포 사업가 문정민 회장의 AC개발(AC Development)이 주축인 컨소시엄으로, 엉뚱하게도 처음 입찰 신청 당시 파산기업인 HRH건설을 컨소시엄에 끌어다 놓아 문제를 일으켰다. 뒤늦게 TR 아메리카는 미국 뉴욕의 지역 건설업체인 티시먼 건설(Tishman Construction)을 새 얼굴로 내세웠으나, 이 회사가 컨소시엄에 얼만큼의 자금을 투자했느냐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대우건설 노조와 일부 정치권 인사, 시민단체들은 대우건설이 또 다른 '먹튀'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싱가포르 정부가 투자한 테마섹은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일삼았고, 인도에서 이동통신사에도 '먹튀' 행위를 했다"며 "국부펀드가 사회적 책임투자를 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결국 인수 주체로 나선 이들의 정체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는 점, 펀드는 결국 일정 수준의 인수차익을 노릴 수밖에 없다는 속성을 감안하면 원전개발 기술 등을 가진 대우건설 인수 주체로는 부적격이라는 평가다.

거슬러 올라가면 대우건설이 겪은 질곡의 역사는 결국 외환위기, 그리고 이로 인해 드러난 '황제식 재벌경영'의 폐해에서 시작됐다. 마치 이를 해결할 구세주인양 한국시장을 휘젓고 다닌 외국계 자본은 숱한 사례에서 확인되듯 후유증만 더 키웠다. 산업자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상하이차는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도 결국 실패로 드러났다. 금호와 산업은행이 선택한 새로운 인수후보들은 지난 10여 년의 기업 인수합병 사례로 미뤄볼 때, 최악의 후보군이다.

"산은이 대우건설의 자율경영을 보장하면 더욱 우량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매각은 그 이후"라고 대우건설 노동자들은 이날도 금호아시아나 퍼스트 타워(First Tower) 앞에서 촛불을 든다. 그리고 이들은 철야농성을 위해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 15일 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