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팁(Tip)

[스크랩] 서안~우르무치~카시카르~예쳉~일릭

언러브드 2009. 4. 28. 19:48

○서안~우르무치~카시카르~예쳉~일릭○

 

 


   - 그 많은 포플러는 누가 심었을까

 

 ◇ 사막화의 영향으로 사라져간 마을 흔적이 가끔 눈에 띈다.

 

얼마쯤 갔는지 터널이 많은 지역이 나오고 계곡을 따라 철도가 이어져 있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잠시 후에 무지개가 찬연히 빛나는 게 아닌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초원지대가 나타나고 나무 한 그루 없이 풀만 나있는 아름다운 산들을 감돌아 오른다. 기차는 어느덧 3000m가 되는 고개를 넘어선다. 멀리 산마루에는 하얀 눈들이 쌓여 있고 그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이 문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K2 북면 고원을 탐사하게 되었다. 2001년 곤륜산맥에 이어 두 번째 탐사가 되는 셈이다.
모두 12명이 한 팀이 되어 2003년 7월 25일부터 8월 15일까지 22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중국에서 체류한 것이 22일이고 국내에서 지낸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7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총 24일의 일정이 된다. 사스 문제로 서안까지의 항공노선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으나 다행히 며칠 전부터 노선이 재개되어 중국 동방항공편으로 서안에 갈 수 있었다. 인천에서 서안까지는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공항에 가이드가 나와 있지 않아 애를 먹고, 카트 사용하는데도 돈을 내라고 해서 더운 날씨와 함께 짜증이 났다. 나중에 박동원이라는 조선족 가이드가 나와 안내를 했다. 서안에서 우르무치까지는 기차로 가게 돼 있어서 저녁을 먹고 역으로 갔다. 짐이 많아 이를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 일릭을 출발한 낙타 무리가 강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 검은 산 너머로 뜨는 무지개

중국의 기차는 장거리 여행용이므로 침대칸이 많다. 침대칸은 4인 1실과 6인 1실이 있는데 전자인 4인 1실이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특실인 모양이다. 그래서 역에 대합실이 따로 있고 시설도 훨씬 좋은 편이다.  우리는 6인 1실 표를 샀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 4인 1실 대기실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밤 11시가 넘어 출발하는 기차여서 주변의 풍경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기차 내부는 꽤 깨끗하고 침대 겸 좌석이 3개씩 마주보고 있다. 4인실은 복도와 침대 사이에 문이 있고 6인실은 없었다. 26일 아침에 눈을 뜨니 기차는 ‘롱시’라는 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준 사막지역으로 옥수수·감자 등을 재배하고 있고 포플러가 많아 보였다. 그 동안 중국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포플러가 등장하면 대체로 건조지역이면서 사람이 사는 곳이다. 곧 수확기에 접어든 광대한 보리밭이 보인다. 워낙 광활한 대륙이라 그런지 서너 시간을 달려도 경관이 별로 변하는 것이 없다. 사막과 오아시스 농업지역이 번갈아 나타나 지루할 정도다. 우연히 우르무치 여행을 간다는 한국인 젊은이 둘을 만났다. 중국말도 잘하고 중국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한다. 우르무치까지는 무려 35시간의 여정이기 때문에 기차에서 밤을 두 번 보내야 한다.


흔들림에 못 이겨 눈을 뜨니 창 밖으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하늘이 참 깨끗해 별들이 마치 물에 잠긴 듯하다. 유전지대인지 많은 저유 탱크와 기름 퍼 올리는 기계들이 보인다. 이 쓸모 없는 사막이 유전이니 복도 많지…. 이윽고 끝없는 사막 지평선에서 해가 떠오르는데 눈이 부시다. 태양이 너무 밝아 맨눈으로 쳐다볼 수가 없다. 기차는 마냥 달리는데 어디쯤 와 있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투루판 역에서는 과일을 파는 리어카들이 있었다. 하미멜론을 사서 먹었는데 값도 싸고 맛도 좋았다. 투루판에서 우르무치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우르무치 역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역을 빠져나가는 거리가 멀어 짐을 끌고 가기 어려웠는데 짐꾼들이 많이 나와 있어 이들을 이용했다. 카고백 하나에 5원(750원)씩 주기로 하고 역을 빠져 나왔다. 위구르 인 영어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카시카르까지 또 기차를 타고 가야 하므로 짐을 보관소에 맡기고, 잠시 시내 구경을 한 다음 점심까지 먹은 후에야 기차에 몸을 실었다. 우르무치에서 카시카르 가는 기차는 구조가 조금 달랐다. 2층 구조인 상옥과 하옥으로 되어 있고 한 실에 침대가 두 개씩 마주보는 형태다.


기차 내부는 비교적 쾌적했다. 다행이 내가 탄 방은 유리가 깨끗해서 사진 찍기가 좋았다. 아름다운 경치는 많은데 무심한 기차는 그저 달리기만 하니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투루판까지 되돌아 온 다음에 철도가 갈라진다. 여기서부터 끝없는 사막을 달리게 되는데 왼쪽은 지평선만 보이는 아득한 사막이고 오른쪽은 산이지만 풀 한 포기 없는 골산(骨山)에다 석탄처럼 시커먼 산이다. 이 지역의 산들이 대부분 붉은 색이거나 갈색 산인데 이 부근은 유별나게 검은 산이다. 오래 전에는 사람들이 살았는지 주택의 흔적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얼마쯤 갔는지 터널이 많은 지역이 나오고 계곡을 따라 철도가 이어져 있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잠시 후에 무지개가 찬연히 빛나는 게 아닌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초원지대가 나타나고 나무 한 그루 없이 풀만 나있는 아름다운 산들을 감돌아 오른다. 기차는 어느덧 3000m가 되는 고개를 넘어선다.
멀리 산마루에는 하얀 눈들이 쌓여 있고 그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이 문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우르무치에서 카시카르까지 가는 길 중에선 여기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우르무치에서 카시카르까지는 약 24시간 정도 걸려 하룻밤은 기차에서 자야 한다.

 

나도 모르게 잠든 사이 뇌성벽력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깨었다. 멀리서 번갯불이 30초가 멀다하고 계속 번쩍였다. 사막에도 폭우가 내리고 번개가 치는구나 생각하니 신기했다. 아침이 되자 사막에는 비온 흔적만 남고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 ‘악수’라는 곳에 가까워지니 초원이 자주 등장하고 강줄기도 나타난다.
포플러가 보이고 경작지도 나타나며 양떼도 등장한다. 또 드넓은 목화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사막에 강이 있다는 것은 멀지 않은 곳에 반드시 만년설을 안고 있는 설산이 있다는 증거다.  역시 저 멀리 흰 봉우리들이 보인다.

 

카시카르가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트럭도 지나가고 공사 현장도 더러 눈에 띄었다. 호수와 평원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것뿐인가. 눈에 익은 흙집이 나타나고 그 빈도수가 잦아지더니 포도밭이 보인다. 그리고는 끝없는 포플러 숲, 드디어 카시카르에 다 온 것이다. 산길을 넘고 돌면 무엇이 나올까  카시카르는 몰라보게 변했다. 불과 2년 동안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 낯선 건물들이 거리에 수두룩하다. 온 시가지가 공사현장이라 할만큼 곳곳이 공사 중이다. 사람들의 차림새도 많이 변했다.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청바지에 배꼽티도 입을 정도니 변화의 속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 나중에 겪은 일이지만 사원에 반바지 차림의 여자들이 들어가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역에서 유수프라는 위구르 인 가이드를 만나 호텔로 갔다. 방을 배정하고 여장을 푼 뒤 곧바로 시장으로 갔다. 우리에게 필요한 주부식은 이곳에서 구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후라 그런지 야채의 신선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온갖 채소가 풍부하다. 역시 농산물 가격은 저렴했다. 저녁식사 후 김치를 담고 주부식을 정리했다.

 

다음날인 7월 29일, 식사를 마친 후 여행사에 가서 트럭에 각종 막영구와 취사장비, 그리고 우리의 카고백을 싣고 사람은 3대의 지프에 나누어 탄 다음 예쳉을 향해 출발했다. 시간은 이미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예쳉까지는 차로 4시간 반쯤 걸리는 거리다.  도중에 야르켄트에 들려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했으나 운전수의 실수로 지나쳐버리는 바람에 보스캄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 사람들이 가장 즐겨하는 음식이 국수와 카밥인데 국수는 토마토·피망·양고기에 국수를 만 것이고, 카밥은 양고기 꼬치구이로 양파와 계란이 주요 양념으로 사용된다.


예쳉까지 가는 길도 역시 사막이다. 포플러가 유별나게 많다. 도대체 저 많은 포플러를 누가 다 심었을까. 가는 곳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끝도 없이 전개된다. 포플러 숲은 이 지방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닌가 싶다. 도로변에 심어져 있어 마치 가로수 같기도 하다. 주변에 사람들이 사는 집도 많다. 장날인지 온 식구가 당나귀 수레를 타고 달리는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어느 지역을 지나다 보니 엄청난 당나귀 수레와 양떼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들끓고 있었다. 구경도 못하고 지나치니 무척 아쉬웠다.


중간에 차를 멈추고 길가에서 수박을 몇 통 사먹었는데 맛이 그만이다. 이쪽에서 나는 과일은 포도·수박·복숭아·멜론 등으로 모두 일조량이 많아서인지 맛이 참 좋다. 차에 올라 다시 달려보아도 사막은 끝이 없다. 길 양옆에 보이는 사막 여기저기서 회오리바람 이는 모습이 보인다. 예쳉은 인구 15만 정도의 위구르 인이 주로 사는 도시다. 거리가 제법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가 머문 호텔은 전력공사와 관련이 있는지 이름이 전력빈관(電力賓館)이었다. 이 지역에서 외국인들이 묵을 수 있는 호텔은 정해져 있다.

 

우리의 여관급에 속하는 초대소나 일반 빈관(賓館)에서는 우리 여행객이 묵을 수 없다고 한다. 호텔에 ‘군인 우선’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걸 보면 이 지역에서 군인들의 위세를 알만하다. 투숙객 중의 상당수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다. 짐을 풀고 미처 구매하지 못한 식품을 사러 시장에 갔는데 규모가 꽤 크다. 과일과 밀가루 등을 구입했다. 가격은 역시 싼 편이었다. 저녁식사 후 삼륜차(자전거 뒤에 리어카를 매단 차)를 타고 시장 속에 자리 잡은 주다모스크(이슬람 사원)를 관람했다. 내부는 볼 수 없다기에 외양만 구경했다. 유수프가 카밥에 생맥주를 한턱 사는 바람에 위구르 풍속이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 예쳉까지 가는 길은 사막과 오아시스가 번갈아 나타난다. 사막의 회오리는 이곳의 볼거리다.


  - 무덤을 뜻하는 마자고개

7월 30일에는 새벽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6시에 출발했다.  사실 이곳은 북경과 2시간 시차가 나는 곳이지만 중국은 표준시를 하나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쓰는 시간이 따로 있고 공식행사에서만 북경시간을 쓴다. 따라서 9시가 넘어 해가 지고 10시가 넘어야 어두워진다. 어쨌든 아침 6시는 깜깜하다. 처음엔 포장된 도로가 계속 되다가 한참 지나면 비포장이다. 오아시스와 사막이 번갈아 나타나다가 고갯길을 만난다. 산비탈을 따라 구불구불 나있는 길이 장관이다. 고갯마루를 이곳 말로 마자고개라고 하는데 마자는 무덤을 뜻한다고 하며, 높이는 고도계 상으로 3200m쯤 된다.


이곳에 이르렀을 때 마침 해가 떠올라 멀리 보이는 산들과 내려가는 길이 보기 드문 광경을 이루었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계속 진행하자 공사 중인 도로가 나타나는데 험하기 짝이 없다. 원래 조그만 길이 있었던 모양이나 그 길을 새로 확장하느라 곳곳을 파헤치고 무너뜨려 놓아서 거의 길이라고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차들이 오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엄청난 먼지에 숨이 막힐 지경이고 차가 얼마나 요동을 치는지 살도 별로 없는 궁둥이가 뭉개질 판이다. 툭하면 이삼십 분을 멈춰 서고 때로는 몇 시간씩 차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빙하 녹은 물에 도로가 유실되었거나 공사로 길이 막히면 길이 트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250여㎞를 18시간 만에야 통과할 수 있었다. 중간에 사람 사는 마을이 딱 하나 있고 이곳에 군 초소가 있다. 명단과 여권을 확인하고 통과할 수 있었다.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오르다 보면 높이 4900m의 고개에 이른다. 고개가 가까워질 무렵부터 도로공사가 완결되어 상태가 좋은 편이다. 비록 비포장이지만 2차선 정도의 도로이고 시속 60㎞ 정도로는 달린다. 주변 풍경이 장엄한 것은 물론 산마루에도 흰눈이 쌓여 있다. 바람이 차가워 차창을 열기가 싫다.

 

운전기사하곤 한마디 말도 통하지 않는 바람에 가끔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유수프는 트럭을 타고 갔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운전사는 왜 그리 담배를 피워 대는지….
고개를 넘어갈 무렵 해가 졌다. 차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쉬지 않고 내려간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깜깜한 산길을 하염없이 내려가려니 정말 지루하다. 이윽고 마자르에 도착했는데 먼저 간 사람들은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위구르 국수를 주문해서 먹고 다시 지프에 올랐다.
여기서 일릭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차는 캄캄한 밤길을 꽤나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길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길가로 급히 흐르는 강물이 헤드라이트 불빛에 간간이 보이기도 했다. 주변 모습을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검문소가 나왔다. 차에서 내려 여권을 보여주고 신분 확인을 받았다. 벌써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차가 한 대 고장 나는 통에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일릭에 이르러 텐트를 치고 숙영준비를 마치니 새벽 2시 반이 넘어 있었다.

출처 : 산들바람의 세상구경
글쓴이 : 산들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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