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노,병,죽음

짧아져 가는 인생

언러브드 2007. 8. 24. 08:51

중국의 방랑자인 명료자에게 친구가 찾아와 머리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그 어느 것에도 거리낌이 없는 지금의 명료자의 생활을 부러워하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자네는 정말로 걱정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이 세상의 부귀富貴와 권세權勢와 명예名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일들일세.
가끔 백발의 노인이 관직官職을 위해서 허리를 굽신거리며 다니는 것을 보는데, 그 관직에 매 달려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일세.
어느 때 관직을 떠나는 날이면 눈살을 찌푸리며 아쉬운 표정을 하거든,
거마車馬의 준비가 되었는가 물어 보면서
떠나는 발걸음이 느리단 말일세.
성문城門을 지나면서도 아직 뒤를 돌아본단 말야.
시골에 내려와서도 벼와 삼(麻)과 콩을 심으며,
농사를 지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나 깨나 서울에서 무슨 소리나 없는가 하고 기다릴 것일세.
그렇지 않으면 벼슬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해 보기도 하고,
이런 생각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가슴 속에 왔다 갔다 한단 말일세.
때로는 관직에 다시 돌아오라는 왕명王命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도착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이미 눈을 감은지 몇 시간 뒤에 도착하는 수도 있지,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자네는 정말 좋은 때에 이런 어리석은 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으니,
어떻게 수양을 했는가?”

이 물음에 명료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 나는 조용히 인생을 생각해 보았네,
인생을 비극悲劇이라고 눈을 뜬 것 같았네.
하늘을 쳐다보고 어떻게 저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가 바쁜 사람들처럼
밤낮 서쪽으로 밀려가는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네.
오늘이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내일이 오긴 하지만 이미 그것은 오늘이 아니란 말일세.
이 해가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다음 해가 있긴 하지만 이미 그건 지금의 해가 아니란 말이야.
대자연大自然의 날은 계속 펼쳐 나가지만
내 인생의 날은 나날이 짧아져 가지.
나에게 속한 시간이란 3만 6천 날뿐이야.
그 끝을 알 수 없는 대자연의 영원한 흐름,
즉 세월이란 것도 나에게 속한 해는 고작 백년뿐이거든,
그뿐 아니라 백이니 3만 6천이니 하는 것도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고,
그날과 해 가운데에서 대부분은 나쁜 날씨에 슬픔과 걱정과 또 이럭저럭 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리네.
아름다운 날씨에 벗들과 즐기며, 달 밝고 바람 시원한데
우리의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음악과 노래와 술이 있어
자신을 즐기며 보내는 때가 인생에 몇 순간이나 있는가? ”

간절히 원해도 그 원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생을 살다가는 나그네가 우리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란 착각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을 벌리고 그리고 후회하지는 않는 것인지,
내 인생의 나날은 나날이 짧아져 갈 뿐만 아니라 어쩌면 지금 곧 끝날지도 모르는데, 과연 언제쯤 내가 행복하다고, 이만큼이면 되었다고 느낄 날이 정녕 오기는 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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