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혈압 140/90㎜Hg 미만으로 관리하면 문제 없어

언러브드 2014. 8. 16. 10:57


"혈압 140/90㎜Hg 미만으로 관리하면 문제 없어"

수정: 2014.06.26 22:48
등록: 2014.06.25 18:26

세계 고혈압학회서 기준 단순화 80세 이상은 150/90이 가이드라인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은 국민병, 30세 이상 성인 31.5%가 환자

술·담배 끊기 등 9대 수칙 지키면 약 1개와 맞먹는 혈압 강하 효과

김종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강동경희대병원 심장 혈관 내과 교수)

고혈압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치명적이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뇌졸중, 뇌경색, 안구 내 출혈, 시력손상, 발기부전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 ‘소리 없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31.5%(2012년 국민영양조사)가 고혈압 환자일 정도로 대표적인 국민병이다. 2010년(28.99%), 2011년(30.8%)보다 더 높아졌다. 진료비도 주요 만성질환 가운데 가장 많은 2조2,811억원이다.

그런데 본인이 고혈압 환자인데도 이를 모르는 경우가 44%이고, 환자의 60.7%만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2012년 국민영양조사). 김종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 내과 교수)은 “고혈압은 완치 개념이 없고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질환인데도 혈압을 정상 수준으로 관리하는 환자가 40%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140/90㎜Hg 이하로 관리하면 문제없어

고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며 피를 뿜을 때 혈압(수축기 혈압ㆍ최고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심장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을 때 혈압(확장기 혈압ㆍ최저 혈압)이 90㎜Hg인 경우를 말한다. 다만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수축기 혈압 150㎜Hg / 확장기 혈압 90㎜Hg 이내로 유지하면 괜찮다는 것으로 우리와 미국, 유럽 고혈압학회에서는 인정했다.

대한고혈압학회(2013년)뿐만 아니라 미국합동조사위원회(JNCㆍ2014년)와 유럽고혈압학회(ESHㆍ2013년) 등은 고혈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자 고혈압의 정의를 이처럼 단순화했다. 지난 13~16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유럽고혈압학회(ESH)와 세계고혈압학회(ISH) 공동학술대회 ‘하이퍼텐션(고혈압) 2014’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혈압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고혈압의 안정적인 치료와 합병증 조절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그런데 일본의 일부 학회는 최근 고혈압 기준을 완화했다. 일본건강검진학회ㆍ건강보험조합연합회 등은 2011년 건강검진을 받은 150만명 가운데 아무런 질병이 없는 건강한 남녀 1만여명의 검사치로 새 정상 기준치를 만들었다. 암 등의 병력이 없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는 등의 기준을 충족한 ‘초(超)건강인’ 1만~1만5,000명의 검사치를 성ㆍ연령별로 분석해 만든 것이다. 고혈압 기준을 ‘수축기 혈압 130㎜Hg 미만~확장기 혈압 85㎜Hg 미만’에서 ‘147㎜Hg 미만~94㎜Hg 미만’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일본고혈압학회는 최고 혈압 140㎜Hg 이상, 최저 혈압 90㎜Hg 이상을 고혈압 진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종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고혈압 치료 목표 기준을 단순화한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140/90㎜Hg 미만으로 혈압을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단독 요법을 우선하되 심하면 병행 요법으로

당뇨병의 정의가 단순화됐을 뿐만 아니라 치료법도 간단해졌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지난해 11월 정한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베타차단제와 ACE억제제(혹은 안지오텐신 차단체), 칼슘 차단제, 이뇨제 등 4가지 종류를 모두 허용했다. 학회는 2006년 영국국립보건연구원(NICE)이 뇌졸중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새로운 당뇨병 유발 가능성 때문에 고혈압치료제에서 배제했던 베타차단제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김문재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베타차단제는 세계 가이드라인에서도 제시됐듯이 환자마다 질환 특성이 다르므로 쓰일 수 있다”고 했다.

고혈압 치료제로는 우선 1차 치료제를 단독으로 쓰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고혈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두 가지 약제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권장된다.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은 혈압 160/100㎜Hg 이상이거나 20/10㎜Hg 이상의 혈압을 낮출 필요가 있을 때 병용 요법이 가능하다. 김종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어떤 형태로든지 메커니즘이 다른 두 가지 고혈압 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단일 약 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모든 종료의 1차 치료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대체로 병용요법은 ACE억제제와 칼슘차단제, 이뇨제를 쓸 수 있다. 고혈압이 아주 심할 경우에는 베타차단제도 병용할 수 있다. 다만 베타차단제와 이뇨제의 병용은 당뇨병 및 대사적 장애 등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안지오텐신차단제와 ACE억제제의 병용 치료처럼 두 가지 비슷한 메커니즘의 약을 배합하면 단백뇨 감소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말기 콩팥부전, 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 발생이 늘어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좋은 생활습관은 고혈압 약 1개 정도의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 약물치료와 생활요법을 병행함으로써 복용 약의 용량과 개수를 줄이고, 약 효과를 최대화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8개 관련 학회와 함께 고혈압 환자 등을 줄이기 위해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9대 생활 수칙’까지 마련했다. 담배 끊기, 음주 자제(하루 한 두잔),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적정 체중ㆍ허리둘레 유지, 긍정적인 마음가짐, 정기적으로 혈압측정,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 응급증상(뇌졸중ㆍ심근경색) 숙지 등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