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이자 투자전문가 김광진을 만났다. 5년간 연평균 수익률 20%라는 화려한 투자 성과를 뒤로하고 자산운용사에서 나온 그는 개인 투자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에게 투자에 대해 물었다.
김광진(49)의 삶은 풍요롭다. '마법의 성', '편지'를 부를 때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 매료됐다.
그는 마치 친구를 위로하는 듯한 잔잔한 음색으로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무대를 내려오면, 그는 냉철한 애널리스트이자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
그는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흔치 않은 사람이다. 김광진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로 향했다.
싱어송라이터라면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곡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따스한 봄날이었다.
2년간 진행했던 KBS 라디오 '김광진의 경제 포커스'에서 물러났는데도 그는 여전히 분주했다.
요즘은 음악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올 하반기에 발매될 6집 앨범을 준비하는 동시에 후배들에게 선물할 곡도 만들고 있다고. 얼마 전에는 '슈퍼스타K 3' 출신의 투개월에게 곡을 주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약간의 자부심과 기분 좋은 떨림이 느껴졌다.
그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어투는 신중했고 행동은 차분했다.
그럼에도 뭔가 상대방의 시선을 잡아끌고 집중하게 만드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특히 주식에 대해 말할 때는 더욱더 그러했다.
신간 「김광진의 지키는 투자」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의 주식 법칙에 귀를 기울였다.
[지키는 투자법 1 포트폴리오에 스무 종목 담기]
5년간 연평균 수익률 20%의 기적을 이뤄낸 김광진. 그에게 주식 투자의 원칙을 물었다. 그는 주식 투자는 대단한 정보공학이나 네트워크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대신 간단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첫 번째 원칙은 포트폴리오 안에 스무 종목을 담는 것이. 스무 종목이라니,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덤벼들듯 물었다. 일반인이 스무 개를 어떻게 모으느냐고 말이다.
투자법을 듣기에 앞서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권하는 이유가 있나요?
재테크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은행 적금 금리가 10%를 넘을 때가 있었죠. 그때는 은행 저축이 재테크 수단이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할 때는 주택이 훌륭한 재테크 도구였고요. 지금은 어떤가요? 시중 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겨우 만회하는 수준이고, 부동산은 더 이상 믿음직한 투자처가 아닙니다. 길은 주식에 있습니다.
주식이 정답이라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원금 손실의 위험도 크고요.
주식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반면 수익은커녕 원금이 손실될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자산 가치 하락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안정적인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게 현명합니다.
코스닥에 등록된 1천 개의 회사에서 비교적 건실한 회사를 찾아 원금 손실의 위험은 낮추고 수익률은 높이는 작업을 하는 거죠.
일반인은 그런 회사를 찾기가 어렵겠는데요.
저 역시 처음에는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20년간 배운 점은 주식 투자가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확실한 투자 철학을 가지고 그대로 행동하면 누구든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단, 원칙을 정하고 지키는 게 어려운 거죠. 제 아들이 중학생인데요. 몇 가지 조언을 해주며 종잣돈 1백만원을 줬거든요. 얼마 전에 통장을 보니 수익률이 50% 정도 되더라고요(웃음). 성공한 셈이지요. 혹시 원칙이 어렵냐고요? 전혀요.
주식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뭔가요?
간단합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 안에 스무 종목을 집어넣는 겁니다. 이 정도 되면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됩니다.
너무 많은데요?
제가 포트폴리오에 스무 종목을 넣으라고 하면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가 평균 3.4종목을 구매하니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4종목이라, 딱 봐도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물론 선택 기업의 주식이 오르면 금상첨화죠.
하지만 하락할 경우에는 회생 방법이 없습니다.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주식시장이 위험하다고 지적하면 답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큽니다. 정부 정책이나 총수의 비리로 주가가 요동을 치기도 하죠.
중요한 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탓할 게 아니라 이 같은 시장 속에서 안전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거죠.
세 종목을 구입해서 그중 주가가 하나도 오르지 않을 확률은 78%입니다. 굉장히 높죠.
하지만 만약 스무 개의 기업에 투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제가 다년간 주식을 다뤄본 결과 스무 개의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면
원금 손실 리스크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보통은 이 중에서 네 개 정도의 종목이 성장을 이루고요. 이 주식들이 수익의 80%를 차지합니다.
[지키는 투자법 2 중소형 주식이 20%를 보장한다]
종잣돈이 넉넉하지 않은 직장인이 스무 종목을 구입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그의 두 번째 투자 원칙은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중소형주를 샀다가 휴지조각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친절한 삼촌처럼 설명을 해줬다. 그가 본 수치는 딱 두 가지였다.
막막합니다. 업종별로 하나씩 사면 되나요?
업종은 네다섯 개 정도면 됩니다. 평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간혹 오해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업종 하면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잖아요. 전자에서는 삼성과 LG, 자동차에서는 현대·기아차 그리고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처럼 말이에요. 저는 이런 업종 대표주나 주도주에 투자하는 걸 권하지 않습니다.
이보단 가격은 싸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찾자는 게 제 지론이죠.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겁니다.
많은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항상 주목하고 있는 대형주는 저평가되기 어렵습니다. 기업 실적 등이 빠르게 적용되는 편이죠.
반면 대형주에 비해 소외된 중소형주 중에는 매력적인 곳이 있습니다. 회사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곳이요.
저는 주식이 회사의 가치보다 낮다는 판단이 설 때만 매입을 합니다. 이 정도면 '싸도 너무 싸다' 싶은 주식을 구매하는 거죠.
그런 주식을 찾는 게 쉽나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같은데요.
아닙니다. 염가 우량주를 찾는 공식이 있어요.
20여 년간 연간 4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현역 최고의 투자자로 인정받고 있는 조엘 그린블라트도 공유하고 있는 원칙입니다.
우선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개념을 알아야 해요.
PBR는 한 주당 순자산비율이고, ROE는 주주자본에 대한 이익률입니다.
만약 순자산이 1억원인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이 회사의 모든 주식을 합친 시가 총액이 1억원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주식 가격과 순자산 가격이 같은 거죠. 이럴 때 PBR는 1입니다.
이번에는 시가 총액이 5천만원이라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주식시장에서는 5천만원짜리 회사인데 실제로는 자산이 1억원인 거예요.
이럴 때는 PBR가 1/2이 되는 겁니다. 즉 회사 가치보다 시가 총액이 더 낮은, 저평가된 주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BR가 1/2이라면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겠죠.
제가 하는 일은 ROE가 20%에 육박하지만 PBR가 1배 수준에 있는 기업을 찾는 겁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몇 개의 기업 중에 일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ROE를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현금 흐름을 보는 겁니다.
현금 흐름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 현금 흐름에서 고정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자본적 지출을 뺀 나머지를 말합니다.
제가 동부자산운용에서 투자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할 때도 비슷한 방법을 고수해 5년 연속 수익률 20%를 달성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로 전환하고 나서는 수익률이 더 높아졌고요. 수익률을 보고 있으니 일할 기분이 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 수치들은 어떻게 보는 거냐고요? 어려운 재무제표를 분석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지레 겁먹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 사이트에서 클릭 몇 번 하면 알 수 있습니다. 주식 관련 사이트에서 메일로 보내주기도 하고요.
[지키는 투자법 3 10% 떨어지면 손절매하라]
매입 타이밍만큼 매도 타이밍도 중요하다. 이 시기를 놓쳐 막대한 손해를 보며 손절매했던 투자자들도 있으리라.
변동성 큰 주식시장에서 현명하게 매도하는 방법은 주식이 10% 하락하면 손절매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지키면 손실 폭이 30~40%로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락장일 때는 언제 팔아야 하나요?
주가가 내린다고 가정해볼게요.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에 팔고 싶은데 시기를 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기준은 10%예요. A라는 회사의 주가가 10% 빠졌으면 가지고 있는 A회사 주식을 손절매합니다. 보통은 50% 이상 손절매합니다. 50%를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모두 팔 것인지는 회사의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요. 이렇게 기준을 정하면 시장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손실 폭이 20~30%로 확대되지 않습니다. 불황일 때는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매달 순자산 대비 낮은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재편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뛰어난 수익률을 낼 수 있습니다.
수익이 난 주식은 언제 팔아야 하나요?
저는 이익을 가져다준 주식은 비교적 오래 가지고 있습니다. 평균 1년 정도요. 중소기업 주식은 10% 올라서는 안 돼요. 그것으로는 제 목표 수익률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100% 오르면 만족하면서 매도합니다.
하락세에 주식을 사라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번에도 원칙이 필요합니다. 이때 기준은 30%예요. 만약 주식이 늪에 빠져 전체적으로 주가가 30% 정도 하락했다고 하면, 이때는 추가 매수를 고민해보는 게 좋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잘 분산되고, 시장을 잘 따라갈 수 있을 거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야겠죠.
주식시장이 하락했을 때 지나치게 절망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잠깐 멈춰 과거를 돌아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000년 초반의 IT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려보세요. 당시에는 암울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신문에서 주식시장이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할 때 추가 매수를 생각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난 26년간 주식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습니다. 상승세는 평균 26개월, 하락세는 17개월 지속됐습니다.
주가가 크게 오르고 내려간 한 구간이 평균 3년 반인 셈이죠. 이 기간은 작은 규모의 경기 사이클과도 유사합니다.
그의 투자 원칙은 간명했다.
'포트폴리오에는 스무 개의 종목이 들어 있어야 한다',
'중소형주에 집중하라',
'주가가 10% 떨어지면 손절매하고, 30% 떨어지면 추가 매수를 고려해라' .
화려했던 기관 투자자의 생활을 접고 개인 투자자로 전향한 김광진.
그는 20년간 열정을 기울인 일에서 얻은 지식을 전하는 데 가감이 없었다.
그의 조언을 따를지, 말지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다만, 잘난 체하지 않고 겸손하되 자신감 있는 현인의 말에 관심이 쏠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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