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팁(Tip)

홍콩트레킹(맥클리호스 트레일) - 신문기사

언러브드 2012. 11. 20. 16:05

 

찰싹거리는 파도소리에 눈을 떴다. 홍콩 동쪽 사이쿵반도의 사이완베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텐트에서 나온 우리는 

해변을 가로질러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부드러운 물살이 백사장을 적셨다. 떠나오기를 참 잘했구나 라는 만족감이 몰려온다.

우리는 홍콩의 고급호텔을 마다하고, 캠핑용품을 이고 지고 이곳까지 왔다.

홍콩 시내의 유명한 옥상 위 수영장은 우리 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캠핑은 공짜다.

우리는 카오룽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30분이면 도착하는 맥클리호스 트레일(총길이100km) 출발지점에서 트래킹을 시작해

이 바닷가까지 오게 됐다.

홍콩에 오는 초보 관광객들은 대개 아찔한 마천루와 한약방이 즐비한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홍콩 총 인구 710만명 가운데 4분의 1은 면적 65 km² 밖에 안 되는 시내에 북적거리며 모여살고있다.

홍콩 국토의 70%는 미개발지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 번쯤 가볼 만한 나지막한 언덕, 산맥, 열대림, 해안가 지역, 섬들만 해도

777km² 넘게 있다는 뜻이다. 대자연에서 즐기는 하이킹이 인기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John S Dykes

트레일 4개의 총 길이는 50km 이상이다.

그 중에서도 뉴 테리토리스(New Territories)의 맥클리호스 트레일이야말로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길이다.

각 트레일은 10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각 코스의 길이는 5~16km다.

쉬엄쉬엄 산책하며 걸을 수 있는 길부터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하는 가파른 길까지 여러 종류다.

필자는 지난 번에 13.5km 길이의 2코스를 걸으면서 사이완 해안가 풍경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는 6일간 도보여행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토요일 아침에 출발했다.

 

여행에서 만난 홍콩 사람들은 우리 일정이 너무 느슨하다고 말했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옥스팜 트레일워커(이 모금 행사는 영국 구르카용병부대 훈련용으로 30년 전 시작됐는데

하필 우리와 일정이 겹쳤다)의 경우 4인 1조가 48시간 안에 10개 코스를 전부 다 걷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사의 경우 하이커는 잠을 자지않을 뿐더러 체크포인트에서 음식과 식수를 제공한다.

리핑백, 에어매트리스, 식수 4.5l가 들어있는 배낭을 짊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식수를 보충해야만 했다.

 한 번은 사이완 해안가 레스토랑에서 식수를 다시 채우면서 얇게 저민 돼지고기 요리와 따끈한 밥과 칭따오 한 병까지 곁들여

완벽한 만찬을 즐겼다. 다음날 우리는 해수욕을 하고 돌아와서 아침식사로 홍콩의 유명한 차가운 밀크티 ‘동라이차’를 마셨다.

 

James Sturz
2코스 시작점에 쳐놓은 필자의 텐트.

 

트레일은 처음에는 어렵지 않은 구간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2시간 만에 주파한 1코스는 평탄하고 수월했다.

홍콩 최대 규모의 저수지라는 ‘하이 아일랜드 리저버’를 한바퀴 돌면서

우리는 초경량 캠핑장비가 실제로 얼마나 가벼운지 시험해볼 수 있었다.

수풀이 우거진 작은 섬들이 군데군데 떠 있는 저수지는 어딘지 모르게 바다를 닮았다.

이후 닷새동안 우리는 여러 봉우리에 올랐다. 300m 높이까지 오르자마자 바로 내려와야해서 때로 아쉽기도 했다.

산마루를 따라 걸으면서 산과 저수지와 해안의 절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우리를 빠르게 지나쳐가는 옥스팜 트레일워커들을 자주 만났다.

그들은 양산을 쓰고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다(셀린 디온 노래가 인기가 있는지 자주 들렸다).

그들은 우리가 맨 배낭 크기를 보고 놀란 눈치였다.

 

500m마다 표지판이 있었다. 여러 코스가 만나는 지점에는 옥외 세면대가 달린 화장실과 대형 지도가 있었다.

트레일 중간중간 십여 개의 캠프장, 긴급전화 부스, 음식과 식수를 판매하는 매점이 있어서 위험하다고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화려한 나비와 풀을 뜯어먹는 소들도 목격했다.

우리는 이틀째 밤에 3코스의 중반이자 전체 트레일의 4분의 1지점인 소 목장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풀밭 옆에 파라솔이 달린 피크닉 테이블 몇 개를 설치한 낡은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컵라면, 계란후라이, 수제 두부, 생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자 레스토랑 주인은 호스로 샤워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물이 충분할 거라고 잘못 계산을 하고는 차를 끓여 마셨다.

그때는 물을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우리는 트레일을 걷는 내내 물이 부족할까봐 전전긍긍했다.

우리는 식수를 구입할 수 있는 지점을 미리 알아보고 지도에 표시해놓은 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최대한 많이 구입했다.

James Sturz
트레일에서 만난 거미.

사흘째 되던 날 오후에 4코스를 걷던 중 홍콩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해발 700m)라는 마온샨에 도착했다.

우리는 사이쿵을 굽어보는 옹핑고원에 텐트를 쳤다. 저멀리 하이 아일랜드 리저버가 보였다.

다음날 아침 하늘은 밝은 오렌지빛에서 갑자기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일출을 촬영하러 언덕을 뛰어올라온 사진작가들이

벤치에 앉아 조는 동안, 우리는 텐트를 해체하고 짐을 꾸렸다.

 

트레일의 중반 지점에 왔을 때 라면과 물로 영양을 보충했다. 정글 속으로 다시 들어가 홍콩의 명물 마카크 원숭이들과 만났다.

원숭이들은 나무 위에서 편안해보였다. 그런데 푸르른 초목이 점점 줄어들면서 홍콩 시내의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옴에 따라

도시를 배경으로 원숭이를 보니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날 밤 우리는 7코스를 향해 길을 서둘렀다. 헤드 랜턴을 착용하고 해발 530m높이의 니들힐에 올랐다.

홍콩의 고층건물이 우리 발 밑 계곡을 환하게 밝혔다.

 

다음날은 8코스를 걸었다.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있는 전원풍의 언덕을 걷다보니 스위스의 초원이 부럽지 않았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해발 고도 957m인 타이모샨에 오르니 저멀리 중국 본토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이 트레일의 마지막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마지막 캠프장에 도착해서 남아있는 비품으로 호사를 누렸다.

식수로 세수를 하고 에너지바를 마구 먹어치웠다.

10코스는 15.6km로 가장 긴 구간이지만 마지막이니까 괜찮았다. 남은 길이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를 생각하면서 지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도보여행을 통해서 인간의 인내심이란 얼마나 강인한 것인가 새삼 깨닫게 됐다.

첫째 날을 마감하면서 우리의 몸과 장비와 정신력을 믿는 한 계속 걸을 수 있다고 되뇌였다.

이후 5일 동안 멋진 풍경이나 원숭이를 보느라 잠깐 멈춰서거나 독사를 만났을 때 피해 갔던 것만 빼고는 내내 걸을 수 있었다.

 

 

맥클리호스 트레일 여행 팁

 

찾아가는 방법 : 사이쿵에서 1코스 시작점까지 찾아가려면 94, 96R, 698R 버스를 타면 된다. 카오룽에서 택시를 타면 25달러.

 

트래킹:

성수기는 10월에서 3월까지.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비수기다.

맥클리호스 전 구간은 hkwalkers.net에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지도를 보면 쉬움, 꽤 어려움, 매우 어려움이라는 난이도와 구간 주파 시간이 나와있다.

우리는 여기에 소개된 시간보다 훨씬 천천히 걸었다. 2코스, 5코스, 8코스 매점에서 음식과 식수를 살 수 있다.

주말에는 3코스 매점만 영업한다.

10코스를 전부 다 걸을 시간이 없다면 총 길이 46km에 17시간이 걸리는 2코스에서 5코스까지만 걷는 것도 괜찮다.

 

캠핑:

 1, 2, 3, 4, 7, 8, 9코스에 캠프장 12개가 있다.

예약할 필요가 없으며 사용료는 무료다. 관련 정보는 afcd.gov.hk에서 찾으면 된다.

좀 더 시설이 좋은 캠프장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사용료는 71달러다(더 자세한 정보는 www.scout.org.hk).

 

(월스트리트저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