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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우울...

언러브드 2012. 10. 27. 13:38

 

50대 남자들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들은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의연함을 강요받은 세대다.

그러는 사이에 삶은 피폐해졌고, 마음의 병은 커가기만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울증 환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가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2만 6800명이던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0년에 3만명을 넘어서더니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3만 2565명을 기록했다.

 

여성의 갱년기 우울증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졌던 중년 남성들의 우울증이 이미 '마음의 감기' 수준을 멀찍이 넘어선 것이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자들은 감정 표현을 나약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슬픔·피로감·희망 없음·수면 패턴 등을 묻는 전형적인 우울증 질문지로는

증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실제 남성 우울증 환자는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없이 크고 강해 보이기만 한 우리의 아버지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직장 내 고립과 실직에서 오는 사회적 자존감 하락

▲경제적 궁핍과 노후 고민

▲성장한 자녀와 소원한 아내 등 가족들의 관심 부족

▲남성성과 힘의 쇠락에서 느끼는 좌절감 등이 남성 우울증의 주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전태연 우울증임상연구센터 소장은 "우울증의 기본은 상실(loss)이다."면서 "50대 남성들은 갑자기 잃은 게 많아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50대는 사회적으로 잘나가던 남성들이 퇴직하면서 존재감에 상처를 입는 시기"라면서

"소일할 방법이라고는 등산과 술뿐이라 더 쓸쓸한 세대"라고 분석했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정연구소 소장은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남자들이 50대에 다시 사춘기를 겪는다."면서

"가족과의 교감·소통·공감을 무시하고 살다가 어느 순간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가 50대 전후"라고 말했다.

이들은 감정과 분노 조절에 서툴러 우울증이 오면 술·도박·섹스중독 등 자기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극

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남자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며,

자살 사망률도 여자보다 2배나 높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수)도 1984년 12.5명에서 지난해 43.3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상실의 세대'가 웃음을 되찾으려면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 대책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입을 모았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정년을 늦추고 중·노년 일거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신건강과 교수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질병'이라기보다 '의지'의 문제로 인식해

치료나 상담을 꺼린다."면서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의들은 "이제는 남성들이 '대장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주변에 적극적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살아야 한다."면서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음을 남성들이 스스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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