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섭의 뷰포인트] 지금은 글로벌 경제 특수상황… 과거 분석틀과 투자행태론 손해
임태섭·골드만삭스자산운용 공동대표 | 입력 2011.10.08 03:01 |
최근 한 달 동안 달러화 대비 원화의 환율은 1068원대에서 1190원대까지 올라갔다. 상승률이 12%에 가깝다. 같은 기간 KOSPI 지수는 1785선에서 1666선까지 내려갔다. 6%가 넘는 하락률이다.
이 기간에 국가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에선 달러·유로 환율이 약 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사상 초유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나스닥 지수도 0.8% 정도 떨어졌을 뿐이다.
왜 한국의 주가와 환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단기간 변동폭이 유난히 큰 것일까?
↑ 그래픽=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수출주도 경제구조… 주가 변동성 높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두 가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미시적 특성이다. 우리나라에는 수출을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온 글로벌 대기업들이 있다. 이 기업들의 주식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종목일 수밖에 없다.
미시적 특성은 거시적 특성으로 직결된다. 한국 증시에서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수출에 집중하는 대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그룹을 차지하며 주가를 이끌고 있다. 이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증시의 특성은 글로벌 경기사이클의 상승 또는 하락을 앞둔 시점에 주가의 급격한 등락을 낳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 경기가 저점에 접근한 것으로 보일 때 글로벌 펀드들은 우리나라 증시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투자비중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적정 수준 아래로 떨어져 있는 한국 우량기업들의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반면 세계 경기가 고점에 접근한 것으로 보일 땐 정반대의 경향이 나타난다.
◆대외차입 비율 높아… 금융위기 때 취약
한국 증시의 특성과 이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출입 경향은 환율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자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환율은 떨어진다.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자금이 대폭 유출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환율은 올라간다. 외환거래 규모가 GDP 대비 5.4%(2007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외환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환율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게 된다.
최근 환율 급등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재발을 우려한 심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유럽발 세계 금융위기가 곧 닥칠 것 같은 또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듯한 긴박감 탓이다.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자금조달을 해외시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금융 상황이다. 작년 신용보급률(Credit Penetration·한 나라의 전체 금융 기관이 대출한 액수가 그 나라의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자. 성장경제권 국가들은 대부분 100% 이하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포함한 전체 여신이 120%를 초과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대외 부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해외차입은 금융시스템의 대외자금 의존도를 높인다. 높은 대외자금 의존도는 현재와 같이 세계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대폭 상승시킨다.
◆글로벌 경기, 정상궤도 벗어날 우려
전 세계 산업생산 사이클은 둔화세가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과거의 정상적 경기순환 국면에서는 경기 하강의 저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이는 한국 경제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기가 글로벌 경제 전반을 뒤덮고 있는 특수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과거와 같은 거시상황 분석 틀과 투자행태가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시기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은 높은 레버리지 탓에 유로존 금융위기의 전개에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유로존의 위기는 깊어지고 있는 반면 정치적 현실은 단기간에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상대국들의 국가신용도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요인들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기사이클은 정상궤도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경제 및 시장전망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분간 유로존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변동성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투자전략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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