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비만 탈출의 오해와 진실

언러브드 2010. 4. 16. 16:09

 

52세의 주부 K씨가 비만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입니다. 무조건 굶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종류의 다이어트 요법을 두루 섭렵했고, 에어로빅 학원에 등록한 것도 여러 차례, 현재는 일주일에 두 번씩  수영장에 나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이나 체중 조절에 부분적으로 성공하기는 했으나, 요요 현상 때문인지 그 때마다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였습니다. 현재는 1~2년 전해 비해서 오히려 체중이 더 불어난 상태입니다. 얼마 전부터 폐경에 들어갔고, 이런 저런 일로 인해 요즘엔 부쩍
우울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다시 몸 관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비만 탈출의 어려움

비만이 당뇨병의 주요 원인이 되며,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만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핵심은 과도한 체지방을 줄이는 것입니다. 비만 해결을 위해서는 식이 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 방법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비만 탈출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에 성공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2년 이내에 90퍼센트 이상이 체중 유지에 실패하고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비만 해결의 어려움입니다.

우리 몸에는 항상성(homeostasis)이란 것이 있습니다. 물리 용어를 동원하자면 일종의 관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특성을 가리킵니다. 체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비만해지고 나면 우리 몸은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를 세트
포인트 이론(set-point theory)이라 합니다.

비만 탈출을 굳게 결심한 분들은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체중이 감소하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주일, 이주일 아니 한 달을 기다려도 체중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이런 결과를 얻게 되면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하신 분들이라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공적인 비만 해결 전략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기대와 실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비만 탈출을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나타날 실제적 체중 변화를 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실패의 사례는 체중 유지와 관련된 세트포인트(set-point)를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 실제 이유입니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음식물을 섭취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흡수하여 이용함으로써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이때 필요한 이상의 에너지는 체내에 저장되는데,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의 탄수화물로 저장이 되고, 나머지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지방의 형태로 지방세포에 축적됩니다.

그러므로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과잉의 에너지 저장을 막을 수 있도록 식이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하루 200킬로칼로리의 음식물을 추가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1년에 약 9킬로그램의 체중이 증가됩니다. 참고로 바나나 1개, 식빵 1개, 중간 크기의 사과 하나가 약 100킬로칼로리에 해당되며, 밥 한 공기는 약 300킬로칼로리입니다. 따라서 비만 탈출을 목표로 한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식이요법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식이 제한만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면, 일종의 보상 작용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스스로 낮추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율이 감소하여 기초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되므로 나이가 들면 체중 조절이 더 어려워집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기초대사율의 감소가 남성의 비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식이 제한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단독의 방법으로는 그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킬 때 나타나는 변화에 남녀 간의 차이가 확인되고 있는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남자의 경우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 혈중 에너지 조절 호르몬의 변화 없이 식욕이 감소되어 체중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비교적 잘 나타나지만, 여성은 이와 다르게 체내 에너지 조절 호르몬이 크게 증가되어 에너지 균형이 유지되므로 결과적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여성의 경우에는 운동만 실시하는 것이 체중 감량에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만은 꼭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폐경기 이후의 여성의 경우 비만은 상대적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래 비만의 수준별 위험도를 참고해 주십시오.

비만의 수준별 상대적 위험도 ('비만의 ABC', <영국의학저널>, 2006)

1. 낮음 (상대적 위험도 약 1~2배)
암 발생
생식능력 저하
요통
임신태아 손상

2. 중간 (상대적 위험도 약 2~3배)
관상동맥질환 혹은 심부전
무릎의 골 관절염
통풍
임신에 따르는 합병증

3. 높은 (상대적 위험도 3배 이상)
당뇨
고혈압
지질대사이상
수면 무호흡

비만 탈출의 효과적 전략 10-10-10

비만은 한 순간에 일어나는 몸의 변화가 아니므로 해결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왕 건강을 되찾으시려고 마음먹은 이상 처음에는 익숙지 않다 하더라도 꾸준히 몸을 만들어 가신다는 생각으로 아래의 전술을 생활화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① 10퍼센트 줄이기

식사량을 조금 줄입니다. 포만감이 들도록 식사 시간을 여유 있게 갖고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작은 10퍼센트 줄이기를 목표로 하고, 이의 실천을 위해서는 음식을 먹을 때 마다 수첩에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② 10퍼센트 늘리기

신체 활동량을 점차로 늘립니다. 지나친 운동으로 몸을 혹사하지 않게 하고, 우리 몸과 타협합니다.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되 무리하지 않도록 주당 최대 10퍼센트 이내로 점증적으로 운동량을 증가시킵니다.

③ 10퍼센트 도전하기

목표 체중을 설정하고, 6개월 이상의 계획을 세웁니다. 비만 환자의 좋은 목표중의 하나는 체중 감량 10퍼센트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단기간에 체중 감량 효과가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합니다. 그렇게 지속하면, 체중 감량의 실제적 과정을 본인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전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여 체중을 10퍼센트 줄이는데 성공한다면 건강유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09년에 나온 『임상 운동생리학(2판)』에 소개된 10퍼센트 체중 감량의 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혈압(Blood pressure)

고혈압 환자의 경우 최대 약 10㎜Hg의 감소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효과는 약물을 투여한 효과에 견줄 만합니다.

② 당뇨(Diabetes)

최근 당뇨로 진단 받은 환자의 경우 비정상 혈당치의 50퍼센트까지 교정됩니다.

③ 당뇨 전 단계(Prediabetes)

공복 시 혹은 식후 두 시간 후 인슐린 농도가 30퍼센트 이상 감소되며, 인슐린 민감도 또한 같은 수준의 증가를 보여 결국 당뇨 발생의 빈도를 40~60퍼센트 감소시킵니다.

④ 혈중 지방(Lipids)

콜레스테롤 10퍼센트 감소, 저밀도 콜레스테롤 15퍼센트 감소, 중성지방의 30퍼센트 감소 효과가 있으며, 우리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약 8퍼센트 증가됩니다.

⑤ 사망률(Mortality)

모든 원인을 포함하는 총 사망률의 20퍼센트 이상 감소와 당뇨로 인한 사망률의 감소가 30퍼센트 이상이며, 비만과 관련된 사망은 약 40퍼센트 이상 현격히 줄어듭니다.

비만 탈출 노력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 요법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물론 식이 요법을 동반하면 더 좋습니다.
 

/공인덕 연세대학교 운동의학센터 교수,예병일 연세대학교 운동의학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