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분단의 비극'…인도와 한국은 '닮은 꼴'

언러브드 2009. 8. 15. 18:59

'분단의 비극'…인도와 한국은 '닮은 꼴'

 

다음번에 인도 가기전에 읽어보려고 예약해 놓은 책임

<인도와 파키스탄>·<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2009-08-15 오전 7:46:33

 

조길태의 <인도와 파키스탄>(민음사 펴냄)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립 이전부터 시작된 인도 내 무슬림 집단과 다수인 힌두 집단 간의 대립의 역사뿐만 아니라, 분리 독립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과 현재까지 진행 중인 양국 대립의 역사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서이다. 이 책에서 이용되고 있는 방대한 자료들은 무슬림과 힌두와의 대립, 파키스탄과 인도와의 대립과정과 그 결과에 관한 이차적인 연구들이다. 저자는 약 35년 이상 인도 역사, 특히 영국제국주의 하의 인도 역사에 관한 풍부한 기존 연구를 통해 영국제국주의의 인도통치사와 무슬림과 힌두간의 대립관계 등을 규명해 온 인도사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성과를 낸 정통 역사학자이다.

역시 인도사 전공자인 이광수는 인도의 페미니스트 역사학자인 우르와쉬 부딸리아(Urvashi Butalia)의 저서 The Other Side of Silence : Voices from the Partition of India (Kali for Women, 1998)를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부터 듣는 여러 목소리>(산지니 펴냄)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다. 역자는 원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경험한 끔찍한 경험들을 인도사회의 맥락 속에서 매우 적절하고 수려하게 번역하였다. 책 번역 과정 속에서 책 속에 등장하는 끔찍하고 애절한 내용들이 역자의 꿈속에 등장하여 힘들게 할 정도로 역자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탁월한 역서라 여겨진다.

위의 두 책은 다루고 있는 주제에 있어서 일부 공통점을 보이고 있지만 기술하는 방법에 있어서 매우 상반된 점을 보이고 있다. 두 책 모두 영국제국주의 시대에 인도가 파키스탄과 분리 독립되고, 역사적인 독립과 함께 야기된 무슬림과 힌두(시크 포함) 상호 간의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립되게 된 전후 사정과 분립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양국 대립의 역사 전반을 민족주의와 식민주의 담론처럼 거대 담론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역사적인 깊이와 폭이 <침묵>보다 훨씬 방대하고 거시적이다. 따라서 이 책은 분립 당시 양편의 대립과 폭력 과정, 내용, 결과 등에 대해 <침묵>만큼 자세하게 기술할 여유도 없을뿐더러 그에 대한 관심도 없어 보인다.

대신 <침묵>은 분립 전후 인도 역사를 국가 전체사 맥락에서 다루기보다 그간 중앙 정치에서 소외되었던 대상들 즉 여성, 아이들, 달리트(불가촉천민)를 중심으로 분립 당시 힌두와 무슬림 양편이 저지른 폭력이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관심이 있다. 이처럼 두 책은 인도와 파키스탄 분립의 역사와 그에 따른 폭력적 상황을 거시적/미시적, 중앙 정치/지방 정치, 국가수준의 역사/개인수준의 역사 등의 상반된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된 '상상의 공동체'

▲ <인도와 파키스탄>(조길태 지음, 민음사 펴냄). ⓒ프레시안

20세기 후반까지도 심각한 민족 분규의 세계적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던 민족주의 열병은 영국이 지배한 19~20세기 인도에도 첨예하게 드러난 바 있다. 민족주의는 언어, 종교, 지역, 혈연 등 원초적인(primordial)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하여 일어난 공동체적 의식과 감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초적인 토대로 형성된 의식과 감정 체계가 지속성을 유지하고 그 강도를 더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원초적인 문화적 차이를 토대로 한 민족주의는 다수자가 소수자를 합병, 동화, 지배하려는 시도 등 일련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전제할 때 더욱 효력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제 1장부터 3장은 파키스탄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인도로부터 분립하게 되었는가, 다시 말하면 파키스탄이란 새로운 국가의 성립 과정을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과 이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중심으로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 과정에서 '종파적 민족주의'라는 개념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개념은 아마 'communalism'(코뮤날리즘)의 번역어인데, 인도를 전공하는 국내 연구자들 가운데는 '종파주의'라는 용어로 번역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의 인도 역사 가운데 사예드 아메드 칸과 모하메드 알리 진나는 무슬림 민족주의를 토대로 하여 힌두와 무슬림을 함께 할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로 여겼으며, 따라서 무슬림이 주체가 된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분리 독립되어야 하는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당시의 무슬림 민족주의를 구성한 원초적인 요소가 되었다면, 힌두에 비해 수적으로 절대 약세였던 무슬림으로서는 대의정치제도가 도입되면 다수인 힌두가 소수인 자신들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과 정치적 상황이 무슬림 민족주의를 지속시키고 강화시킬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하였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당시 인도에 지방자치제의 도입과 그 확대 과정이 민주주의로 가는 정치적 발전의 역사였을 것인데 오히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인도를 파키스탄과 분립하는 결과로 가는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분리 독립 이후에도 인도에서 대의정치제도인 선거 때마다 힌두 무슬림 간의 폭력사태가 재현됨으로써 힌두 또는 무슬림이라는 '상상의 공동체'가 정치적 자원으로 적극 활용되는 현상을 보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분리 독립의 배경에는 영국 제국주의의 '분리통치'가 분명 작용하였다. 특히 인도와의 교역 250년, 인도 통치 200년의 세월을 보낸 영국이 힌두와 파키스탄으로의 정권 이양작업에 단 70일 밖에 걸리지 않은 점에 저자는 주목하고 영국의 준비 없는 분리 독립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당시 역사적 현장의 주역들 예컨대 사예드 칸, 진나, 네루, 파텔 등의 정치 지도자들의 화해와 소통 및 양보의 부족으로 무슬림과 힌두 양측의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과 정치적 태도에 분립의 또 다른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더욱이 영국이 넘겨준 정권을 앞에 두고 이들 정치 지도자들이 분리 독립을 적극적으로 거절할 이유가 없음을 두고 저자는 당시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에 대한 탐욕을 비판하고 있다.

저자가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분립하는 역사적 계기와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책 전반에 걸쳐 역사 서술의 무게 중심을 다소 무슬림 쪽에 두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무슬림 민족주의자들이 분리를 추구한 것은 소수자라는 정치적 위기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만 아니라, 진나가 분리주의로 기운 것은 네루를 중심으로 한 힌두, 특히 국민회의 지도자들의 일련의 정치적 '배신행위' 때문인 것으로 돌리고 있는데서 이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무슬림 민족주의 등장 계기와 과정, 무슬림 연맹과 무슬림 정치 지도자와 그들의 정치활동 등에 대한 기술은 힌두와 시크 등의 그것들에 비해 크게 자세하게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었다. 인도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탄생한 파키스탄에 대한 자세한 기술을 위한 불가피한 배려로 이해된다.

저자는 분립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을 통해 새로운 단계에서의 양국 대립의 역사를 논하고 있다.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1차와 2차 전쟁이 일어난 과정과 결과들은 하리싱, 캐슈미르 민족지도자 압둘라 그리고 네루, 파키스탄의 부토 등의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판단을 중심으로 기술되고 있다. 카슈미르에서 인도가 약속한 주민투표는 실행되지 못하였고, 더 나아가 인도정부의 주민들에 대한 강압과 직접통치가 카슈미르에서의 갈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토대로 주장된 무슬림 민족주의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립의 근거가 되었다면, 동과서 파키스탄 간의 정치, 경제적인 불평등은 벵골인들의 언어와 지역이라는 원초적 요소를 토대로 한 민족주의 주장으로 연결되었다. 이는 결국 인도가 개입된 3차 인도-파키스탄의 전쟁으로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가 분리 독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전쟁은 종교 외에도 언어나 지역성이 민족주의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종교를 근거로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의 정당성에 큰 흠을 남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세 차례에 걸친 전쟁 계기, 과정, 결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전쟁 외에 등장인물과 지역적 배경에 대한 자세한 정보 제공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해 준다. 다만 저자가 네루의 카슈미르에 대한 개인적인 지극한 감정과 인연을 너무 자세히 설명하고, 또 다시 힌두와 무슬림의 종교 이야기가 첨가 되는 등, 과도한 배경 설명 등이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야기의 빠른 전개를 기대하고 있는 독자를 다소 지루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다.

저자는 제 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부터 1999년 카르길 사건 등 독립 이후 양국의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 대립과 갈등의 역사는 인도와 파키스탄 당사자 외에도 이들을 둘러싼 미국, 소련, 중국 등의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 외교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음을 글로벌적으로 분석ㆍ설명하고 있다. 핵을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드러내는 대립관계는 인도 아대륙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에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책에는 카슈미르의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전쟁이나 테러가 아닌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저자의 몇 가지 제언을 덧붙여짐으로써 대립의 역사를 시작으로 화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시작과 끝이 포괄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인도사 연구, 특별히 영국제국주의 시대의 인도사에 대한 저자의 평생 연구업적의 총체적인 결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한 참고문헌이 동원되었고 다루고 있는 시대적 깊이도 상당히 깊다. 이 책은 파키스탄의 탄생을 통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립과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립의 역사에 대한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연구서라 자타가 공인할만한 훌륭한 전문 연구서이다. 다만 이 책이 무슬림 민족주의 등 역사학의 거대 담론과 주요 정치 지도자(엘리트)의 정치적 결정과 태도 등의 시각에서 작성된 역사서이기 때문에, 인도 아대륙에서의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립과 대립이 그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끼친 숨겨진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단의 역사에서 여성은 어떤 고통을 겪는가

▲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부터 듣는 여러 목소리>(우르와쉬 부딸리아 지음, 이광수 옮김, 산지니 펴냄). ⓒ프레시안

한편 부딸리아의 책을 이광수가 번역한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부터 듣는 여러 목소리>는 앞서 살펴본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거시적 역사학과는 다른 시각에서 인도 아대륙 분단을 이해하는 대안적 방식을 보여준다. 이 책은 서술의 중심을 침묵하는 서브얼턴적 주체들 예컨대 여성, 아동, 불가촉천민에 두고 있다. 이 책은 이들 서브얼턴 생존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의 시각에서 분단, 힌두와 시크 및 무슬림 인구의 이동, 이에 따른 폭력에 대해 심문하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저자는 당시 신문 내용, 공식적인 문서, 의회 토의 기록, 조사위원회 보고서 등도 참고하고 있지만 다만 이들 공식적 문서들은 해당 개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보조 자료에 불과하다. 분립에 대한 이야기가 거대 역사 담론에서 흔히 역사의 주인공으로 여겨진 간디, 네루, 파텔, 진나, 리아카트 알리 칸, 마운트바튼 등에 대한 이야기 대신에 보통 사람들, 여성, 아동, 불가촉천민 등에 대한 인터뷰와 구술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저자인 부딸리아는 페미니스트 학자이자 운동가로서 인도 최초의 페미니스트 전문 저서 출판사인 '칼리 포 위민'(Kali for Women)의 공동 창업자이다. 인도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그녀의 가족은 분리 독립 시기에 인도로 이주하였기 때문에 파키스탄에 여전히 외삼촌 등 친척이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는 이 책 내용에도 주요하게 등장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분립에 관한 거시 담론적 역사 서술의 중심적인 관심은 분립의 원인에 관한 것들이었다. 예컨대 민족주의나 마르크스주의 사학자 모두에게 있어서 분립은 분리 통치라는 영국 식민주의 정책 또는 힌두 지배적인 국가에서 무슬림이 동등함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진나와 무슬림연맹의 주장에 토대한 두 민족 이론 등과 연결되어 설명되어 왔다. 특히 분립에 관한 그간의 지배적인 역사학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나 위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행적 등에 관심이 있는 반면 부딸리아가 보인 것처럼 이들 역사적 사건들이 서브얼턴 주체들의 정서, 신체 등에 끼친 영향에 관한 생생한 기억과 경험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역사서들은 몇 명의 수가 이동하고, 죽었으며, 과부와 고아가 몇 명 발생했는가 등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이들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였다.

<침묵>에 등장하는 외삼촌 라나, 라진데르 싱, 다미얀띠 샤갈, 무라드, 마야 라니 등 분리 독립 당시 평범하거나 소외된 주인공처럼 자신의 목소리가 역사적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생시키기 위해 부딸리아는 구술사를 하나의 대안적 역사 쓰기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분리 독립과 힌두-무슬림 상호간의 폭력처럼 인도 근대사를 관통하는 많은 역사적 사건들은 기록된 인도 역사 서술 속에 공적으로만 등장하였다. 따라서 이들 사건들과 관련된 당사자들, 특히 기록 역사에 언급되지 못한 서브얼턴의 역사적 경험은 구술사를 통해 풍부하게 재생될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믿고 있다.

페미니스트 역사가로서 부딸리아는 <침묵>을 통해 인도 여성들이 어떻게 분리 독립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따른 엄청난 폭력 속에서 고통스런 입장에 놓여 있게 되었는가, 특히 남성 가부장적인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소위 순교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집단 자살과 가족원에 의한 살해가 정당화되어 여성 영웅주의의 사례로 추앙받는가를 사건 관련 생존자와 목격자의 입을 통해 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흔히 인도 분리 독립을 다룬 역사적 기록에는 부딸리아가 다루고 있는 여성, 아동, 달리트는 배제되었고 가끔 등장하더라도 이 광포한 기간 동안 특히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한 자세한 진술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태도와는 달리 <침묵>은 여성을 역사적 중요 인물로 복원시키면서 폭력, 혼돈 등의 여성적 경험을 구술사를 통해 여성의 시각에서 재구성하고 있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침묵>에서 생생하게 들려주는 여성들의 구술은 분리 독립이라는 혼란하고 광포한 기간 중에 경험한 여성들의 가족 상실과 강간 등의 폭력, 집단 자살과 살해에 대한 기억, 유괴와 과부됨의 경험, 복구와 해방의 경험 등을 재현시키고 있다. 부딸리아는 여성, 아동, 불가촉천민처럼 소외된 세 가지 주변인 집단에게 국가, 민족, 종교적 정체성 등이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 규명하고 있으며, 이들의 목소리의 복원을 통해 분리 독립을 다룬 역사의 지평을 확장시켜 나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딸리아의 <침묵>이 지닌 학문적인 미덕은 그녀의 한국어판 서문에 잘 드러나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즉 당시 정치 지도자들이 선택한 분단의 결정은 종교, 종족 등이 같은 사람들을 한데 묶어놓으면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것이라는 믿음위에 이루어졌지만 1984년 델리에서 자행된 시크들에 대한 집단적 학살에서 잘 드러나듯이 그렇지 않다는 증좌가 인도 아대륙 도처에 있다는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을 위로부터의 시각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을 중심으로 한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봐야하는 중요한 이유를 부딸리아는 <침묵>의 내용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분리 독립이 "땅에 터전을 두고 사는 사람들

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주었는지,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 사람들에게 분단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우리의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부딸리아는 주장하고 있다.

그 역사가 지금의 '우리'에게 가져다 준 의미는 무엇일까

<인도와 파키스탄>과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부터 듣는 여러 목소리>는 분단을 역사의 가장 주요한 동인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 학자들에게 과연 분단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줄 수 있다.

인도사학계에서 학문적 용어로 쓰이는 'Partition'을 조길태는 '분리 독립'으로, 이광수는 '분단'으로 쓰는 것부터 이 역사적 사건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는 사뭇 다르다. 전자는 역사학자에게 주어진 자료만을 사료로 삼는 전통적인 역사 기술의 방식을 택한 반면 후자는 기록을 남길 수 없는 자들의 역사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진다.

분리 독립이든, 분단이든 아니면 분할이든, 그 땅 위에서 그 시간을 살아 온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헤아리고 그 역사가 지금의 '우리'에게 가져다 준 의미는 무엇일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의미는 동일한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면 인도아대륙의 그 사건은 한국의 역사학계나 관련 학자, 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필요한 조건이 아닌가 한다. 이 두 책을 통해 한국의 분단이 더 깊은 연구와 성찰의 대상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경학 전남대학교 교수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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