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팁(Tip)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

언러브드 2009. 7. 11. 09:10

15일 개통하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자전거로 먼저 달려보니
"속도중독 벗어나니 풍경이 말을 걸어요"
車로 40분거리 4시간 걸려

단 하루만 허락된 `일탈`.

그것도 자전거로 평생 못 가볼 고속도로 질주라면. 그 유혹(?)에 넘어가 시작된 서울~춘천 고속도로 미리 가보기 프로젝트. 8일 오후 2시 땡볕 아래 본지 스포츠레저부 조효성 기자, 사회부 문지웅 기자와 함께 서울~춘천 고속도로 미사교차로(경기도 하남~남양주 연결도로)에 섰다. 올림픽대로 강일IC와 바로 연결된다.

아직 개통 전이라 바리케이드를 밀어내고 새 도로에 들어서니 미끈한 속살을 드러낸 아스팔트가 아찔하게 펼쳐진다.

도로는 목적의 길이다. 국도는 모세혈관처럼 구석구석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고속도로는 대동맥이다. 행정구역상 도와 도를 가로지르니 소통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속도로는 `속도`가 생명이다. 속도의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건 묘한 맛이다. 흘러가는 산하는 마치 슬라이드 필름처럼 느리게 시선에 박힌다.

4㎞쯤 달리자 남양주 톨게이트가 위용을 드러낸다. 평지 구간을 달려와서일까. 뒤에서 따라오던 두 동료는 생글생글 웃으며 농담까지 주고받는다.

하지만 지옥은 지금부터다. 남양주 톨게이트부터 월문3터널까지 4.5㎞는 오르막 구간이다. 차로 달리면 평지를 쌩쌩 미끄러지는 기분이겠지만 자전거 페달을 통해 느껴지는 감은 완전히 다르다.

바로 착시다. 보기엔 평지지만 사실은 오르막이다. 페달 하중이 점점 무겁게 느껴질수록 웃음소리는 `헉헉` 하는 거친 숨소리로 바뀐다.

"괜히 왔다"며 투덜거리는 불평이 동료 기자 입에서 터져나올 무렵 월문3터널이 보인다.

지옥구간의 끝이다. 월문3터널에서 금남터널 입구까지 5.5㎞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비로소 자전거를 탄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다.

남양주 톨게이트를 지나면 월문3터널까지 살인적인 오르막 구간이 이어진다. 동료(왼쪽 조효성 기자ㆍ오른쪽 문지웅 기자)들이 앞선 가운데 필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페달을 밟고 있다. <이충우 기자>
어떻게 왔을까. 동호인으로 보이는 커플 한 쌍이 알록달록 총천연색 옷을 입고 내리막길을 질주해 간다. 후줄근한 복장으로 도로와 사투를 벌이는 세 기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지 손을 흔들어준다.

금남터널을 지나자 양쪽으로 980m짜리 서종대교가 늘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차로 질주했다면 시선에서 놓쳤을, 다리 양쪽에 자리한 카페와 펜션들이 옹기종기 자태를 자랑한다.

이어지는 이천터널까지는 다시 살인적인 오르막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 다시 내리막길. 이천터널과 이어지는 천안터널(1270m)까지는 단박에 질주한다.

1㎞ 남짓 이어지는 천안터널 안은 마치 얼음냉장고 같다. 자전거로 터널을 지나면 차로 달릴 때 절대 보지 못할 푯말들도 볼 수 있다.

흰 바탕에 검은 그림으로 사람이 달리는 듯한 형상이다. 터널 곳곳에 붙은 이 표지는 비상 시 차에서 내려 터널을 빠져나갈 때 양쪽 거리를 보여준다. 중간 지점쯤에서 만난 푯말엔 왼쪽 534m, 오른쪽 115m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페달을 밟고 밟아 `춘천 4㎞`라는 표지판이 놓인 동산IC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께. 이곳엔 아직 도로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고 비닐에 싸인 채 땅에 놓여 있다. 도로 중간중간에 바리케이드도 보인다.

섭씨 30도가 넘는 땡볕을 4시간이나 달려 도착해서인지 동료도 완전히 지쳤다. 금강산도 식후경. 기사 마감이고 뭐고 춘천까지 왔으니 닭갈비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갈비` 얘기에 지쳐가던 동료도 기운을 낸다. 그나저나 "오후에 서울에서 출발해 자전거 타고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왔다"고 하면 누가 믿어주기나 할까.

[신익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