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팁(Tip)

[스크랩]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언러브드 2009. 4. 28. 19:53

○네팔 쿰부 히말라야○


   - 루크라~남체바자르~페리체~고락셉~칼라파타르 숨 막히는 ‘트레커들의 성지’에 가다

 

2007년 여름 ‘네팔 단독행’을 결심한 후 평소 자주 산행을 함께 하던 충북 음성 금왕의 일출산악회 심현보 회장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그게 말이나 되능겨?”하면서 같이 가자고 회유와 협박을 해왔다.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를 거는가 하면 회사로 찾아와 같이 가야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논리 정연하게 늘어놓는 통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현지 준비는 네팔로 이주해서 살고 있는 동기 류배상(동국대 동굴탐사반 84학번)씨에게 메일로 의뢰하니 출장 중인 그를 대신해서 그의 아내 김지나씨가 “네팔에 7년 넘게 살면서 트레킹만 해봤지 아직 6000m 넘는 봉을 꿈도 못 꿨는데 이번 기회에 같이 같으면 좋겠어요”라는 답장과 함께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저희는 부부가 같이 가면 가고 아니면 안 가요”하는 지나씨의 추가 답장을 보고서 혼자가기로 했던 계획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 일출산악회의 이병영씨와 “대한민국 아줌마를 대표해서 열심히 해보겠다”며 합류한 대구의 지정화씨 등 6명의 대원으로 결정 될 즈음 2001년 메라피크를 등반했던 김성민씨가 합류하였고 네팔의 류배상씨와 연락이 닿던 2명까지 합류하여 9명의 대부대가 결성됐다. 준비가 거의 마무리 될 즈음 네팔의 지나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행 떠나기 전에 짐 꾸릴 때의 그 흥분, 아시죠? 지금 저희 부부도 짐 꾸리고 있는데 너무 좋아요.”
여행이 좋은 것은 짐 꾸릴 때의 흥분, 기대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집 떠나면 고생임을 잘 알지만 매번 등반을 계획하고 짐을 꾸릴 때마다 느끼는 흥분은 일상에 찌든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 아마다블람이 바라보이는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일행들.


단독행에서 시작해 9명까지 불어난 대부대
11월 8일,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하자 출국 전 긴장감 속에서 마무리 준비로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 했다. 6시간여의 비행 끝에 도착한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은 해가 지날수록 더 혼잡해지는 듯하다. 입국 수속하는데 30분, 짐 찾는데 2시간. 짐을 차에 싣고 ‘우리집(류배상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짐 분류와 재포장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2시간 정도 작업을 마치자 짐정리도 마무리되었다. 족발과 삼겹살로 네팔 입성을 자축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네팔 제2의 축제인 ‘티할(Thihar)’을 자축하는 불꽃놀이가 밤새 계속되어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9일 새벽 5시에 ‘우리집’을 나섰다. 국내선 청사는 이른 아침부터 붐볐고 날씨가 좋아서 수속을 마치자마자 출발한다고 서두른다. 비행기에 일찍 오르긴 했지만 40분을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리다가 겨우 루크라를 향해 날아올랐다. 구름 속을 날면서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40여분 후 쿰부 히말라야의 관문인 해발 2840m의 루크라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로지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짐은 60kg씩 좁교(야크와 물소의 교배종)의 등에 실렸고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꿈에 그리던 히말라야 만년설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루크라 상가지역을 지나다가 짠 만두국과 구운 계란, 비스킷으로 이른 점심을 대신하고 거리로 나서니 날씨가 개어 있다. 가벼운 차림의 대원들 표정은 온통 파란색인 네팔 전통가옥처럼 맑게 보였고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며 걷는 모습과 묻어나는 웃음은 아이들의 가을 소풍처럼 느껴졌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계곡 건너편의 첫 만년설산 콩데피크는 대원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카메라 세례를 한 몸에 받는다. 만나는 찻집마다 뜨겁고 달콤한 네팔 차를 마시며 쉬어간다. 산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도 많고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도 많다. 지나치는 사람이면 국적 불문하고 “나마스테”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4시간 정도 거리의 첫날 숙소 팍딩까지 6시간 걸렸다. 아직 고소를 염려할 고도는 아니지만 ‘빨리빨리’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걷는 것이 가장 좋은 고소적응 방법이기 때문이다.


10일 해발 3440m의 남체까지 올라가는 날이다. 조르살레 직전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입산신고를 하는데 카트만두에서 미리 신고한 것을 모르고 1인당 1000루피의 입장료를 냈다가 “돌려줄 수 없다”는 관리소 직원의 말에 화가 난 류배상·김지나 부부는 한참을 큰 소리로 따졌지만 허사였다. 연습 삼아 데리고 온 가이드 퍼덤은 보기 드물게 정규 대학까지 졸업한 인재였는데 한참 동안 싸워도 돌려주지 않겠다던 입장료를 3분도 안돼서 조용하게 받아왔다.

 

조르살레에서 점심을 먹고 다리를 건너 1시간 정도 간 후 협곡 위쪽 수십m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자 남체까지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고도 3000m를 넘으면서는 호흡이 가빠오면서 대원들의 대화가 사라졌다. 로지에 들어가서도 매주 토요일마다 선다는 남체바자르(시장)가 궁금했지만 밖으로 나서기가 귀찮아 밀크티만 거푸 마시며 로지에 머물렀다.


11일, 남체에서 고소적응 차 하루 쉬기로 했는데 대원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어 운행을 하기로 했다. 남체가 3440m고 데보체가 3710m이니 좀 멀더라도 탕보체를 지나서 데보체까지 가기로 했다. 고소적응 차 샹보체 고개를 넘어 가기로 했다. 해발 3800m가 넘는 고개를 천천히 올라 차 한 잔을 마시고 키 작은 숲길을 돌아가니 에베레스트와 아마다블람의 아름다운 풍광이 대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한 일행과 현지 고용인들.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에 환호하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쿰중을 거쳐 풍기텡가까지 신나게 내리막길을 내려섰다. 감자와 삶은 계란으로 점심을 먹고는 텡보체까지의 고달픈 오르막길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경험자들은 2시간 30분이면 될거라 했고 그 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구름에 해가 가려 싸늘한 기온에 몸을 움츠리는 대원들의 표정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서인지 밝아보였다.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는 대원도 없다. 원래 예정했던 데보체는 로지가 다 예약된 상태여서 텡보체에서 가장 허름한 로지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유서 깊은 텡보체 사원과 아마다블람이 대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12일, 내리막길로 데보체까지 간 후 강 우측 사면에 난 길을 따라 가다가 다리를 건너 좌측 사면으로 올라섰다. 팡보체 마을로 들어서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간다. 아마다블람이 한 층 가깝게 올려다 보였다.

 

해발 4000m를 넘어서면서 대원들의 발걸음이 한결 무거워 보였지만 아마다블람과 로체 남벽을 바라보는 표정은 한결같이 밝다. 페리체로 넘어 가는 언덕이 시작되는 곳의 갈림길에서 딩보체로 향하는 우측길로 접어들었다.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딩보체까지는 줄곧 오르막길이 3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언덕 위로 올라서자 넓고 길게 늘어선 딩보체 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그 위로 거대한 로체 남벽과 아일랜드 피크가 바라다 보였다.

 

로지는 마을 맨 위쪽이었고 마을 중앙에 난 길을 지친 걸음으로 40분 넘도록 걸어서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딩보체에서의 저녁은 힘겨운 하루 운행을 마감한 지친 대원들에게는 가혹한 시간이었다. 내일부터 아일랜드 피크 팀과 칼라파타르 팀이 나눠지기 때문에 장비와 식량을 분배하고 먼저 아일랜드 피크를 등반 할 대원들의 등반 장비를 점검해서 짐을 꾸려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피크와 에베레스트 BC 2개조로 나눠 13일, 2주 일정으로 온 대원들은 아일랜드 피크로 향했다.

 

그들과 헤어져 로부체로 향하는 대원은 심현보 대장과 김성민·지정화 대원, 필자 등 4명이다. 딩보체 마을 뒤편의 언덕을 올라서자 가야할 길이 언덕 위로 부드럽게 투클라까지 펼쳐져 있다. 언덕 아래로는 페리체 마을이다. 걷기 편한 길에 바람은 뒤에서 분다. 쉬엄쉬엄 3시간을 걸어서 도착한 투클라 로지에서 촐라체 북벽이 정면으로 올려다 보이고 우리가 가야할 투클라 고개(4830m)는 너무 높고 멀어 보인다. 바람이 무척 차갑다. 2시간의 고행 끝에 올라선 투클라 고개 마루에서 반기는 것은 히말라야를 오르다 숨져간 희생자들을 기리는 수십 기의 추모탑들이었다.

 

 고개를 뒤로하고 모퉁이를 돌아서 얼어붙은 계곡을 1시간가량 거슬러 올라가자 로부체(4910m)다. 해는 이미 산 너머로 사라졌고 싸락눈이 내린다. 14일 해발 5000m에 가까운 로부체의 아침은 너무 추웠다. 온몸을 잔뜩 움츠리며 출발한 후 로부체 고개가 시작되는 곳에 이르자 커다란 바위에 붙은 낯익은 이름의 추모동판이 눈에 들어온다. 93년 에베레스트를 오르다가 희생된 대학연맹 동기와 후배. 짧은 추모의 시간을 갖고 고개 위로 올라섰다.

 

황량한 빙하의 퇴석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고도의 영향으로 힘들어하는 대원들이 자꾸 주저앉는다. 고락셉(5140m)이 보이는 곳에서는 대원들이 환호성을 올린다. 에베레스트 베이스로 가기 전의 마지막 로지가 있는 곳이다. 오후 햇살에 반짝이는 푸모리와 중국과 국경을 이루는 히말라야의 연봉들이 둘러싸듯 아름답게 솟아 있다.


15일 새벽 4시, 헤드랜턴을 켜고 칼라파타르(5550m)를 향해 출발했다. 로지 앞의 사막 같은 모래벌판을 가로지르고 가파른 첫 사면위로 올라서서 고개를 들자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인다. 완만한 사면을 30분 정도 지나자 점점 경사가 급해지더니 채 어둠이 걷히기 전에 정상이 코앞이다. 하얀 기둥에 사방으로 타르초가 걸린 정상에 서자 히말라야의 파노라마가 아침 해를 받아 점점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눕체 우측 사면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검은 빛깔 칼라파타르의 하루가 시작된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하산 길로 접어든지 1시간 만에 내려올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를 향해 출발했다. 김성민 대원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남았다. 쿰부 빙하 좌측 가장자리로 난 길을 따라 1시간 30분쯤 가자 빙하로 내려선다. 빙하를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니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라마제단에 향을 피우고 술 두 잔을 따랐다.

 

 자꾸 눈물이 흐른다. 말없이 지켜보던 지정화 대원이 한마디 한다. “후배들은 형 왔다고 기뻐서 달려올 텐데, 형이 울면 오다가도 그냥 돌아가겠네….” 짧은 시간 동안을 머물며 아이스 폴 지대를 바라보다가 기울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되돌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둠이 내리고 하늘 가득 별이 총총히 들어선 후에야 고락셉으로 돌아왔다. 

   - 로부체를 지나며 끝없이 넘실대는 빙하의 바다가 펼쳐진다. 퇴적물로 인해 거대한 자갈밭 같다.

 

  - 칼라파타르 & 에베레스트 BC 트레킹 길잡이

여행시기 : 몬순(5월말~9월말)을 제외한 계절이 좋다. 날씨가 가장 안정적인 시즌이 10월, 11월이라는데 이상기후로 올해에는 10월에도 비가 자주 내렸다고 한다.

 

트레킹 루트 : 해발 2840m의 루크라까지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후 5000m대 까지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고소적응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출국 전 꾸준히 산행과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별히 위험하거나 등반기술이 필요한 구간은 없다.


트레킹 일정 : 통상 2주 일정으로 트레킹을 한다. 남체와 페리체 등에서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 정도 휴식을 취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여행 경비 : 항공료 등 기본적인 경비 외에 로지나 식사의 질 등에 따라 경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 트레킹 여행사에 의뢰하는 것이 정확하다.


준비물 : 계절에 맞는 의류와 추위에 대비한 방한복, 우모침낭, 등산용스틱 등 기본적인 워킹산행 장비를 갖추면 된다. 아이젠, 피켈 등 전문 장비는 필요하지 않다.


칼라파타르 : 해발 5550m의 칼라파타르는 아름다운 푸모리의 동쪽 지릉에 돌출된 암봉이다. 고락셉에서 서쪽으로 바라다 보이는 검은 빛깔의 사면에 여러 갈래의 움푹 팬 길을 따라 통상 3시간가량 등반하면 닿을 수 있다.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와 눕체 등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설산들을 조망할 수 있고 에베레스트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는 쿰부 계곡 최고의 명소로 이름나 있다.


 

출처 : 산들바람의 세상구경
글쓴이 : 산들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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