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길을 가는 사람에게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나와 함께 걸어야겠다고 말은 잘하지만
나와 함께 걷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는 것처럼 극히 적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안 걸어주며,
누구도 대신해서 건강을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
많이 걸으면 ‘심신心身의 건강이 해결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아는 사실인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정작 걷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은
바쁘다는 것과, 잘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나서지 못하는 마음 탓이다.
“도보로 큰 길을 갈 때는 반드시 가장 자리로 가라. 한가운데로 가다가 거마車馬를 이리저리 피하지 말고,
빨리 걷지도 말고, 너무 천천히 걷지도 말고, 팔뚝을 흔들지도 말고, 소매를 드리우지도 말며,
등을 굽히지도 말라. 가슴을 툭 튀어 나오게도 말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무엇을 가리키지도 말고,
좌우로 흘끗흘끗 보지도 말며, 느리게 신을 끌어 뒤축을 흔들지도 말고,
해가 얼마나 남았는가를 보아서 걸음의 완급을 조절하라.
길을 가다가 떨어진 불을 발견하거든 반드시 끄고, 엎어진 신짝을 보거든 뒤집어 놓고,
떨어진 종이쪽을 보거든 줍고, 흘린 쌀을 보거든 반드시 쓸라. 입으로 방향을 가리키지 말고,
발로 물건을 옮기지 말라.‘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사소절士小節’ 2편에 실린 글이다.
그는
‘군자君子는 행동거지에 있어서 온아溫雅해야 하기에 출입할 때나 진퇴할 때
소나가나 회오리바람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며 부채를 휙휙 휘 젖지 말고,
신발을 직직 끌지 말라’고 덧붙였다.
길은 이리 저리 펼쳐져 있고, 그 길을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 가거나 그것은 저마다의 자유다.
그 자유 속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자동차를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길을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사람들과 어떤 자세로 걷다가 사라져 갈지 모르지만,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많다는 것, 그것이 마음 속 유일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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