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2
[인터뷰] 참여정부 법무부 장관 역임한 천정배 의원
검찰 감독자이자 수사 받는 조국,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돼
검찰로선 불가피했던 조국 수사, 정치보복 의도로 시작한 노무현 수사와는 달라
거대 양당 사생결단식 싸움판, 근본적으로 정치개혁 절실해져
참여정부 법무부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은 “검찰개혁의 중요 목표 중 하나는 검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청와대와 검찰의 직거래부터 끊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해묵은 행태에 대한 비판은 아무리 해도 모자란다. 검찰개혁 필요성도 누구나 느낀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핵심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 적절치 않다. 자제해야 한다. 우리에겐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된 불행한 역사가 있지 않나.”
가칭 ‘대안신당’ 소속의 6선 중진 천정배 의원은 여러모로 조국 법무부 장관과 닮은 꼴이다. 누구보다 검찰개혁을 바랐던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었다. 판ㆍ검사 출신이 아닌 정권 실세였던 그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의 구속수사를 견제할 정도로 강단이 있었다. 인권 변호사 시절 사노맹 사건 당시 구속된 조 장관을 변호했던 인연도 있다. 현 정국을 바라보는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천 의원은 “검찰개혁의 중요 목표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인데, 지금 오히려 개입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는 개혁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인정받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부 권력의 동지, 정권의 핵심 인사를 두둔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고 검찰개혁 방향에도 반한다”며 “정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과거 조 장관 변호를 맡았던 인연을 회고하며 “개인적으로 조 장관이 잘되길 바란다”면서도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이자 인사권을 들고 있는 사람이 한편으로는 수사를 받는 상황이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해충돌 여부 판단을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을 받아 법무부가 최종 결정하는 상황인데, 본인의 이해충돌 여부를 스스로 판단한다는 것이 이해충돌 그 자체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고 매끄러운 사법개혁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검찰개혁은 대통령의 권한이 가장 강한, 당선 직후에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의 명운을 걸고 했어야 할 과제"였다며 "그 적기를 놓치고 왜 지금의 상황에 왔는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배우한 기자
조 장관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내용에 대해서도 “민감한 사건임은 분명하나 제가 지금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었어도 할 수밖에 없는 수사였을 것”이라며 “피의사실 공표 의혹 등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공분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에 대한 비판과 수사 자체에 대한 비판은 분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치 보복 수사’ ‘모욕주기 수사’ ‘피의사실 흘리기’의 사례로 거듭 회자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수사”라고 힘줘 말했다. 천 의원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수사 단서, 즉 객관적으로 제기된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아니었고, 정치 보복이라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수사였다”며 “과연 이번 수사가 그러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므로 여권이 침착하게 검찰개혁의 본래 목적을 되새겨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천 의원의 조언이다. 그는 “검찰개혁의 두 목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지닌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정치권력뿐 아니라 재벌권력도 끼어든 만큼 검찰 수사의 독립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검찰의 직거래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그는 무엇보다 제도화로 검찰개혁을 매듭지어야 할 국회가 처한 난처한 상황에 주목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검찰개혁안의 한계가 명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조 장관이 주도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내용을 보면 여전히 검찰이 중요한 수사권을 다 가진다”며 “동시에 일부 권한을 넘겨 받을 경찰의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서는 법적ㆍ제도적 견제 장치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연 이 법이 개혁법안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대안신당이 캐스팅보트가 돼 있는 만큼 검찰과 경찰을 아우르는 ‘수사·소추 구조 개혁’의 해법이 있는지 고민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와 함께 ‘조국 파문’을 두고 여야가 극단 대치를 이루고 있는 현 상황이야말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환기시킨다”는 게 천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정치세력 간 사생결단식 대치가 정말 걱정스럽다”며 “제3세력이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았다면, 1·2세력도 싸움에만 몰두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양당제 싸움판의 취약점이 크게 드러난 현 상황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도 커졌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검찰의 권력을 넘겨받을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 수단도 무겁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조국 국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세력 간 사생결단식 대치, 보통말로 ‘싸움판’이 정말 걱정스럽다. 원래 이 문제는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검증 문제 아니었나. 도덕성, 위법 및 편법성 여부는 보수·진보에 따라 판단이 갈릴 문제가 아니다. 다른 정치 세력 간에도 최소한의 합리성과 양식·상식에 입각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번 사태는 그런 상식을 다 내려놓고 해야 하는 ‘싸움판 정치’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더욱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유다. 늘 주장해 온 다당제 합의민주주의로 가서 상생·협치·대화·타협에 기반한 생산적 정치를 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절감한다.”
-정치 지형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결국 양대 세력의 권력 다툼이 되지 않았나. 더불어민주당은 권력을 유지하고 쟁취하는데,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약점을 잡아 끝까지 몰고 가려는 데 온 관심이 집중됐다. 승자독식 구도가 가진 한계다. 만일 세 곳 이상 정당이 정립해서 한 세력이 과반수의 기득권을 잡지 못한다면, 상호 연대하지 않고서는 정국 운영을 못하지 않나. 상생·타협할 수밖에 없을 거다. 제3세력이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면, 1·2세력도 싸움에만 몰두할 순 없다. 양당제 싸움판의 취약점이 크게 드러난 상황이다. 검찰개혁의 필요성도 커졌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느낀다.”
-규모를 떠나 임명에 반대한 정당은 많았다.
“이런 싸움판을 만든 1차적 책임은 집권당과 집권세력에게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변호사 시절 조국 장관의 사노맹 사건 변호인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조 장관이 잘되길 바란다. 그러나 공적인 판단은 다른 것이다.”
-‘조국이 사법개혁 적임자’라는 게 강행 논리였다.
“적임자가 아니라고 본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현재 본인과 거의 다음 없는 가족이 수사 대상에 있기 때문이다. 조국의 위치는 한편으로는 검찰 사무의 최고감독자이자 인사권을 들고 있는 사람이다. 또 한편으로는 수사를 받는 대상이다. 그 두 가지 위치가 극히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한다. 직무상 이해관계의 충돌이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마련한 피의사실 공표 금지 대책을 보자. 공적으로는 매우 개혁적이나, 사적으로는 조국 일가족의 사적 이익을 지키는 상황이 됐다. 엇갈리는 거다. 검찰개혁위원회를 보자. 언급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는 누구보다 내가 동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축소하게 되면 결국 조국을 향한 수사의 축소를 의미한다. 압수수색 당시 전화 논란도 사적 시민으로서의 조국과, 장관으로서의 조국의 역할이 충돌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대통령과 장관의 공적 권한인 인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퇴양난 구조에 빠졌다 생각한다. 이러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사법개혁 적임자라 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이해충돌 여부 판단을 누가하느냐다. 지금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을 받아 법무부에서 최종 결정한다는 것 아닌가. 곧 장관이 정한다는 말이다. ‘조국의 직무수행이 이해충돌이냐 아니냐’를 자신이 판단한다는 얘기다. 이게 이해충돌 그 자체 아닌가. 국민적 신뢰를 얻고 매끄러운 사법개혁을 할 수 있겠나.”
-수사는 어떻게 보나.
“수사 개시 자체에 대해선 검찰 입장을 이해하는 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입장에서는 불가피했을 거라고 본다. 민감한 정치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검찰로선 둘 중 하나 아니었겠나. 장관이 되기 전 수사를 하거나, 장관이 된 다음에 수사를 하거나. 그런데 그 지위가 다른 것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이다. 오히려 임명 전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 수 있다. 윤 총장이 비운의 처지에 놓여있다. 개인적으로 전혀 인연은 없다. 제가 장관이든 총장이었어도 안 할 수가 없는 사건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예컨대 피의사실 공표 의혹 등이 국민 공분을 일으킨 측면이 있다. 수사 세부정보가 유출돼 무죄추정을 받아야 할 피의자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일이나, 검사와 장관의 통화가 알려지는 것 등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 검찰의 해묵은 행태에 대한 공분을 불렀다. 검찰이 피의자 인권을 지키면서도 엄정할 필요는 있다. 동시에 검찰의 해묵은 행태에 대한 비판과 현 수사에 대한 비판을 분리할 필요도 있다.”
-검찰은 수사로 ‘정치’를 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논쟁의 여지가 있다. 내가 볼 땐 이건 수사 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왜 인사청문회 날 후보의 배우자를 기소하느냐? 나는 그 기소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편이다. 수사기관은 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의무가 있다. 만약 알고도 공소시효 만료일을 넘기면 그것도 직무유기다. 저는 누구보다 검찰개혁에 대해 강력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게 하지 말았어야 할 수사였다고는 보지 않는다.”
-많은 분이 ‘노무현 트라우마’를 떠올린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집권 세력을 포함해 많은 분이 아픈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당시 수사와 현 수사는 전혀 다르다. 수사의 단서는 ‘객관적으로 제기된 의혹’ 아닌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런 단서에서 시작된 수사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정치 보복에 의한 동기에서 세무조사를 시키며 시작됐다. 정의를 세우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다. 결국 당시 야당 최고 지도자였던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박해하려는 불순한 의도였다. 그런데 이번 수사가 그런가. 앞으로 따져봐야겠지만, 논란이 큰 상황에서 객관적 의혹들이 제기됐다. 수사 책임자 입장에서는 ‘언제 하느냐’의 문제지 수사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트라우마가 최근 촛불 물결을 이끌기도 했다.
“원론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나 느낀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수 국민들의 염원이 모인 것 아니겠나. 검찰개혁의 당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그 문제와 이번 수사는 달리 봐야 한다고 본다.”
천정배 의원은 "검찰개혁의 성공을 누구보다 염원하는 입장에서도 검찰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비난하는 현 상황은 지극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검찰 견제 발언이 연일 거세다.
“극히 우려스럽다. 적절치 않다. 자제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든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우리는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검찰개혁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검찰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핵심인사들이 검찰을 극단적 표현으로 비난한다.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국민적 신뢰를 벗어나는 일, 개혁의 방향에 거꾸로 가는 일이라고 본다. 개혁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제가 장관 때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나. 당시 파장이 일었는데, 촌철살인의 대가 노 대통령께서 당시 제게 웃으며 이러시더라. ‘강 교수가 대통령 조카라서 봐주라고 한 거냐?’ 무슨 말이겠나. 장관이 불구속 수사 하라는 것은 개인적 인연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지휘이다. ‘공적인 태도로 한 건데 뭐가 문제냐?’는 것, 다른 뜻이 없다는 함의다. 구속 수사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 한 지휘였다는 촌철살인이다. 그러나 지금의 ‘조국 비호’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내부 권력의 동지, 정권의 핵심 인사를 감싸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의 비난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검찰개혁의 목표가 곧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인데, 지금 오히려 독립은커녕 개입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 검찰개혁에 반한다. 정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개혁의 당초 목표를 다시 새기란 얘긴가.
“검찰개혁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정치권력을 비롯한 권력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는 것, 스스로가 지닌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개혁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제가 장관에 취임했을 떄 ‘검찰은 거대권력의 횡포와 남용을 강력히 차단하는 역할을 지닌다’고 언급했었다. 그런데 그간 검찰이 한편으론 ‘정치권력의 시녀’가 돼서 결국 역할이 왜곡됐고, 심지어 최근에는 이 권력에 정치권력뿐 아니라 재벌권력도 끼어들었다. 권력에 휘둘리는 곳이 검찰뿐 아니라 법원 등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검찰에 가장 많은 권한이 집중된 구조다. 수사권, 지휘권, 소추권 등 모든 걸 한 손에 쥐고 있고, 일사분란한 조직체이다. 이 권한을 공적 목적으로 쓰도록, 범법자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인권을 지키도록 하려는 게 개혁의 목표 아닌가.”
-누구보다 검찰개혁을 원하는 현 정권에서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도마에 오른 셈인데.
“어려운 문제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이자 동시에 대통령의 정책적 지시나 비전을 따라야 할 소속 기관이다. 인사권도 현재는 대통령한테 있다. 그런 점에서 독립은 매우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니까 공직자비리수사처나 특검 등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검찰에서도 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승격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인사의 합리화를 고민해야 한다. 검찰총장 임기제도 지켜나가야 한다. 또 청와대와 검찰의 직거래를 금지시켜야 한다. 제가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검찰이 민정수석실에 실시간으로 수사 상황 보고하는 ‘직거래’를 끊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청와대는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기구이자 직무에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문재인 정부가 솔선해서 해야 한다. 현행법상 검찰은 구체적 사건 지휘를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데, 더 강력한 청와대에 대한 규정은 없다.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검찰에 쏠린 권한에 대한 해법은.
“검찰 자신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있는데 적절히 분산시키고, 기구 간 견제도 활성화하고, 무엇보다 국민이 검찰 활동을 통제·견제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미권의 대배심을 보면 시민들이 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참여 과정이 발달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검찰이 가진 수사권·소추권·지휘권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검찰이 완전한 소추기관이 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금처럼 수사권과 소추권을 함께 지니고,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완전히 고쳐야 한다. 조국 장관이 참여한 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내용을 보면 여전히 검찰이 중요한 수사권을 다 가진다. 지금 수사권 조정안은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기에 매우 미흡한 안이다.”
-적폐 수사 등을 이유로 오히려 특수부 권한을 키웠는데.
“나온 김에 말하자면, 저는 누누이 검찰개혁은 대통령의 권한이 가장 높은, 당선 직후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한이 가장 강할 때, 당선 직후에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의 명운을 걸어도 될까 말까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를 생각하면, 정권 탄생은 촛불의 결과였고, 지지율도 그 누구보다 높았다. 검찰개혁의 적기였다. 실제 법을 통과시킬 국회 상황도 좋았다. 자유한국당을 빼더라도 다른 제3세력 등을 광범위하게 끌고 갔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 좋은 시기를 미뤘다가 지금 와서는 법안을 처리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지 않았나. 이 정부가 촛불 정부를 자처하면서 검찰개혁의 적기에 제도개선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가 왜 지금까지 왔는지, 굉장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실제적 입법 통해서 이뤄낼 것인가에 대해, 특히 정부 여당들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현재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에 오른 안이다.
-참여정부를 돌이키면, 검찰개혁은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던가.
“저는 참여정부 당시엔 여당의 3선 이상 의원이었고, 법무부 장관을 지낸 입장에서 검찰개혁에 관한 한 실패했다는 생각이다. 극히 유감스럽고 책임을 느끼고 국민께 사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검찰개혁이라는 것은 첫째,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결국은 국회에서 법적으로 제도화 돼야 한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노 대통령,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강금실 장관 때를 돌아보면 워낙 국회 사정이 나빴고, 국회 사정 좋아졌을 때는 정권 지지율이 많이 빠져 있었다. 확실한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또 강 장관이 굉장히 뛰어난 분이지만 마치 적진에다가 낙하산을 태워서 떨어트리는 정도로 무시무시한 검찰에다가 장관 하나 떨어트려서 개혁해보라는 식의 상황이었다. 국민적 힘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에 장관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어느 날 갑자기 ‘중수부를 없애려면 내 목을 쳐라’고 나온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추상적 의지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힘 한번 못써보고 개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천 의원은 "검찰총장은 소추기관의 수장, 경찰청장은 수사기관의 수장으로서 전문성, 공정성, 독립성을 가지되 양측이 대통령으 정책적 지휘에는 복종하는 권력구도 형성을 위해 고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결국 입법 숙제가 크게 남았는데,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안이 미흡하다고 보나.
“현재 대안신당이 캐스팅보트다. 민주당만으로는 어려워도 정의당, 대안신당이 모이면, 자유한국당을 빼더라도 과반수는 되니까, 의지를 가지면 통과는 가능하다. 문제는 그 법이 과연 개혁법안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특히 검찰개혁법안(공수처 설치법안, 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만 있을 뿐, 여기서 뺀 검찰 권력을 넘겨 받을 경찰 권력에 대한 법안은 없다. 현재는 검찰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경찰은 상대적으로 지휘를 받는 종속 조직으로 보이니, 경찰의 위협성은 도드라지지 않을 뿐이다. 이 수사권을 경찰에게 주기만 하면, 경찰은 잘할 것이고 독립될 것이라고 볼 수 있나. 경찰 역시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나, 통제 장치가 있나, 수사 전문성이 있는가. 다 의문이 남는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뺏어다가 주려면, 경찰 또한 어떻게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할지 고민이 필요한데, 법안이 없다. 그러니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어떻게 될지 난감하다. 검찰개혁만 문제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을 아우르는 ‘수사·소추 구조 개혁’을 고민했어야 한다.”
-대통령과, 법무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나.
“검찰총장은 소추기관의 수장, 경찰청창은 수사기관의 수장, 동시에 양 측은 대통령의 정책적 지휘에는 복종하되 수사에서는 독립성을 가지는 존재여야 한다. 다시 말해 개별 수사에 대해 청와대는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풀 해법이 있나.
“지금 국회 상황에선 쉽지 않다.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한국당의 합의가 없는 한 법안 상정을 할 수도 없고, 패스트트랙에 새로 올리기에는 시간이 늦지 않았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협력을 얻는 방법밖에 없는데 과연 해줄지 의문이다.
-미흡한대로 현재 안을 우선 통과시킬 여지는.
“나도 곤혹스럽다. 검찰의 권한은 상당 부분 살아 있고, 검찰의 일부 권한을 넘겨받을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는 없다. 어떻게든 해법은 찾아야 할 거다. 대안신당이 지금 캐스팅보트다. 검찰개혁을 천정배와 대안신당이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지위를 잘 명심하고 활용해서, 검찰개혁을 주도해보겠다는 것이 제가 가진 각오이기도 하다.”
-조국 장관과 청와대, 여당에 당부가 있다면.
“대통령은 결국 개혁을 강조할 순 있지만, 수사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본다. 장관은 법을 고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개혁에 우선 매진할 수 있겠다. 국회는 국회대로, 특히 여당이 검찰과 경찰을 아우르는 ‘수사·소추 구조개혁’의 해법을 찾고, 실제적 입법을 이뤄내기 위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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