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노,병,죽음

"삶과 죽음" 에 관한 단상 (펀글)

언러브드 2015. 8. 29. 21:25

 

 죽음은 ‘단잠’이고 ‘떠나면 좋을 여행’이라는데,,,

 

 

 한 사람이 오고 한 사람이 간다.

 이 우주에서 매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역사에서는 우주적 사건이면서 그 자신은 사실 오고 가는지도 모르는 무상의 일이다.

 

 ‘오고 가는 것,’ ‘탄생과 소멸이 살아 있는 것들의 그 어떤 존재도 피할 수 없는 것인데도

 태어남 보다 죽음 앞에 수많은 생각이 교차되는 것은

 결코 다시는 삶으로써 만날 수 없다는 상실과 비애가 밀려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사람들은 어찌하여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기피하는 것일까?

 죽음은 한 번도 떠나보지 못한 미지의 여행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너는 인생이란 거대한 도시의 시민이었다.

  지내온 날짜를 속으로 세지마라. 세월의 짧음을 통탄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너를 이곳으로 보낸 자는 불공평한 재판관이나 폭군이 아니라 자연이기 때문이다.

  고용했던 연출가의 명령으로 배우가 무대를 떠나는 것과 같이 자연은 너를 이곳으로 보냈던 것이다.

  ‘아직 3막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고 너는 말하려느냐?

  진실로 인생이란 무대에서는 따로 3막으로 연극이 완성되는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극작가가 할 일이지 결코 너의 소관은 아닌 것이다.

  너는 자연스레 무대를 물러나라.

  왜냐하면 너의 역할을 중지시키는 것도 어떤 큰 선의의 명령인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페이터의 산문>  "황금의 잠언" 즁에 실린 글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조금 넓게 생각하면 자연 속, 우주의 조화이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람이 불다가 잔잔해 지는 것처럼, 구름이 일어났다가 스러지는 것처럼

 자연스런 것이 삶과 죽음인데도 사람들은 살아 있는 것만 좋다고 여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세상을 면밀히 살펴보라.

 삶과 죽음은 어느 때, 어느 곳이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없다.

 그래서 옛 어느 선사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매화나무 안에 담긴 생명의 실상, 즉 종자를 찾기 위해

매화나무를 쪼개고 쪼개봐라. 어디에 생명이 있는가?” 

 

 

이 세상을 살다간 생명 중, 그 누구나 무엇도, 그 대단했던 어느 현자나 권력자와 부자도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 죽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던 소크라테스는 그 죽음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만일 죽음이 무감각 상태로 어지러운 꿈조차 꾸지 않는 잠과 같은 것이라면 죽음은 큰 소득이다.

여러분은 꿈조차 꾸지 않고 숙면의 밤을 보낸 날이 며칠이나 되는가?

그런 밤은 지극히 적다. 만약 단잠을 자게 된다면 얼마나 큰 소득인가.

그게 아니고 만일 죽음이 다른 곳으로의 여행이어서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와 같은 옛 영웅들을 다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죽고 싶다.

또한 죽어서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때가 왔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나를 고발하고 사형을 선고한 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들은 내게 화를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두고. ‘단잠이라고 떠나면 좋을 여행이라고 여기며

그 여행 중에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위대했던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는 곳이 죽음이라면 얼마나 그 죽음이 기다려질까?

그렇다. 삶과 죽음은 아주 가까이 있다.

단지 느끼고 못 느끼고의 차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어느 순간 다가올 죽음, 그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는데

나도 당신도 단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그 여행길에 오른 지인의 어머니를 기억하며

 이 세상을 자연스럽게 거리낌 없이 살다간 원효元曉스님이 사복의 어머니를 위해 부른 게송(揭頌)을 떠올린다.

  "가거라, 다시는 생사를 거듭하지 말아라 ,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다시는 삶을 받지 말아라,

   썩어서 공이 되거라, 네가 간 그곳은 어떠냐,.....

   누런 해가 돋고 흰 달이 뜨더냐."

 

(신정일님으로부터...펀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