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는 내 동쪽에 있더니
저녁 해는 내 서쪽에 있네.
내가 가면 해가 가더니
해는 돌아갔는데, 나만 못 돌아갔네.
형세가 여인숙을 찾아들어야만 하게 되었는데,
먼 곳에 있는지 가까운데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네.
내 평생 너무 멋대로 놀다 보니
똑똑한 듯 하면서도 바보만 같네.
어찌하여 오늘 길을 가는데
이불과 베개가 따르지 않는가?
다행히 약간 포근한 봄날 만났으니
머리 끌어 박고 옷 입은 채 자리라.
설사 오늘 저녁이 춥다 하더라도
내가 취하면 아지 못하리라.“
양만리楊萬里의 <저녁에 길 가던 도중(暮宿中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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