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장수(長壽)가 두렵다

언러브드 2013. 3. 22. 19:05

 

2011년 세계보건통계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평균기대수명은 남성 76세, 여성 83세로 나타났다.

이처럼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난다면 90세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예로부터 인간의 꿈은 무병장수였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회조사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가장 원하느냐고 물으면 대개 건강과 장수(長壽)를 꼽는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가고 있으며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이에 늙음은 자연의 이치이고 피할 길 없는 인생의 과정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

진시황제는 불로초(不老)에 대한 집착을 죽을 때 까지 버리지 못했으며 로마 황제 시저나 클레오파트라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지만 부질없는 욕망뿐이었다.

어느 시인이 ‘한손에 가시들고 또 한손에 막대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노래했듯이

노인의 세상은 불현듯 오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늙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시인 롱펠로는 ‘늙어가는 자신을 가리켜 식어있는 욕망, 잿더미이며 타다 남은 장작개비’라고 한탄했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한국인의 기대수명도 점점 빠르고 길게 늘어나 그야말로 장수시대가 코앞에 와있다고 한다.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이 더 이상 헛되지만은 않은 세상이 오고 있음에도

우리사회에서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은 그다지 밝은 것 같지가 않다.

왜냐하면 100세 인생,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인생 100세 시대 대응 국민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평균수명 연장으로 90세 또는 100세 이상 사는 현상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응답이 43.4%였다.

희망수명을 묻는 질문에 80∼90세 59.6%, 70∼79세 20.9%, 100세 이상 살고 싶다는 응답자는 겨우 8.2%에 그쳤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되도록 건강하게 자신을 보전(保全)하면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후의 본질은 그자체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서 노후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재앙)이 될 수도 있다.

늙어서 할 일없이 누워있는 것뿐이고 병들어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형편에다

함께할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고독한 노년이라면 산다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우리 사회 이면에는 하루 평균 노인 자살 12명,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세계 1위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난 어버이날 치매와 암으로 투병하던 노부부가 동반 자살한 일이 있었다.

이 노부부는 함께 살던 아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번 추석에는 노모가 고향에서 혼자 지내는 것을 놓고 형제들과 논의했으나 어머니가 홀로 남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우발적으로 고향집을 태워 없애면 어머니가 외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의탁할 것으로 기대해 방화를 한 뉴스가 있었다.

서로 노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형제간 불화가 잦은 이 시대에 그나마 부모를 모시겠다는 효심(孝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씁쓸한 마음이다.

 

이미 치매 노인 수는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올해 49만5천명으로 2020년에는 75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식들은 자기네 살기 바빠서 모시기가 어렵고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조차 경제적 부담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치매에 걸린 엄마의 실종을 다룬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고통스러운 우리 현실에 대한 서글픈 이야기로 다가오고 있다.

 

 

고령화 쇼크, 해결방안 절실

앞으로 202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고령화에 대한 쇼크는 이미 시작됐으나 고령화 사회에 대한 걱정과 한숨소리만 깊어갈뿐 뚜렷한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식에게 부담될게 뻔한 100세 장수는 재앙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노인이 행복해지려면 개인 노력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나라가 지금이라도 고령화 사회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종합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서야 하겠다.

노인들은 부양해야할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그분들의 피땀이 오늘날 젊은 세대가 누리는 혜택의 바탕이 됐다는

경외감(敬畏感)속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김진식 전 충북중소기업지원센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