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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못 잡은 집값, 이명박이 잡았다?

언러브드 2010. 4. 28. 20:26

노무현이 못 잡은 집값, 이명박이 잡았다? 오마이뉴스 | 입력 2010.04.28 13:53

[오마이뉴스 고영근 기자]

지난 3월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접수처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선대식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논리들이 여기저기서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건설업체를 비롯해 보수언론은 부동산 시장이 맥을 못 추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보금자리주택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건설업계와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나 진보언론도 마찬가지다. 경실련의 김헌동 본부장은 "노무현이 못 잡은 집값을 이명박이 잡고 있다"는 잘못된 분석을 내놓았다. 내가 만난 한 지인은 일각에서 "이명박이 설마 2차 보금자리주택 예정지에 있는 그린벨트를 풀지는 몰랐다, 이명박은 정말 애국자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해 주었다.

일례로 진보적인 언론인 < 한겨레 > 의 지난 4월 24일자 사설을 보면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사실 최근 주택경기 위축은 보금자리주택의 영향이 적지 않다.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값싼 땅 위에 짓는 보금자리주택이 쏟아지다 보니 민간 주택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정책이다. 당장은 좋겠지만 개발제한구역이 바닥나면 주택시장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 한겨레 > 의 사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주택경기가 위축되고 민간 주택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말은 현상적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틀린 말이고, "보금자리주택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정책이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집값 하락은 '부동산 대세하락' 때문

지금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주택 구입을 늦추면서 관망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물론 보금자리주택이 사람들의 투기 심리를 위축시키는 심리적 원인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보금자리주택이 집값 하락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즉 보금자리주택이 집값 하락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있을지 모르지만, 보금자리주택과 집값 하락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 분석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리는 잘못된 시각에서 나온 '착시현상'이다.

사실상 김대중 정부 이후로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에 해당하는 공공부문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왔다. 그런데도 왜 지금까지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을까?

일부에서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의 보금자리주택이 시장이 서로 다른 민간부문의 주택 수요를 크게 줄이면서 주택경기를 위축시키고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는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는 표면적인 현상을 본질로 오해하는 오류이며 집값이 떨어지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착시현상이다. 진실은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이고 경기순환적인 이유로 인해 대세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며, 사람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관망하면서 주택구입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역지사지로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 같으면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 집을 사겠는가?

만약 보금자리주택이 집값이 떨어지는 지금 시점이 아닌 집값이 폭등하는 시점에 발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보금자리주택이 전체 집값을 끌어내리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었을까? 지난 참여정부 당시에도 경험했듯이, 집값이 뛸 때 보금자리주택을 쏟아냈다면 투기 광풍을 부채질했을 게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는 지금 보금자리주택이 전체 집값을 끌어내린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진실이 아니다.

미분양사태는 건설업계의 '자업자득'

부동산 시장이 대세상승 혹은 대세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백약이 무효하며, 경기순환의 주기를 조금 더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순환주기 자체를 바꾸거나 뒤집을 수는 없다. 지금은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해 이제는 사이클이 하강국면을 지향하고 있으며, 여러 구조적이고 경기적인 요인으로 인해 거품이 점점 꺼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입지가 좋은 서울 인근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주택을 정부가 공급하면 자신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근거를 들이대면서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민간건설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논리적인 비약이며 엄살에 불과하다.

만약 건설업계의 주장대로라면 지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대규모 공급확대에도 결사반대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집값이 폭등하던 그 당시 건설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사실상 지금 건설업계는 정부로부터 계속 무언가를 더 얻어내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빌미로 엄살을 부리면서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집값이 떨어지고 건설업계가 어려운 건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대세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며, 지금까지 건설업체들이 수요도 없는 곳에 너무 무분별하게 건설을 많이 했기 때문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다. 즉 자신들이 힘든 건 보금자리주택 때문이 아니라 경기순환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수요예측도 제대로 못한 자신들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말이다.

보금자리주택은 '토지임대방식'으로 개발해야

정부가 4·23 미분양 대책을 내놓았지만 하락하고 있는 건설시장을 회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뉴시스
한편 보금자리주택은 좋은 입지에다 주변 시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싸게 공급되기 때문에 당첨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시세차액이라는 부동산불로소득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계속 더 내려가서 보금자리주택보다 주변 집값이 더 싸진다면 그 순간 보금자리주택은 존재 의의를 상실하게 된다. 또한 더 이상 풀어헤칠 그린벨트가 없으면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정부가 서민들이 절대 살 수 없는 보금자리주택을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공급할 의도라면, 지금의 가격도 너무 높아서 구입하기엔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2차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강남권의 경우 최고 4억8천만 원에 달한다. 따라서 가격을 더 낮추고 형평성 문제를 없애면서 매매차액도 근절하려면 토지는 정부가 소유하면서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을 도입하든지, 당첨된 사람들이 집을 팔 때 정부에 되파는 환매조건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토지임대 방식은 한나라당 당론이자 이미 특별법으로 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도입이 더 쉬울 것이다.

만약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이는 시장과 공급대상을 전혀 엉뚱하게 잘못 파악한 것이다. 진정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그림의 떡'인 보금자리주택보다는 오히려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서 공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수억 원이나 되는 집을 살 수 있는 '서민들'이 도대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정부의 말대로 그런 사람들이 과연 '서민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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