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철 변호사 "이번에 펴낸 책은 일종의 유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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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본문 인터뷰 중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이건희 일가의 비리를 세상에 알린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2007년 10월 첫 기자회견 당시엔 언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언론에 대한 불신 만큼은 뿌리깊다. 삼성특검의 봐주기 수사, 법원의 봐주기 판결, 이명박 대통령의 삼성사건의 주범 이건희 회장에 대한 단독 사면 등 모든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시종일관 삼성 편에 섰다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8년 삼성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지난달 말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저술했다. 그동안 자신이 알고 겪었던 삼성 검찰 법원 언론에 대한 일종의 고백록이다. 사건이 철저하게 거꾸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최초 의혹제기자로서 마지막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책 대부분이 이건희 일가의 비리와 수사 및 재판과정에 대한 것이지만 김 변호사는 본문의 곳곳에서 언론에 대한 절망감을 표현했다. 그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실명전환 후 좋은 일에 쓰기로’ 한 약속에서 일부(3000억~6000억원) 재산이 빠진 것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이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삼성이 침묵한 것은 이해가 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언론의 침묵이다. 비리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이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왜 아무도 따져묻지 않는 것인가”. 일간지들이 책 광고조차 싣지 않고, 기사도 안썼다. 그런데도 9일 현재 교보문고 인터넷주간집계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있고, 종합집계에서도 23위(정치사회 분야 1위)를 기록 중이다. 언론이 외면해도 실제 여론마저 외면하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그가 겪었을 언론에 대한 소회를 듣기 위해 지난 5일 서울 청운동의 한 커피숍에서 김 변호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최근 삼성을 보도하는 언론의 세태에 대해 “현재 삼성 홍보팀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삼성 기사를 축소하거나 삭제해 달라는 요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언론이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이라며 “요새 언론을 보면 생존의 문제를 넘어 탐닉과 탐욕의 과정으로 간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영향력에 대해 그는 “과거 공직자 관련 기사를 쓰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과거와 달리 요샌 아무리 언론이 문제를 제기해도 모가지 떨어지는 공직자를 찾기 어렵다”며 “전통적인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과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YTN 노조·MBC <PD수첩> 사건 등 현 정부의 언론인 수사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는 “과거 검찰 같으면 언론에 대해 절대 이렇게 수사안한다”며 “정권이 바뀌니 검찰의 법해석이 달라졌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데 대한 정리” -이번 책을 낸 이유와 의미는. “세상을 향한 마지막 말이다. 이것으로써 내 인생은 완전히 소진됐다. 나의 역할은 이것 뿐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데 대한 정리다. 사람들이 책을 통해 (나와 삼성에 대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판단하도록 했다. 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안한다. 이게 내 팔자였는지 싶다. 어떻게보면 유서와도 같다. 일반인 같은 경우 ‘될대로 되라’는 심정일테고, 종교적 측면에서는 ‘부처님이나 하느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그동안 잘 살아왔다.” -왜 이번에 내게 됐나. “나서기 좋을 때 나서거나 시류에 영합하는 것은 비굴하다. 이건희 비리에 대한 공적인 판단과 절차가 다 끝났다. 불의가 검은 강물처럼 넘실대고 있을 때엔 이기고 지고를 떠나 기록이라도 하기 위함이었다. 이 내용의 배포에 성공한 것으로 만족한다. 또 책 출간시기를 이건희 사면에는 맞추지 않으려고 했다. 이병철 100주기는 전혀 몰랐다.” -온라인매체나 극소수 일간지를 제외하곤 언론이 책 출간에 대해 냉랭했다. “과거부터 내 사건은 취재경쟁이 없는 사건이었다. 취재해서 보고만 하는 사건이었다. 언론이 기업광고의 의존도가 높다고도 한다. 언론은 정의로워야 한다고들 하지만 지금은 무기력하다. 다들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인 것 같다. 먹고 사는 문제는 다 같겠지만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는 검찰 법원 언론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과거 조선일보가 책소개를 하면 잘팔린 시절이 있었다는데 요샌 그렇지 않은 것같다. 메이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젠 한계에 다다른것 아니겠느냐.”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리에 대해 특검까지 갔지만 결국 대통령이 사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권력의 공백기에 특검을 통해 일부 기소가 됐지만 결국 희대의 코미디로 결말이 났다. 특검이 온갖 쇼를 해서 내린 결론은 이건희 일가가 조성한 비자금을 이 회장의 돈으로 만들어줬다. 어떻게 된 게 이 나라가 이씨 일가의 나라인가. 모든 부와 권력이 이씨를 위해서 존재하나.”
“광고 거부 당한 것 오히려 다행”
-출판사가 일간지에 책광고하는 것조차 거부당하고, 일부 신문은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출판사 쪽에 ‘광고비 안들고, 비용 절감되고 좋지 않느냐’고 했다. 그래서 포스터를 찍어 대학가에 붙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굳이 광고까지 해서 많이 팔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원고 초안에서 빠진 부분도 많다.” -무슨 내용이 빠졌나. “처음엔 모든 원고를 다 실명으로 썼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주요 인물만 실명으로 했다.” -일부 서점에선 책 진열도 소극적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판매대에도 없고, 잘 안 걸린다는 얘기는 들었다. 누가 (무더기로) 가져간다고도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간에 그래봐야 현실적이지도 않다. 내가 무슨 포르노 책 쓴 것도 아니지 않느냐. 삼성에서 배포금지 가처분 할 줄 알았는데 아직 안하고 있다.”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후에도 언론의 친삼성 성향은 여전해 보인다. “원래부터 그랬다. 설이 지나고 나면 어느 언론이 날 찾겠느냐. 세상의 관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남김으로써 나는 마지막 역할을 다한 것으로 만족한다.” “삼성 홍보팀도 심하다고 말해” -이런 언론의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삼성 홍보팀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삼성 기사를 축소하거나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언론이 알아서 다해주기 때문이다. 삼성 홍보팀에서도 그런다고 한다. 자신들이 볼 때도 심하다는 것이다. 홍보팀의 역할이 없어진 셈이다. 요새 언론을 보면 생존의 문제를 넘어선 것같다. 탐닉, 결국 탐욕으로 말이다.” -기자들이 책 냈을 때 취재도 하지 않던가. “어느 기자가 ‘확정판결까지 난 상황에서 그와 반대되는 걸 주장하면서 사생활이나 가십까지 나와 도저히 보도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 내가 보도해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 -최근 이건희가 4개월만에 사면됐을 때 언론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체육대회 유치를 위해 대통령이 범죄자를 사면한 것은 희대의 코미디다. 이건희는 단군 이래 전무후무한 탈세사건 주범이다. 배임죄 등까지 포함하면 더하다. 한 사람을 위해 국무회의 열어 단독으로 특별사면 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격을 얘기하고, ‘고뇌의 찬 결단’을 언급한다는데 이 말이 과연 이럴 때 쓰는 말인지 알고나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여론을 조성하기도 반영하기도 해야하는 게 언론인데 좀 이상했다.” “삼성은 이제 기신이 됐다” -이병철 100주년을 맞아 삼성 사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삼성 만세’ 아니겠느냐. 삼성은 이제 기신(기업의신)이 됐다. 돈 많으니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보상이 갈테고.” -삼성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이유와 배경은. “언론이 광고 의존도가 높아서 그런 것 아니냐. 언론 자신의 유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국부를 늘렸다는 면에서 삼성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언론이 어떻게 견제해야 한다고 보나. “기업이 국가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기업은 상인이자, 영리추구 집단일 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의 뜻은 죄짓지 말라는 것이다. 삼성 생산기지의 70%는 해외에 있다. 돈 안되면 국내에 투자안한다. 기업을 얘기하면서 턱없는 애국심을 들이대선 안된다. 이런 언론들이 설령 자전거를 준다해도 안보면 되지 않겠나.” -폭로 이후 여전히 김 변호사에 전라도,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이며 음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엔 기분 나쁘더니 요샌 그것도 밥벌이 때문에 하는 것 아닌가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보고 싶은 대로 날 보는 것이다. 날 배신자라 말하는 사람은 나를 이해하는 입장에 서기 싫은 것이다. 내가 사치스럽고, 인간성 나쁜 사람이라는 류의 얘기는 삼성 전략기획실에서도 한 일이 있다. 날밤새서 나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서 여기저기 돌리더라. 그런 것까지 언론이 보도하진 않았다.” -많은 광고비를 집행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삼성이 광고비도 많이 줄였다고 하는데, 왜 그렇다고 보나. “언론은 삼성광고 의존도가 높다. 한 기업에 생존이 좌우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광고 받고 비판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내가 있을 땐 비판하는 언론에도 광고비를 주곤 했다. 최근 광고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과거 공직자 관련 기사를 쓰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과거와 달리 요샌 아무리 언론이 문제를 제기해도 모가지 떨어지는 공직자를 찾기 어려운 것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한다. 전통적인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과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블로그 트위터 등을 하루에도 엄청나게 읽는다.” “조중동은 악마 그 자체”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한 것 아닌가. “악마적 존재가 아니라 악마로서 기능하려면 없어지는 게 낫다. 함세웅 신부가 조중동을 악마적 존재라고 표현했는데, 내 생각엔 악마 그 자체다. 그 구성원들은 억울하겠지만 개인이 아닌 조직체에 대한 얘기다. 삼성 얘기할 때 삼성 구성원이 아닌 이건희와 일가를 지목하는 것처럼 분리돼 평가해야 한다. -책에서는 YTN조합원, PD수첩 수사에 비판적으로 접근했는데,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을 때 한심했다. 과연 죄가 되는가. 검찰 논리대로라면 건설정책 비판하면 건교부 장관을 명예훼손한 게 된다. 4대강을 비판하면 MB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가. 차라리 과거처럼 그냥 때려죽이면 더 분명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교묘하게 법을 들이댄다. ‘일반교통방해죄’와 같은 과거에 잘 적용하지 않았던 죄가 등장하기도 한다. 정권이 바뀌니 검찰의 법해석이 달라졌다. 과거 검찰 같으면 언론에 대해 절대 이렇게 수사 안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검찰이 ‘PD수첩’ 수사를 했을까. 나역시 부끄럽다. 자랑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내가 쓴 글들이 픽션이었으면 좋겠다.”
-삼성의 언론 홍보정책은 어떻게 변했나. “광고단가의 경우 방송은 시간, 신문은 크기에 비례해 집행되지 않는다. 연간 광고비를 할당한다. 정상적인 마켓에 따라 가격을 주는 게 아니다. 삼성 입장에서 그런 이미지 광고가 필요하지도 않다. 언론이 삼성을 비판하지 못하는 것은 생존이나 탐욕 때문이다. 삼성은 감시받아야할 대상임과 동시에 광고를 주는 광고주다. 그런데 이젠 광고주 측면이 강해져버렸다. -삼성이 개별 기자나 언론인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언론로비리스트도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얼마가 집행됐는지는 모르고, 그렇게 큰 돈이 아니라는 것만 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가 앞으로 뭘 하며 살 수 있을까. 시민단체에 가는 것도 과거에서 완전히 변신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빵집을 하고 있는데 하루 종일 그 일에 매달리면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글 =조현호 기자 chh@ 사진 =이치열 기자 truth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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