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층심층】‘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의 충격적 패배
16/04/15 15:40
【서울 교도】13일 한국 총선거에서 보수 여당 새누리당이 충격적인 대패를 경험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도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투표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한국의 민의는 박 대통령을 갑작스러운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선거에서 이겨 자신의 후계자를 키우려 했던 박 대통령의 구상은 ‘보수 진영의 붕괴’와 함께 무너져 버렸다.
▽새누리당의 오만
“한없이 낮은 자세로 노력하겠다”. 선거에서 패배한 다음 날인 14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인책 사임을 발표한 자리에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피로가 역력한 표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던 12일 유세와는 대조적이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후보 공천을 놓고 박 대통령에 가까운 ‘친박파’와 ‘비박파’의 다툼이 극에 치달으면서 지지자 이탈이 우려됐다. 헌법으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금지돼 있으나 박 대통령은 당 색인 빨간 옷을 입고 선거 격전구로 발길을 옮겼다.
그 결과, 선거전 후반에는 여론조사기관 4사가 새누리당의 획득 의석수를 157~175로 예측. 개선 전 의석수인 146보다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 주목을 받으며 당내에 오만함이 생겼다.
▽고조된 불안
왜 예상을 빗나간 걸까?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라이브의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고정전화가 조사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밖에 없는 야당 지지 경향이 강한 학생들의 의견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조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보수 진영은 최근 굉장히 탄탄했기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제와 대북 정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박 정권에 대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불만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고조된 가운데, 당 내분에 혐오감을 느낀 보수층이 투표를 기권하거나 제3세력인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 새누리당의 대패로 이어졌다고 윤 센터장은 분석했다.
▽자승자박
박 대통령은 투표 전날도 의료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규제완화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표결되지 않아 “지금도 매일 일자리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야당을 비난했다. 선거로 국회는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개입 발언’을 계속했다.
지난 2012년 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열세라는 평판을 뒤엎고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법안 표결을 위해서는 의원 5분의 3(180명)의 찬성이 필요한 ‘국회선진화법’이 장애가 되고 있다. 박 정권은 추진 중인 법안 다수가 성립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실적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명박 전 정권 때 강행 표결을 거듭한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거에서 패배를 각오하고 야당에 의한 보복 강행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이겨 버린”(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탓에 현 정권의 손발을 묶어버린 형국이다. 정계 관계자는 법 성립을 주도한 박 대통령의 ‘자승자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벽을 넘을 수 있는 5분의 3 의석을 얻어, 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통과시킨 후 정권 말기까지 구심력을 유지해 ‘친박파’에서 후계 대통령을 배출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대전에 임했던 ‘선거의 여왕’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16년 만의 소수 여당이라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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