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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공매도, 섭섭해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늬우스)

언러브드 2015. 12. 11. 17:41

주식 공매도, 섭섭해도 유지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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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숨고르기]공매도는 신용거래와 대칭관계, 금지할 경우 시장 불균형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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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이 5월말 발의한 국민연금 보유 주식의 대여를 금지하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2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주식 공매도 금지를 희망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섭섭해 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공매도 하는 행위를 차단하여 과도한 주가하락으로부터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인데다 여야 합의로 발의된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연기금들의 반대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0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기관투자자의 보유 주식에 대한 대여 금지 조치는

주식 공매도 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효과를 초래하므로 결코 가볍게 입법 돼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판단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공매도 금지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여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하여 연기금, 감독기관, 입법기관 등 모든 시장참여자들의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주식대차거래를 통한 공매도가 도입된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끝날 줄 모르고 있다.

하지만 이 논쟁은 시장 시스템의 중장기적 건전성 차원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단기적인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벌어진 것이

사실이다. 시장이나 특정 주식의 과도한 하락기마다 이슈가 부각된 점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사실 공매도 금지는 주식의 보유 및 매매에 대한 두 가지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유자' 중심의 관점과 동시에 '매도' 중심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비대칭적 주장인 것이다.

즉, 공매도 금지는 매도 가능 물량을 감소 시키므로 주가의 하방 압력이 약해져서

현재 주식 보유자는 비싸게 팔 확률이 높아 유리하다.

하지만 현재는 주식이 없지만 신규 매입 또는 재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잠재 투자자에게는 매입 가능 수량이 부족하므로

주가 상방 압력이 강해져서 비싸게 살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불리하다.

또한, 공매도(short selling)는 재매입(short covering)과 시차를 두고 짝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는 재매입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게 된다.

당장은 주식매도 물량이 적어서 주가 하락이 완화될 수는 있으나 공매도 후 재매입 해야 하는 물량 역시 적어지기 때문에

주가 상승도 축소되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이상적인 방향성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상승이다.

주식시장의 적정한 변동성은 시장에 활기를 주지만 오버슈팅(과매수)이나 언더슈팅(과매도)은 투자자들에게

예기치 않은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공매도 금지는 시장 침체기에는 언더슈팅을 막아서 안정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상승기에 오버슈팅을 저지하는 기능이 약해져서 주식시장의 상승 변동성을 키우는 단점이 있다.

이는 신용거래 금지와 유사하다.

시장 과열시 오버슈팅에 제약을 가하여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침체기에는 언더슈팅을 방지하는 효과가 떨어지므로

시장 하락 변동성을 키우는 단점이 있다.

주식 공매도는 주식 신용거래와 대칭 관계에 있다.

 방향성만 반대이지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은 유사하다. 선물시장에 매수와 매도가 있고,

옵션시장에 콜과 풋이 있듯이 주식현물시장에는 신용거래와 공매도가 공존한다.

다양한 운용 수단과 제도가 복잡 다기하게 연결되면서 매우 정교하고 균형 있게 지속적으로 성장을 향해가는 것이

자본시장의 성숙하고 건전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오랜 기간 다듬어지고 잘 짜여진 주식시장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법규의 제.개정은

시장의 균형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우 신중하고 정교하게 다루어야 한다.

혹시라도 균형이 깨지면 시장의 비대칭적 허점을 호시탐탐 노리는 전문 투기꾼들과 첨단 투자자들의 이전투구 판으로

전락함은 물론이고, 차칫하면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에 혼선이 빚어질 위험도 있다.

다시 균형을 찾기까지 최대의 피해자는 결국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로 귀결된다.

가끔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인위적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시적이고 보완적이어야 한다.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조치는 대칭성과 균형성을 반드시 유지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leebyungc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