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무료하다고 여겨질 때 나는
여행을 생각한다.
며칠 혹은 말미를 얻어 여행길에 접어들 때의 쓸쓸함과 호젓함,
그것을 충분히 느끼며 떠나는 순간이 바로 내가 온전히 살아 있는 시간이다.
나는 왜 이렇게 떠났다 돌아오고, 돌아오기 위해 총총히 떠나는 것일까?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를 원치 않았다.
사람들은 늘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곳에선 꽤 외롭겠군요.
특히 눈이나 비가 오거나 밤 같은 때는 이웃이 그립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체가 우주 안의 한 점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발을 부지런히 놀려도
두 사람의 마음이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압니다."
-헨리소로-
나는 소로의 마음과 달리 가끔씩은 체념하고, 절망하고 외롭기 위해서
세상이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성큼성큼 발길을 옮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넓고 크며 무관심하다.
그래서 어쩌다 서로의 마음들이 경이롭게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지만
먼 산 보듯, 소 닭 보듯 데면데면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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