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람

'고승덕 변수' 서울교육감 선거

언러브드 2014. 6. 4. 11:07

 

'고승덕 변수' 서울교육감 선거, 보혁 구도로 가나

'폭로글' 고승덕 지지율 하락…문용린, 이탈표 흡수 가능성

조희연, 진보지분 굳히기…양 진영 표 결집 총력전 나설 듯


서울시교육감 후보 합동 TV토론회에 앞서 고승덕(왼쪽부터), 문용린, 이상면, 조희연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대한민국 교육의 1번지인 서울시교육감 선거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고승덕 후보가 친 딸 희경씨의 폭탄선언으로 지지도가 꺾이면서

보수 문용린 vs 진보 조희연 후보간 보혁 구도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고 후보의 이탈표를 문 후보측이 어느 정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 후보도 30%대의 진보 고정표 굳히기에 들어가는 등 양 진영의 막판 표 결집이 당선자를 가리는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 딸의 페이스북 폭로 글로 벼랑에 몰리고 있는 고승덕 후보는

3일 방송사 전화 인터뷰에 이어 저녁에 강남역에서 퇴근길 유세를 하는 것으로 선거 일정을 마무리한다.

고 후보는 전날에도 언론사 전화 인터뷰외에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채 사실상 칩거했다.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외부 유세를 중지한 채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간간히 방송으로 폭로 글에 대한 해명 또는 상대 후보 측의 정치공작설을 제기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지만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고 후보의 정치적 텃밭인 강남권의 표심 이탈이 두드러진다.

서초구의 30대 한 여성 유권자는 “친 딸의 글도 정치공작으로 치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가족 구성원이 아버지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일종의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고 후보의 부인 이 씨와 이 씨의 동생이 전날 페이스북과 인터넷 게시판에 고 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올린 것도 역풍을 맞고 있다.

고 후보의 큰 처남인 이모 씨는 2일 오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현재의 교육감을 선출하는 자리에

수십년전의 자식교육을 놓고 평가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잣대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3일 오전 12시 현재 조회수가 27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반대(8000여개)가 추천(1500여개) 보다 5배 정도 많은데다 4000개에 육박하는 댓글도 비난성 내용이 상당수다.

6.4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통해 재기를 노린 고 후보로서는 전교조 발언과 미국 영주권 의혹, 친 딸의 폭로로 이어지는

안팎의 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만신창이가 된 고 후보가 선거레이스 완주를 고집하는 것이

명예회복과 함께 실리적인 목적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당선 또는 사망하거나 15%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면

지출한 선거비용을 전부 돌려받을수 있다. 10% 이상 15% 미만 득표율을 올린 경우엔 절반을 보전해준다.

 


 

문용린 후보는 이날 방송사 전화 인터뷰에 이어 서울 광화문 광장앞 '행복교육 1인 피켓 유세'를 거쳐

저녁 서울역 광장 유세를 마지막으로 선거 일정을 정리한다.

문 후보로서는 보수표를 끌어모을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

고 후보의 '궤도 이탈'로 선거판이 보혁구도로 흘러가면서 보수측의 표 결집이 강하게 나타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의 세 몰이에 대한 일종의 위기의식 내지 긴장감이 커진 탓이다.


4년 전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총 득표가 60%를 넘었지만 표가 6명으로 분산되면서 진보측 단일후보였던

곽노현 전 교육감(34.3%)에 자리를 내줬다.

역으로 말하면 6명의 후보가 난립했지만 득표율 60% 이상을 거뒀다는 뜻으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오는 상황에서 보수진영 표까지 뭉칠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수 있다.

다만 문 후보는 고 후보와의 '공작정치' 공방이 진실게임으로 비춰진다는 점이 고민스럽다.


조희연 후보는 이날 낮 서울시청 앞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참배하고 저녁에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앞에서

선거 전 마지막 거리 유세를 펼친다.

조 후보는 전날 서울교육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고 후보의 가족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페이스북 파문에 대해 발을 빼는 모양새다. 네거티브 공세와 거리를 두겠다는 이미지 전략이다.

조 후보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30%대의 진보표가 구심력을 회복하는데다 최근 둘째 아들이 포털사이트 정치 토론방에

아버지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것이 고 후보와의 차별성을 보이면서 반사이익까지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지난주 고 후보 자녀들의 이중국적 및 병역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폭로 글 사태에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이라는

지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최근 조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곤 하나 추진 동력이 2010년 곽노현 전 교육감보다 떨어진다는 점에서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전 교육감은 34.34%를 얻어 보수 이원희 후보(33.22%)에게 1.12%p 차로 가까스로 이겼다.


문 후보와 조 후보의 표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이상면 후보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andre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