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을 굶주렸던 스마트폰 시장의 패배자들, 이번엔 반란에 성공할까
[부활 노리는 IT 기업들] 윈도 방식 고수하던 MS, 점유율 3% 굴욕 중저가 주력한 노키아는 중국업체에 밀려… 최근 MS가 노키아 인수 후 직접 제조나서 소니, 전문가급 카메라 탑재해 기술 과시 피처폰 내놓다 3000억원 적자 봤던 LG는… 옵티머스 시리즈 내놓으며 개발능력 키워조선비즈 성호철 기자 입력 2013.09.27 03:22 수정 2013.09.27 10:17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아이스하키 퍽(puck)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하고 경기한다.' 이것이 애플의 정신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는 200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맥월드에서 한 손에 아이폰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이후 불어온 스마트폰 열풍에 제대로 적응 못한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소니에릭슨·모토로라·LG전자·블랙베리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아이폰 발표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한때 세계 휴대폰 1위였던 노키아의 휴대전화부문은 지난 3일(현지 시각) 54억4000만 유로(7조8700억원)에 마이크로소프트(MS)로 팔렸다. 스마트폰 시대의 두 패배자가 힘을 합친 것. 전문가들은 이를 수세에 몰렸던 IT 기업들이 재도전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봤다. 스마트폰 혁신 6년, 이들은 왜 실패했고 반전(反轉)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바뀐 게임의 룰을 이해 못해
스티브 잡스가 6년 전 기조연설 등에서 말한 아이폰 혁신의 핵심은 이렇다. 스마트폰에 자판은 필요 없다. 모든 작업은 손가락 터치로 작동한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운영체제(OS)라야 한다.
MS·노키아 등은 이를 평가절하했다. '아이스하키 퍽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당시 MS의 스티브 발머 CEO는 "499달러(약 54만원·아이폰 가격)는 너무 비싼 데다, 자판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혹평했다. MS는 스마트폰용 OS에서도 과거 PC에서 보여준 윈도의 성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했고, MS의 점유율은 3%대에 불과하다. 예컨대 앱스토어엔 90만개가 넘는 앱이 있지만, 윈도 스토어엔 아직도 10만개에 불과하다. 게임의 룰은 복잡한 기술이 아닌 쓰기 편한 콘텐츠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노키아는 '중저가 일반폰을 대량으로 찍는 규모의 경제'라는 성공 경험에 집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키아의 판매량은 아이폰이 등장한 연도에 4억3710만대를 기록하며 세계 휴대폰 역사상 첫 4억대 판매 고지를 넘었다. 노키아는 중저가 피처폰(일반폰)에 계속 매달렸다. 결과는 비극이었다. 노키아는 올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중국 업체(ZTE·화웨이·레노버)에도 밀려 9위로 추락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해 '오바마폰'으로 불린 블랙베리도 마찬가지. '자판이 달린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비즈니스맨들 사이에 인기였던 블랙베리는 "터치 방식은 너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자판을 불편하게 여겼다. 블랙베리는 올 초에야 신제품 '블랙베리 Z10'에서 자판을 없앴지만, 때는 늦었다.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3%까지 떨어졌다.
LG전자엔 2000만대 가까이 팔린 '초콜릿폰'의 달콤함이 독이 됐다. '초콜릿폰'은 60만원이 넘는 고가(高價)임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개발보다 디자인을 멋스럽게 한 고가 피처폰인 프라다폰(2007년 3월 출시)·뷰티폰(2007년 11월)·시크릿폰(2008년 5월)을 내놨다. 한편으론 '중저가 휴대폰 판매' 전략을 폈다. 스마트폰에 빠르게 대응을 못한 대가는 2010년 3분기 휴대폰 부문에서만 3000억원이 넘는 적자라는 '실적 쇼크'였다.
소니에릭슨은 2010년 첫 안드로이드폰 '엑스페리아 X10'을 내놓는 등 빠른 적응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니와 에릭슨 간 합작회사(50대 50)인 소니에릭슨의 느린 의사 결정 구조는 스마트폰 혁신 시대에는 너무 큰 단점이었다. 소니는 안방인 일본 시장에서 부는 아이폰 열풍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의 강점을 따라 하되, '플러스 알파'를 추가해 재도전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올 초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S의 모바일 사업은 회사가 생긴 이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실패를 인정한 MS는 이번엔 애플을 따라 하고 있다.
MS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 독자 OS와 스마트폰 제조를 수직 계열화했다. 애플이 자사의 독자 소프트웨어(iOS)를 탑재한 하드웨어(아이폰·아이패드)를 직접 만드는 것처럼, MS도 윈도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
소니는 2년 전 에릭슨과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며, '빠른 의사 결정' 체제를 정비했다. 올 초 선보인 '엑스페리아Z'는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올 2분기엔 애플을 누르고 일본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여세를 몰아, 최근 엑스페리아Z1을 내놓은 데 이어, 내년 초엔 엑스페리아Z2를 선보인다. 아이폰 혁신의 원칙을 따르며 '소니다움'을 추가했다. DSLR(렌즈 부착식 카메라) 제조업체이기도 한 소니는 전문가 수준의 카메라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LG전자는 휴대폰 실적 쇼크 직후인 2010년 10월 1일자로 CEO 교체를 단행됐다.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 부회장(CEO)과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디자인보단 제품 개발력에 총력을 폈다. 이후 옵티머스원·옵티머스마하·옵티머스2X·옵티머스빅·옵티머스3D·옵티머스LTE·옵티머스G·옵티머스뷰 등 20여종의 옵티머스 시리즈를 쏟아내면서 한 단계씩 개발 능력이 올라갔다. 지난달 공개한 'G2'는 후면 버튼이라는 새 발상을 선보였다.
모든 패배자가 부활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블랙베리는 이달 23일(현지 시각) 패어팩스금융지주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47억달러(약 5조600억원)에 팔렸다. 패어팩스금융지주는 블랙베리의 OS 등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를 팔아 현금만 챙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랙베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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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는 200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맥월드에서 한 손에 아이폰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이후 불어온 스마트폰 열풍에 제대로 적응 못한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소니에릭슨·모토로라·LG전자·블랙베리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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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게임의 룰을 이해 못해
스티브 잡스가 6년 전 기조연설 등에서 말한 아이폰 혁신의 핵심은 이렇다. 스마트폰에 자판은 필요 없다. 모든 작업은 손가락 터치로 작동한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운영체제(OS)라야 한다.
MS·노키아 등은 이를 평가절하했다. '아이스하키 퍽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당시 MS의 스티브 발머 CEO는 "499달러(약 54만원·아이폰 가격)는 너무 비싼 데다, 자판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혹평했다. MS는 스마트폰용 OS에서도 과거 PC에서 보여준 윈도의 성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했고, MS의 점유율은 3%대에 불과하다. 예컨대 앱스토어엔 90만개가 넘는 앱이 있지만, 윈도 스토어엔 아직도 10만개에 불과하다. 게임의 룰은 복잡한 기술이 아닌 쓰기 편한 콘텐츠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노키아는 '중저가 일반폰을 대량으로 찍는 규모의 경제'라는 성공 경험에 집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키아의 판매량은 아이폰이 등장한 연도에 4억3710만대를 기록하며 세계 휴대폰 역사상 첫 4억대 판매 고지를 넘었다. 노키아는 중저가 피처폰(일반폰)에 계속 매달렸다. 결과는 비극이었다. 노키아는 올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중국 업체(ZTE·화웨이·레노버)에도 밀려 9위로 추락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해 '오바마폰'으로 불린 블랙베리도 마찬가지. '자판이 달린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비즈니스맨들 사이에 인기였던 블랙베리는 "터치 방식은 너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자판을 불편하게 여겼다. 블랙베리는 올 초에야 신제품 '블랙베리 Z10'에서 자판을 없앴지만, 때는 늦었다.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3%까지 떨어졌다.
LG전자엔 2000만대 가까이 팔린 '초콜릿폰'의 달콤함이 독이 됐다. '초콜릿폰'은 60만원이 넘는 고가(高價)임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개발보다 디자인을 멋스럽게 한 고가 피처폰인 프라다폰(2007년 3월 출시)·뷰티폰(2007년 11월)·시크릿폰(2008년 5월)을 내놨다. 한편으론 '중저가 휴대폰 판매' 전략을 폈다. 스마트폰에 빠르게 대응을 못한 대가는 2010년 3분기 휴대폰 부문에서만 3000억원이 넘는 적자라는 '실적 쇼크'였다.
소니에릭슨은 2010년 첫 안드로이드폰 '엑스페리아 X10'을 내놓는 등 빠른 적응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니와 에릭슨 간 합작회사(50대 50)인 소니에릭슨의 느린 의사 결정 구조는 스마트폰 혁신 시대에는 너무 큰 단점이었다. 소니는 안방인 일본 시장에서 부는 아이폰 열풍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의 강점을 따라 하되, '플러스 알파'를 추가해 재도전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올 초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S의 모바일 사업은 회사가 생긴 이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실패를 인정한 MS는 이번엔 애플을 따라 하고 있다.
MS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 독자 OS와 스마트폰 제조를 수직 계열화했다. 애플이 자사의 독자 소프트웨어(iOS)를 탑재한 하드웨어(아이폰·아이패드)를 직접 만드는 것처럼, MS도 윈도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
소니는 2년 전 에릭슨과의 합작 관계를 청산하며, '빠른 의사 결정' 체제를 정비했다. 올 초 선보인 '엑스페리아Z'는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올 2분기엔 애플을 누르고 일본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여세를 몰아, 최근 엑스페리아Z1을 내놓은 데 이어, 내년 초엔 엑스페리아Z2를 선보인다. 아이폰 혁신의 원칙을 따르며 '소니다움'을 추가했다. DSLR(렌즈 부착식 카메라) 제조업체이기도 한 소니는 전문가 수준의 카메라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LG전자는 휴대폰 실적 쇼크 직후인 2010년 10월 1일자로 CEO 교체를 단행됐다.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 부회장(CEO)과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디자인보단 제품 개발력에 총력을 폈다. 이후 옵티머스원·옵티머스마하·옵티머스2X·옵티머스빅·옵티머스3D·옵티머스LTE·옵티머스G·옵티머스뷰 등 20여종의 옵티머스 시리즈를 쏟아내면서 한 단계씩 개발 능력이 올라갔다. 지난달 공개한 'G2'는 후면 버튼이라는 새 발상을 선보였다.
모든 패배자가 부활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블랙베리는 이달 23일(현지 시각) 패어팩스금융지주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47억달러(약 5조600억원)에 팔렸다. 패어팩스금융지주는 블랙베리의 OS 등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를 팔아 현금만 챙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랙베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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