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람

어떤병문안(스크랩)

언러브드 2013. 4. 1. 15:55

 

"Events will take their course, it is no good of being angry at them;

he is happiest who wisely turns them to the best account.“

                                                                    .............Euripides (480-406 BC)

 

상황의 전개는 나름대로의 길을 따를 뿐이니 그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며

다만 그것들을 내게 최선의 것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희랍의 삼대 비극작가 중 하나

 

 

 

 오늘은 일이 끝나는 대로 병문안을 가게 되어 있다.

처가 쪽으로 조카가 되는 청년인데 태어날 때 담도에 선천성 기형이 있어

조만간 간이식을 받지 못하면 얼마 살지를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이 있어 대기하던 중 그래도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젊은이가 있어

우리나라에서 간이식의 초창기이던 약 20 년 전에 성공적으로 간이식을 받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간이식을 받았으며 지속적인 면역억제제의 투여와 영양 및 운동부족 등으로 늘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으므로

가족행사 때마다 만나면 의기소침하며 연약한 체구가 늘 내 마음에 걸리곤 하였다. 

 

그러던 중 최근 심한 감염이 겹쳐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20 여 일이 지났는데 이제 일반병실로 옮겼으므로 면회가 허락된다고 한다. 

 

지속되는 병고와 싸우면서 젊은 나이에 남들이 하는 운동이나 그 흔한 연애 한 차례 못하고 취직도 생각하지 못하며

늘 병원을 늘 오고가며 투병 생활을 하자니 이젠 힘이 들어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만 같다고 자주 말하고 있으니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는가는 충분히 상상이 가는 이야기 일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신장 기능이 많이 손상되어 입원 기간 중에 신장 투석을 받게 되었는데 과연 신장 기능이 돌아오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는 말에 본인은 물론 부모 형제들이 많이 실망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까지 하게 된다면 일생 겪어야 할 고난은 예상하기조차 힘들다고 할 것이다.

 

  부모는 경제적으로 많은 여유가 있으므로 이 청년이 앞으로 일을 안 하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여 놓았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병원을 방문하며 이 청년에게 과연 무슨 말을 하여 줄 것인가?

 

Goethe 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에 유리한 것을 도출해 낼 줄 아는 사람은 진정 현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수학에는 변수와 상수라는 것이 있어 상수는 전혀 건드릴 수 없으나 변수는 변하며 다른 방정식에 의해 답이 달라진다. 

이 청년에게 주어진 환경을 변화시킬 능력은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청년이 앞으로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의 능력 안에 존재한다. 

하늘이 어떤 인간에게 여하한 환경을 허락하였다면 거기에는 분명 그가 원하시는 사업이 있을 것이다. 

직장을 구하지 않아도 되며 또 구하기도 어려운 환경에 그에게 주어진 것은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 나의 삶을 변화시킨 책 가운데 읽기 쉬운 책 몇 권을 우선 선정하여 놓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주제의 책들인데 앞으로 영어공부를 권하고자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많은 책들을 읽게 하고 싶으며 그래서 유사한 환경에 처해 갈 길을 잃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

그들에게 갈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혹독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강연을 하는 그런 삶에 진력하라고 말하고자 한다.

 

 

  같은 척박한 환경 하에서 누구는 좌절과 회한의 삶을 살아가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그 환경을 도약대로 삼아 승화시키며 위대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농촌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여인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한 결혼에도 후사가 없어 소박을 맞자

자신과 같이 돈이 없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남의 아이들을 돕는 것이 하늘의 뜻인 것으로 여기고

홀로 젓갈 장사를 하여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 수백억이 되어 장학 사업을 한 결과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되어준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같은 농촌에서 시작하여 윤락녀로 전락한 여인도 있다.

 

 

  인생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내게 주어진 환경은 내가 변화시킬 수 없어도 그 주어진 환경 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뇌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하늘의 뜻에 맞는 사업이 그에게 있는 한 하늘은 그의 생명을 부지해 줄 것을 굳게 믿고 있음을 알리고 싶다. 

어떻게 해서라도 실의에 빠진 가족과 당사자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지니고 청년에게 줄 몇 권의 책을 가방에 넣고 있다.

 

*Aeschylus (525-455 BC)

Sophocles (496-406 BC),

Euripides (480-406 BC)

[출처] '어떤 병문안'|작성자 유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