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휴대폰 싸게 사는 법

언러브드 2009. 5. 10. 09:19

번호이동 하거나 010 신규로 바꾸거나

휴대전화 싸게 사려면

 



회사원 전모(21·여)씨는 지난달 집 근처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최신 휴대전화인 쿠키폰(LG-KU9100)으로 갈아탔다. 번호이동(통신사 변경)을 했으며, 24개월 약정 조건으로 할인을 받고 월 1만8000원씩 2년간 기기값을 할부로 내는 조건이었다. 출고가 59만4000원의 쿠키폰을 40만원대 초반에 장만한 셈이다. 요금제 약정이나 부가서비스 부담은 없었다. 번호이동을 한 지 오래되지 않아 가입비도 내지 않았다. 전씨는 “1~2년 단위로 번호이동을 해서 최신폰으로 바꾼다”며 “친구들도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통신사 입장에선 그리 반갑지 않은 ‘철새’겠지만 번호이동의 혜택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현명한 소비자’라 할 수 있다.

전씨와 같은 번호이동자가 요즘 눈에 띄게 늘었다. 번호이동자 수는 올 들어 ▶1월 58만 명 ▶2월 62만 명 ▶3월 89만 명 ▶4월 107만 명으로 상승 추세다. 휴대전화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던 4월엔 SK텔레콤(48만 명)이 번호이동 고객을 가장 많이 끌어들였고, KTF(39만 명)와 LG텔레콤(20만 명)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번호이동자 수가 ▶SK텔레콤 306만 명 ▶KTF 344만 명 ▶LG텔레콤 169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달 남의 고객 끌어오기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런저런 보조금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휴대전화 구매 조건이 좋아진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를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전씨처럼 번호이동을 하는 것이다. 통신사를 바꾸지 않더라도 010에 새로 가입하면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미 010을 쓰고 있더라도 ‘맞번호 변경(에이징)’으로 신규 가입 혜택을 누리는 방법이 있다. 새로 010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기존 번호로 바꾸고 옛 단말기는 해지하는 식이다. 011·016·019 등을 변경할 때는 기존 번호를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통신사를 바꾸면 기존 통신사에서 받던 장기 가입자 할인 혜택과 멤버십 포인트가 사라진다는 것도 알아 두자.

번호이동이나 010 신규 가입이 어렵다면 보상 기기 변경(보상기변)이 그 다음 대안이다. 물론 통신사들은 여기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기존 고객이 신규 고객에 비해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번호이동과 보상기변 간의 보조금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SK텔레콤의 ‘T 기본 약정’·‘T 할부 지원’이나 KTF의 ‘쇼킹 스폰서’ 등의 보조금 제도를 보면 기존·신규 고객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이용 기간을 약정하면 휴대전화 구입 금액의 일부를 할인해 주는 ‘T 기본 약정’의 경우 오히려 보상기변이 약간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가입자 수가 많은 선두 사업자 SK텔레콤은 ‘집토끼’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선 대리점에선 고객 통신요금의 일부를 관리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신규 고객을 받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특정 기종을 전략폰으로 밀기 위해 보조금을 뿌린다. 요즘 넘쳐나는 ‘공짜폰’도 결국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보조금이 출고가를 웃돌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LG전자 와인폰(LG-LV3000)·삼성전자 에나멜폰(SPH-S5150)과 같은 출고가 30만~40만원 초반의 중저가 휴대전화는 24개월 의무약정 가입만 하면 별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 사는 게 유리할까. 온라인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월등하게 유리하다. 인터넷을 뒤지면 전씨가 구매한 것보다 더 나은 조건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배송 등에 있어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다소 불편하고 직접 기능을 체험할 수 없다는 단점은 감수해야 한다. 또 가격 조건이 하루하루 급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선 온라인 장터를 자주 체크해야 한다. 발품을 팔아야 좋은 조건을 찾는 것은 온·오프라인 똑같다.

‘무늬만 공짜폰’에도 주의해야 한다. 유행하는 고가폰을 ‘무료’ 혹은 ‘1000원’이라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할부 조건이거나 4만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통사 보조금과 함께 요금제도 자신의 통화량에 맞게 고르면 유리하다. KTF 홍보팀 함영진 대리는 “자신의 통화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면 휴대전화 구입가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홍보팀 김대웅 매니저는 “기기 변경이나 신규 가입을 할 때, 자신이 쓰던 중고폰을 반납하면 할인 혜택이 더 커진다”며 “인터넷에서 살 경우 이통사의 공인 온라인 가입처에서 구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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