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작성만으로 끝나지 않는 부모와의 돈 거래
백종원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세무전문위원
세법의 운용지침과 해석을 정해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기본통칙에 따르면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간의 소비대차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있다.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간에 자금대여 즉 돈 거래가 있는 경우 국세청 등 과세관청에서 이를 금전소비대차 거래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증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주택을 구입하면서 부족자금 일부를 부모로부터 빌려 잔금을 치렀다면 이를 금전에 대한 차입으로 인정하지 않고 해당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해 자녀에게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모 등과의 금전거래에 대해 증여세 과세를 피하기 위해선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금전소비대차 거래임을 입증해야 한다. 차용증을 작성해 채권-채무 관계가 있음을 증명하고 차용증에 작성된 내용에 따라 원금의 대여 및 이자 등을 상환한 금융 증빙이 확인돼야 한다.
차용증에 대해 공증을 받는 것이 중요한 지를 묻는 경우도 있는데 공증행위를 통해 사실관계를 증명하고 차용증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용증의 작성과 작성된 내용에 따른 의무이행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차용증 작성 등으로 금전소비대차거래를 인정받았다고 해서 세무 이슈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법에서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받은 경우 그 금전을 대출받은 날에 무상 또는 저리 차입에 따른 이자상당액을 그 금전을 대출받은 사람의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무상 또는 저리로 빌려 경제적 이득을 본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이렇게 계산된 증여재산가액이 연간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무상이나 저율대출에 따른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로부터 3억원을 무상으로 차입한 경우 1380만원(3억원×4.6%)의 증여재산가액이 계산되고 금액이 1000만원을 초과했으므로 빌린 사람의 증여재산이 된다. 돈을 빌린 사람이 성년인 자녀라면 5000만원의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돼 당장 부담할 증여세는 없지만 원금 상환이 미뤄져서 매년 1380만원의 증여재산가액이 발생하게 된다면 4년째부터는 증여세가 발생한다.
또한 기존에 증여재산공제를 초과하여 증여받은 재산이 있었다면 무상 또는 저리로 차입한 첫 번째 해부터 증여세를 부담할 수도 있다.
차용증 작성과 원리금 상환에 대한 금융증빙으로 금전소비대차거래를 인정받은 후에는 일정 기간 단위로 해당 채권-채무 상태를 점검하는데 이를 ‘부채사후관리’라고 한다. 과세관청에서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차용증에 따른 채권 잔액을 확인하고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상환이 이루어진 경우 상환액에 대한 자금출처를 점검하는 것이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차입한 것처럼 가장하고 추후 부모가 자녀의 차입금을 면제해주거나 대신 상환해준 경우 그 부분에 대해 사후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고 원금이 남아있는 경우라면 이자 등을 적정하게 지급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 후 이자를 받고 있는 채권자가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신고를 하는지도 확인한다. 이렇게 받은 이자는 세법상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구분돼 27.5%(지방소득세 2.5%포함)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고 원천징수하지 않은 경우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신고하는 소득이니 세금신고 시 누락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만약 자녀가 부모에게 2억원을 무상으로 빌렸다면 증여재산가액 920만원(=2억원×4.6%)으로 1000만원이 넘지 않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면 언뜻 증여세 부담이 없는 2억원 정도는 무상으로 빌려줘도 되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부모에게 금전을 차입하면서 일반적인 상관행과 다르게 무상으로 빌렸다고 주장하는 경우라면 과세관청에서는 금전소비대차거래 자체를 부인하고 자녀에게 원금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백종원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세무전문위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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