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람

죽어도 ‘지금은 죽을 수 없는’ 재벌 오너의 운명 - 포스트 이건희 시대

언러브드 2014. 10. 26. 23:13

죽어도 ‘지금은 죽을 수 없는’ 재벌 오너의 운명

포스트 이건희 시대, 삼성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바뀔까

“죽으면 죽었지, 지금은 못 죽는다.”
1990년대 한 대학교 화장실에 누군가가 휘갈겨놓은 낙서의 한 대목이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며 무엇이 그리 억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낙서의 주인공은 ‘죽는 한이 있어도 당장은 결코 죽을 수 없노라’는 절박한 심정을 이 한 문장에 담아놓았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오리무중이다. 벌써 숨졌다는 사망설도 한바탕 나돌았고, 사실상 식물인간이 돼 숨만 쉬고 있다는 중병설도 퍼졌다. 이런 ‘소문’을 막기 위해 최근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휠체어에 앉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다”고 발표했다. 퇴원을 대비해 이 회장의 자택에 엘리베이터 공사를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휠체어에 앉은 이 회장’의 사진 한 장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수 십 조 원의 재산을 가진 재벌 총수건, 하루 벌어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건, 모든 생명은 소중한 법이다. 그리고 어떤 존재이건 죽음을 앞둔 인간은 존엄하고 귀하게 여겨질 자격이 있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논외로 하면, 한국의 최대 재벌 그룹을 이끌었던 이 회장의 병세가 한국 사회에 가져다 줄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이 회장이 단지 한 때 한국 경제계를 호령했던 거목(巨木)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의 병세와 생사에 순환출자 구조로 일가(一家)의 그룹 지배권을 확보해 온 삼성그룹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죽으면 죽었지, 지금은 결코 죽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 style="BORDER-TOP: 0px; BORDER-RIGHT: 0px; VERTICAL-ALIGN: bottom; BORDER-BOTTOM: 0px; PADDING-BOTTOM: 0px; PADDING-TOP: 0px; PADDING-LEFT: 0px; MARGIN: 0px; BORDER-LEFT: 0px; PADDING-RIGHT: 0px">

주저앉은 주가와 기업의 상속문제

2012년 말, 당시 중견 그룹으로 성가를 올리던 STX그룹이 홍보를 전담할 부사장급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인재 물색에 나섰다. STX그룹이 원했던 스펙은 중앙일간지 출신에 경제부장 경력이 있는 중량급 언론사 간부였다. 당시 업계에서 나돌았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STX그룹은 조건이 맞기만 하면 수 억 원에 이르는 연봉을 흔쾌히 지급할 용의가 있었다. 신임 부사장에게 그룹 홍보를 총괄토록 하는 것은 물론, 향후 그의 직급을 사장 급으로 올려준다는 소문도 있었다. 기자는 당시 후보군에 올랐으나 고민 끝에 자리를 사양한 한 언론사 간부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기자, STX그룹이 왜 갑자기 홍보 전담 간부를 뽑는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아무래도 신생 그룹이다 보니 실적에 비해 그룹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요? 강덕수 회장이 그룹을 좀 더 키우고 싶은 이유도 있겠고요.”
“훗. 이 기자는 아직 경제부 기자 생활을 덜 했구먼. 그런 이유가 아닐 걸세.”
“그러면 무슨 이유인가요?”
“STX는 소매업종이 아니지 않나? 지금 이 시점에서 홍보를 딱히 강화할 이유가 없어. 보통 재벌이나 대기업이 갑자기 홍보나 법무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면 그 이유는 딱 하나야.”
“그게 뭔가요?”
“상속이지.”

그렇다. 문제는 상속이었다. 재벌의 총수가 자녀에게 그룹을 물려줄 때, 법대로 세금 다 내고 재산을 물려준다면 홍보 부서를 강화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들은 근본적으로 그 거대한 그룹을 충분히 지배할 지분이 부족하다. 상속이건 증여건 법대로 지분을 물려주면 세금으로 절반 가까운 지분이 떨어져 나간다. 위기를 맞기 전 STX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하던 곳은 ㈜STX였다. 그리고 평범한 회사원 출신으로 STX그룹을 일군 강덕수 회장의 ㈜STX 보유 지분은 고작 9.98%였다. 세금을 내면 상속, 혹은 증여된 지분은 5% 언저리로 추락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룹을 후대에 물려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재벌이 홍보를 강화하는 이유는 단 하나, 상속이다”라는 그 언론사 간부의 추론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경제부서에서 일한 이 언론사 간부에 따르면, 재벌이 상속을 본격화할 때 나타나는 또 다른 조짐은 주가의 하락이다. 상속, 혹은 증여의 핵심은 세금을 최대한 덜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려주는 기업의 가치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대기업 재무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언제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세무적으로 가장 유리한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상장기업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중요한 발표를 늦추거나 의도적으로 현재 실적을 미래로 미루면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조절할 수는 있다. 기업의 주가 하락이 상속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그룹의 상속 문제를 거론하며 음모론을 내세울 생각은 조금도 없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시가총액만 160조 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다. 주가를 조작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다. 그런데 너무나 공교롭게도(!) 140만 원대를 유지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는 110만 원 선도 위협을 받는 상태다.

삼성그룹은 1996년 이른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을 통해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겼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에버랜드를 단돈 60억 원에 인수했다. 이 사건을 두고 경제계에서 “홍해를 가르는 것보다 더 한 기적을 삼성 재무팀이 해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후 편법 증여 문제에 대한 긴 재판이 시작됐는데, 삼성그룹은 명망 있는 법무와 홍보 전문가들을 대거 스카우트하며 이 사태를 헤쳐 나갔다. 그리고 삼성의 법무팀은 마침내 2009년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고 홍보팀은 ‘홍해를 가르는 것보다 더 한 기적’을 정당한 증여로 포장해냈다.

삼성은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을 계기로 홍보와 법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이런 상태에서 그룹의 총수가 올해 5월 쓰러졌다. “많이 호전됐다”는 그룹의 해명과 달리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5년 10월 현재 너무나 많은 정황들이 ‘삼성그룹의 상속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가.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가.ⓒ뉴시스

삼성의 지배구조와 에버랜드

이 회장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부드러운’ 권력 이동을 꿈꾸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러하다. 이유는 얼마든지 추론해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삼성그룹이 아직 어떤 방식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분을 이동시킬지에 대해 결론을 못 내린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최근 삼성그룹 내 계열사들의 지분은 눈부신 속도로 이동했다. ‘격동’이라는 단어조차 충분치 않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우선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6월 3일 증시 상장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삼성에버랜드는 놀이공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올해 7월 삼성에버랜드는 마침내 회사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꾼다. 그리고 같은 시기 제일모직의 기존 사업부문은 삼성SDI에 팔려나간다. 상식적으로 바이킹 잘 돌아가도록 관리하면 되는 삼성에버랜드나, 소재 및 에너지 토털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SDI가 패션이나 모직 사업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 삼성그룹은 한사코 부인하지만, 이 모든 눈부신 변화가 삼성그룹의 상속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형’으로 분류된다. 쉽게 말하면 대주주는 A라는 회사만 지배하는데 A가 B를 지배하고 B는 C를 지배하고, C는 D를 지배하고 D는 E를 지배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대주주는 A를 지배할 지분만 있으면 A에서 Z까지 모든 계열사를 주무를 힘을 가진다.

이런 지배구조가 너무나 부당하기에 나라에서도 법으로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금하고 있다. 다만 기존에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룹에게까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너무 큰 혼란이 생긴다는 자비로운(!) 이유로, 이왕 이런 지배구조를 가진 그룹은 그 형태를 유지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A의 역할을 하는 회사는 지금은 제일모직이 돼버린 삼성에버랜드다. B의 역할은 삼성생명이 맡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고작 3.38%다.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지분을 합쳐도 4.12%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들 일가가 시가총액 160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A의 역할을 하는 에버랜드 지분을 45%나 가지고 있고, 에버랜드는 B의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지분을 19.4%나 가지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7.2% 들고 있는 덕분이다.

‘살아야 하는’ 이 회장의 숙명

이런 상태에서 만약 지금 당장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난다면 삼성그룹은 어떻게 될까?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가 누린 그룹의 지배권 중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지 못한 중요한 지분이 두 무더기나 남아있다. 그 중 하나는 삼성생명 지분(이건희 지분율 20.76%)이고 나머지 하나는 삼성전자 지분(3.38%)이다.

비록 엄청난 편법을 통해 이 부회장이 이미 에버랜드의 지분 25%를 확보했지만 전체 그룹을 지배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가장 중요한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보유 지분(0.57%)이 너무 낮다. 삼성전자를 온전히 갖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가 필요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7.21%나 갖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배권도 확보해야 한다. 이재용의 왕위 승계는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만약 지금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난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상속세로 토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아버지 지분 가운데 절반을 떼어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오너’로 불리기 민망한 지분만을 보유한다.

다른 곳에서 돈을 마련해 증여세를 내면 해결이 된다.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당장 그 돈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로부터 필요한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면 내야 하는 상속세는 대략 3조~5조 원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의 능력이라면 합법적이고 다양한 공제 제도를 활용해 이를 3조 원 정도로 찌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3조 원은 생각처럼 작은 돈이 아니다. 재벌들이 기업 돈 수조 원을 하도 쉽게 써서 그렇지, 실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 지분의 총 가치는 11조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를 가지기 위해 삼성생명을 포기하는 것도 대안이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물려줄 삼성생명 지분의 가치는 약 4조 원인데 증여세를 내기 위해서는 이의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 게다가 삼성생명 역시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여서 삼성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 이재용 부회장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포스트 이건희 시대, 이재용 부회장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뉴시스

삼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

그렇다면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구도를 꿈꾸고 있을까? 가장 유력한 추론은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들고,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 형태인 금융지주회사로 만든 뒤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를 지배하는 것으로 그룹 전체를 가져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100%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더라도 세금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 문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여론이다. 삼성그룹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행법은 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중간금융지주회사를 금지하고 있고,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와 돈을 빌려야 하는 일반 기업이 한 지주회사 밑에서 계열사 사이로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법의 취지는 간단하다. 빌리는 쪽과 빌려주는 쪽이 한 지붕 안에서 사이좋게 살면, 당연히 빌려주는 쪽의 자금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계열사들에게 먼저 쏠리게 된다. 금융과 산업이 분리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원칙이 고수되는 한 삼성그룹의 경영권은 지주회사 형태로는 절대 3세로 승계될 수 없다. 아무리 방법을 고안해도, 삼성그룹은 새로운 지주회사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동시에 지배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사인 삼성생명과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현행법상 한 지붕 아래 살 수 없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올해 들어 거듭 금산분리의 원칙을 허물면서까지 중간금융지주회사의 도입을 허용할 태세라는 점이다. 야당 등에서는 “특정 재벌 봐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그래서 ‘삼성 봐주기’로 불리는 이 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금산분리의 원칙을 정부와 국회가 허물어 주기를 기다린다. 정권 차원의 특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삼성은 이 과정을 최대한 조용히, 여론의 역풍 없이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두, 세 달 안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증여의 핵심적인 난제인 증여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3조 원이라는 거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비교적 일치한다. 이 부회장이 11.25%나 가지고 있는 삼성SDS의 지분이 그 재원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두 동생도 삼성SDS의 지분을 각각 3.9%씩 들고 있다.

삼성SDS는 비상장 회사다. 그러나 삼성SDS는 올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장외에서 급등했다. 지난해까지 이재용 3남매가 갖고 있었던 삼성SDS의 가치는 6,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상장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 가치는 4조 5,700억 원으로 불었다. 상장 소식 한 방에 이들 3남매가 앉아서 4조 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런데 함정이 있다. 삼성SDS의 상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세금 재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퍼졌다는 사실이다. 그룹의 계열사를 홀라당 팔아 세금을 내는 행태를 여론이 달가워 할 리가 없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삼성SDS의 주식 전량을 팔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하는 유력한 시나리오가 일단 삼성그룹이 집중적으로 삼성SDS를 지원해 이 회사의 덩치를 키워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 일부만 팔아도 세금을 감당할 여력이 생긴다. 또 엄청나게 가치가 불어난 삼성SDS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로 출자하는 방안도 가능해 진다.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세금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최소한 3, 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역시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이건희 회장이 지금은 죽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 현실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 일가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깨끗이 세금 내고 깨끗이 물려받으면 뭐라고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한국을 지배하는 ‘그들’의 생각은 다소 다른 모양이다. 한국을 다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대 그룹의 총수가 5개월째 병석에 누워있는데, 그 병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죽어도 지금은 죽을 수 없는 ‘그들’의 운명을 우리는 과연 슬퍼해야 할까, 아니면 안타까워해야 할까?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세상과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근혜 - 2015년 2월  (0) 2015.02.07
민간인 국정개입 사건(1)  (0) 2014.12.07
일본인 노벨상  (0) 2014.10.08
자칭 정의의사 명승권  (0) 2014.08.14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  (0) 2014.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