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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55세 베이비부머들 ‘국민연금 독배’ 드나

언러브드 2011. 3. 28. 10:19

생활고 55세 베이비부머들 ‘국민연금 독배’ 드나

중앙일보 | 신성식 | 입력 2011.03.28 03:01 | 수정 2011.03.28 09:52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경기

 
[중앙일보 신성식.박유미] 서울 송파구 강모(55)씨는 지난해 7월 한 제조업체에서 명예퇴직했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퇴직금 1억원이 전부였다. 아파트 관리비에다 재수하는 아들 학비, 생활비로 한 달에 200만~300만원 나간다. 퇴직금을 헐어 쓰다가 만 55세가 되는 시점(2월)에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 한 달에 68만원이 나온다. 예정대로 60세에 받으면 월 96만7000원을 손에 쥘 수 있는데 당겨 받는 바람에 30%가 깎였다. 강씨는 "돈이 줄어드는 걸 알았지만 다른 수입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12만 명)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조기노령연금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연금을 신청한 만 55세 퇴직자는 9832명으로 전년보다 12.8%, 2006년보다 150% 늘었다.

 조기연금은 60세에 받을 연금을 당겨 받되 6~30%를 덜 받는 제도. 55~59세 중 월소득이 278만원이 안 되면 신청할 수 있는데 지난해 이 연령대 총 신청자는 3만4189명으로 2006년보다 100% 늘었다.

 조기연금은 깎인 돈을 평생 받기 때문에(물가상승은 반영) 총액 면에서 손해다. 가령 56세 남성이 월 18만원의 보험료를 20년 낸 뒤 60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80세(통계청의 예상 기대수명)까지 총 1억8904만원을 받지만 55세에 조기연금을 택하면 총 수령액에서 12.5%를 손해 본다. 여자라면 기대수명이 85세로 길어져 16%나 손해다.

 국민연금연구원 김성숙 선임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의 노후 준비 수단 중 국민연금이 가장 일반적인데 이들이 퇴직한 뒤 생활비가 없어 상당수가 조기연금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대구시 북구 노원동 김모(55·여)씨는 최근 조기연금을 신청해 다음 달부터 월 28만원가량을 받는다. 김씨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남편(57)은 노동일을 하다 두 사람 다 몸이 아파 쉬고 있다. 김씨는 "둘 다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찍 (연금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25일 한국연금학회 주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노후연금의 과제' 토론회에서 너무 후한 기준 등 조기연금 문제점이 집중 거론됐다. 고려대 김원섭(사회학) 교수는 "조기연금이 생계불안 해결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근로 동기를 떨어뜨리고 퇴직자들의 노후 생활에 손해를 끼치는 독배(毒盃) 역할을 한다"며 "많은 국가들이 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5~59세의 소득 공백기를 메울 다양한 '가교연금' 방안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조기연금 기준을 대폭 강화해 대상자를 줄이되 이 연금을 받을 때 보험료를 내게 하면 노후 연금 총액을 50%가량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 ssshinjoongang.co.kr >

◆베이비부머(baby boomer)=

한국전쟁 이후에 출산율이 급증하면서 태어난 세대. 1955~63년생이 해당하며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 명에 달한다.

◆조기노령연금=

10년 이상 보험료를 낸 사람이 60세에 받을 연금(정상연금)을 55~59세에 당겨 받는 제도. 55세에 받으면 정상연금의 70%, 56세는 76%, 57세는 82%, 58세는 88%, 59세는 94%를 평생 받는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월 278만원을 넘지 않아야 신청할 수 있다.

▶박유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yum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