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V 영화채널에서 "몬스터볼"을 보았다
전에도 얼핏 본기억이 있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열심히 보았다.
몬스터볼에 나오는 (극중에서 자살한) 남자주인공의 아들 히스 레저 는 실제로 2008년 자살하였다.
할리베리는 흑인최초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아래의 영화평을 읽다보니 조금 이해 되었다.
대부분의 아카데미상 수상작의 면면을 보면 미국사회를 조금 알수 있다
아니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끌어 가는 주된 세력)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그 정체성 이랄지...그런 것 말이다.
언젠가 뉴욕에 한번 갈 것 같아 미국영화를 신경써서 본다.
난 언제 이런 영화평을 쓰는 수준이 될까
머리속에는 있는 듯 한데 표현이 안된다.
한때는 DVD를 무척이나 모으고(용산), 테이프, DVD 영화 열심히 보았었는데...
요즘은 시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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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볼>에 대해 놓치고 있는 점
<몬스터 볼>(원제 Monster"s Ball)이란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레티샤 역을 맡은 할리 베리(바로 007어나더데이에서의 본드걸이기도 하다)가
유색인종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사실로 조금은 알려진 영화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봐줄 만한 영화는 아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를 뜻하는 "몬스터 볼"이라는 제목을 단 이 영화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세상의 모든 희망을 빼앗긴 여자가 극단적인 상황에서 남편의 사형집행관을 만나,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삶이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둘의 만남은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슬프고 인간적이어서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결말에 "레티샤"는 남편의 사형을 집행한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의 슬픔을 위로해준 남자 "행크"임을 알게 되지만
이를 묻지 않고 내일을 얘기한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에 대해 소개되어 있는 내용이다.
<몬스터 볼>을 언급하게 된 이유는 이 영화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숨겨진 메시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사 측에서는 "섹스"라는 점만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그 점에 주목한다면(영화 흐름상 주목되지도 않지만)
영화의 본질을 놓치게 될 뿐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영화평대로 사랑과 화해란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영화평들은 <몬스터 볼>의 설정에 뭔가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고들 한다.
"왜 그럴까"란 점에서부터 몬스터 볼에 대한 다른 측면의 접근이 시작된다.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각은 행크로 대표되는 백인과 레티샤로 대표되는 흑인간의 상반된 생활상이다.
행크는 대대로 교도관을 하고 있으며 인종차별론자 집안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그의 아버지는 완고하기 짝이 없지만 아들은 흑인 사형수를 지켜보며 교도관이란 직업에 회의를 느끼다가
결국 아버지 앞에서 자살하고 만다.
사실 행크 집안은 나중에 사랑 때문에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내고
집안의 여자들은 자살, 이혼 등으로 없는 등 완전히 콩가루 집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세대간의 단절은 미국 백인 사회가 지닌 하나의 문제점을 노골화시킨 것임에 틀림없다.
영화의 초점은 중간세대인 행크에게 맞춰져 있는데 이는 아래위로 갈등을 느낄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레티샤는 핍박받는 미국의 유색인종을 대표한다.
그의 남편은 어떤 잘못으로 사형을 당하고 아들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죽는다.
우연찮게 레티샤가 의지하게 되는 이는 행크인데 행크 역시 의도적으로 레티샤를 도와주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둘은 떨어질 수 없는 의존관계로 발전된다.
그런 와중에 행크 아버지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레티샤는 행크를 멀리한다.
행크가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내는 조치로도 마음을 돌리지 않던 레티샤는 금전적인 문제로
행크의 집에 들어가 화해하게 된다.
지나쳐 보면 레티샤와 행크는 동등해 보이지만 은근히 레티샤는 종속적인 관계에 있다.
영화의 마지막, 레티샤는 바로 행크가 자기 남편의 사형집행을 맡은 교도관임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지만 행크를 미워하거나 떠나지 않는다.
이건 사랑과 화해의 힘일까? 이 모든 설정이 작위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티샤는 행크의 곁을 떠나야 한다. 행크나 레티샤나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단지 아픔이 크기 때문에 의지할 뿐이다. 그 아픔은 미국사회의 아픔이기도 하다.
할리 베리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이런 의도성이 미국사회가 원하는 바에 합치되기에 그렇다.
실제로는 어찌되었건 주류백인이 유색인종(또는 하층민)과 과거의 갈등을 잊고 앞으로 가자는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행크가 지배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인 교도관직을 버리고 주유소를 개업하는 것도 힘이 아닌 자본으로 주류가 된다는 하나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유소의 이름에 레티샤의 이름을 쓰는 것은 본질이야 어찌되었건 보여주는 바는 화합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몬스터 볼"은 격정적인 섹스나 사랑과 화해가 주제가 아니다.
"새로운 아메리카 드림"이 주제로 녹아들어 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런 고요한 구호는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작위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오마이뉴스 | 최항기 | 입력 2003.01.0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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