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영화

닥터지바고 tv판(2002년)

언러브드 2009. 4. 27. 22:51

감독 : 지아코모 캠피오티 | 관련인물 : 한스 매디슨, 키이라 나이틀리

 

키이라 나이틀리 는 아시다시피 오만과편경의 주연여배우이다.....

 

'닥터 지바고'는 소련이라는 국가 성립의 결정적 계기가 된 1905년의 러시아 제1차 혁명과 1917년의 10월 혁명을 그리고 그 혁명이 현실화 되어가는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의사이자 시인인 주인공 유리 지바고의 러시아가 붕괴되는 일대 사회 적 혼란 속에서 개인의 비참한 운명과 비극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춰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혁명은 그 당시 러시아인들의 모든 것을 뒤바꿔놓았으며, 또 그들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소중한 목숨과 사랑을 잃기도 하였다.

유리 지바고가 그러한 모습을 그 당시 러시아의 인텔리, 지식인 계층의 모습으로 대표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 당시 차르의 절대왕정과 레닌의 공산주의, 백군파와 적군파, 우파와 좌파 등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지바고는 모든 것을 상실해가는 역경과 고난을 겪는다.

그 속에서 그를 끝까지 지탱해 주는 것은 오직 문학과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다. 그리고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의 이상적 사랑인 라라는 그의 예술적 뮤즈이기도 하다.

 

영화는 유리 지바고의 이복형인 예프그라프가 라라와 지바고의 딸이라 생각되는 소녀, 토냐 코마로바를 만나는 상황부터 시작이 되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예프그라프는 영화속에서 지바고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우연히 나타나 그에게 큰 도움을 주고 가는 수호천사 같은 인물이다. 지바고는 어머니를 여의고 부친 친구의 집에서 자라나 그 집의 딸인 토냐와 결혼을 하게 된다. 토냐와의 결혼생활은 안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가정이다.

하지만 지바고는 코마로프스키에게 능욕당해 라라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코마로프스키를 총으로 쏜 이후 4년 뒤 전쟁 중에 자원한 군간호사로 그녀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다.

지바고는 라라에게 토냐와는 다른 사랑을 느꼈다. 라라의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하지만 헌신적인 성격은 지바고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라라와 전쟁 중에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두사람 모두 이미 결혼한 상태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은 채 헤어진다.

 

그 후 모스크바로 돌아온 지바고는 온갖 역경을 겪고 그의 가족, 토냐와 샤사 그의 장인과 함께 유리아틴, 바리키노로 떠난다. 그 곳에서 그는 잠시나마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혁명을 잠시나마 피해 토냐와 그의 가정과 함께 그 삶에 충실한 현실적인 생활을 할 수 있던 것이다.

그러다 유리아틴의 한 도서관에서 라라와 재회하게 되자 이번엔 서로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해 사랑을 나누게 되어 지바고는 라라와 토냐와의 두 가지 사랑을 동시에 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토냐의 만삭의 모습을 보고 죄책감을 느낀 지바고는 라라에게 이별을 고하고 토냐에게 돌아가는 길에 빨치산에게 붙들려 오랜 시간 동안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고생 끝에 유리아틴에 돌아오게 된다.

 유리아틴에서 라라와 재회하게 되어 그들은 위험을 피해 바리키노로 가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낀다. 지바고는 라라와 함께 있으면서 다시 시를 써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라라의 남편 파샤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코마로프스키의 방문으로 지바고는 라라를 위해 그녀를 코마로프스키와 함께 극동지방으로 보내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그 후 모스코바에서 지바고는 또다시 전차에서 걸어가고 있는 라라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 건강이 나빴던 그는 라라의 뒷모습을 쫓아가다가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한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이자 시인이기도 한 지바고는 혁명에 대해 반대하거나 혁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영화 초반부에 시위대가 '동포애와 자유'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면서 밝게 웃음을 짓는 지바고의 모습을 보면 지바고 혁명에 대해 처음엔 긍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군의관을 마치고 모스크바의 집으로 돌아온 그는 공산주의의 논리에 맞춘 주거지 할당에 대해서도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산주의자들이 그에게 어떻게 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시가 심해지고 그의 문학 활동에 대한 제한과 압박이 심해지면서 그는 혁명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곧 혁명에 대해 적대감을 갖는다. 공산주의의 획일적인 혁명 이념에 지바고의 자유로운 예술적 영혼은 틀에 박힐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기차는 혁명기간 동안의 지바고의 동선을 보여준다.

기차가 자주 등장할수록 지바고의 혁명기간 삶은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유리아틴으로 갈 때 중간에 장애물 때문에 멈춘 기차와 때마침 그 옆으로 힘차게 지나가는 파샤의 기차는 지바고의 불안하고 비극적일 앞날을 나타내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은 지바고와 토냐의 사랑보다 로맨틱하고 극적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는 라라와의 사랑은 지바고에게 있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상을 상징하고 있으며 그것은 곧 지바고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유리 지바고의 시구에서도 "나는 죽었지만 너는 아직 살아 있다"는 라라의 모습, 자신의 시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혁명은 언제나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혁명과정에서 개개인의 삶은 무시되고 처참히 짓밟히기도 한다. 이러한 혁명의 모순적인 면을 유리 지바고의 러시아 혁명시기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